미 의원 228명 “대법원, 낙태죄 폐지한 판결 재검토할 때 됐다”

2021년 07월 30일 오후 1:47 업데이트: 2021년 07월 30일 오후 4:30

미국 연방의회 의원 228명이 연방 대법원에 낙태죄를 폐지한 판결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28일(현지시각) 서한으로 의사 표명했다.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44명, 하원의원 184명은 이날 대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brief)에서 “태아 발달과 산모 건강에 관한 과학적 연구에 근거해, 미국인들의 다양한 관점을 반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원들이 서한에서 언급한 ‘다양한 관점’은 낙태에 반대하는 관점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지난 1973년 ‘로 대 웨이드’ 사건 판결에서 헌법에서 보장한 ‘사생활의 권리’를 확대해 낙태를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의원들은 판결이 내려진 70년대와 현재는 사회적·과학적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태아의 생존을 지원하는 의료·지원 시스템이 확대됐고,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할 방법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의원들은 9명의 대법관에게 “다음 회기 내에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고 전했다. 미 연방 대법원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회기제로 운영된다. 따라서 다음 회기는 올해 10월 시작된다.

공화당 의원이 준비서면을 낸 것은 지난 2018년 제정된 미시시피주(州)의 낙태금지법을 둘러싼 재판을 위해서다.

이 법은 임신 15주 이후 심각한 기형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했다. 산모를 구하려 낙태를 시술한 의사도 최고 10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법 시행은 2019년 7월 1일부터였으나, 지역의 낙태 클리닉 업체가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연방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시행 저지에 나섰다. 담당 판사는 주장 일부를 받아들여 소송 기간 법 효력 중단 판결을 내렸다.

미시시피 정부는 항소했고,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다. 상급법원인 제5순회항소법원 재판부 판사 3인은 만장일치로 하급법원 판결을 보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효력 중단은 철회됐지만,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시시피 정부가 이 사건을 대법원으로 가져가 낙태금지법에 대한 심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기 위해 정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현재 대법원은 심리에 동의한 상태이다. 미국 보수진영은 낙태죄를 폐지하기 위해 노력한 지난 50여 년을 돌아볼 때,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가장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보고 있다.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성향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미시시피 법무장관 린 피치는 지난 5월 발표한 성명에서 낙태를 금지한 주(州)법이 합헌이라고 강조했다. 피치 법무장관은 이달 22일에도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와 같은 판결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이를 재차 이슈화했다.

그녀는 대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낙태가 헌법적 권리라는 결론은 문헌, (사회)구조, 역사, 전통에서 근거가 없다”며 “이는 법원이 승인한 어떤 권리와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잠재적 생명을 고의로 종식시키는 권리는 낙태권뿐”이라고 썼다.

‘로 대 웨이드’ 판결에서도 모든 낙태를 허용한 것은 아니다.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없는 임신 24주(6개월)까지의 낙태를 허용했다. 미시시피 주법은 이를 임신 15주까지로 앞당기고 그 이후는 태아 살인으로 여겨 금지했다.

의원들은 준비서면에서 “미 합중국은 성차별, 인종차별, 장애인차별 등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관행들을 종식시키려는 강한 결의를 나타내왔다. 여기에는 의사라는 직종을 자궁 내에서 인간을 토막 내는 야만적 행위로부터 보호하고, 뱃속의 태아를 낙태라는 끔찍한 고통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시시피 법에 반대해 소송을 제기한 낙태 클리닉 업체 잭슨여성건강센터 측은 “(태아의) 생존 능력이든 국익이든 간에 임신한 사람의 자유와 신체에 대한 자율성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며 낙태는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