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사당 폭동 ‘사전모의’ 증거 속출…트럼프 무혐의에 탄력

이은주
2021년 02월 10일 오후 6:00 업데이트: 2021년 02월 10일 오후 6:06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심판이 9일(현지시각) 개시된 가운데, 지난 1월 6일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사태가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는 내란 선동 혐의를 받고 있는 트럼프의 탄핵 유무죄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만약 난입 및 폭동이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확인된다면 트럼프가 폭력을 조장했다는 민주당 측 주장은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당 난입 혐의로 기소된 시위 참가자가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작성해 제출한 진술서는 난입사태가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는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이 진술대로라면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의사당 침입을 조장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일부 공화당 의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더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지난 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사당 사건의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1월 6일 연설 전에 잘 조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에 온 사람들이 대통령이 연설하기 전 (의사당) 공격을 미리 계획했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탄핵심판에서) 한 명의 증인을 부른다면 판도라의 상자는 열린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2021.1.6 | Tasos Katopodis/Getty Images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는 지옥처럼 싸우고,지옥처럼 싸우지 않는다면 더 이상 나라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했는데, ‘지옥처럼 싸우라’는 용어는 곧 지지자들의 폭력을 부추겼다는 탄핵 사유가 됐다.

그러나 그는 이어 “평화롭고 애국적으로” 목소리 낼 것을 주문, 폭력 조장이 아닌 비유적 용어로서 업급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지난달 트위터에 “만약 연방 법 집행기관들이 이것이 계획된 공격임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대통령은 아무것도 선동하지 않았음이 입증된다”고 썼다.

민병대 조직 ‘오스 키퍼스(Oath Keepers)’의 토마스 콜드웰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 진술서에 따르면 콜드웰과 다른 이들은 함께 난입의 일부를 미리 계획했다.

콜드웰은 오스 키퍼스에서 지도부 자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을 방해하거나 다치게 하려는 등 법 집행 방해를 위한 공모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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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 Mandel Ngan/AFP via Getty Images

진술서는 “콜드웰은 도노반 크롤과 제시카 왓킨스, 그리고 또 다른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의사당을 습격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또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증거는 콜드웰, 크롤, 왓킨스 등이 2021년 1월 6일 의사당을 습격하려고 모의했을 뿐 아니라 급습에 앞서 서로 교신하고 공격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진술서에는 난입 사태 당시 왓킨스와 오스 키퍼스 조직원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이 인용됐는데, 왓킨스로 추정되는 인물이 “우리는 좋은 그룹을 갖고 있다. 30~40명 정도 있다. 우리는 함께 계획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에릭 먼첼과 그의 어머니 리사 아이젠하트를 상대로 제기된 문서(PDF)에는 아이젠하트는 의사당 내부에 “관찰자”로서 들어갔다고 주장한 반면 먼첼은 이를 “힘 과시용”으로 설명한 런던 타임스 기사가 인용됐다.

먼첼과 그의 어머니 아이젠하트는 이번 난입 사태로 체포됐다.

먼첼은 런던 타임즈에 “우리는 1776년 이 나라를 세운 우리 조상들처럼 필요하다면 일어나서 함께 뭉치고 싸울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힘을 보여주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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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John Minchillo/AP Photo, File=연합

그는 “(의사당에) 들어간 이유는 경찰과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고, 그렇게 할 것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진술서에는 무기 소지, 불법 침입 혐의를 받고 있는 알렉스 하크라이더가 내전을 계획하는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하크라이더는 소셜미디어에 내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주장을 했고 이를 본 증인이 사진을 캡쳐해 FBI에 넘겼다.

또 의사당 난입자 앤드류 배넷에 대한 진술서에 따르면 배넷은 2021년 1월 4일 오전 5시 2분께 미국 국기를 나르는 차량 행렬 사진과 함께 “혼돈이 오고 있다. 나는 2021년 1월 6일 워싱턴에서 내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는 글을 남겼다.

이와 관련, FBI는 의회 난입 전날 온라인 게시판에 6일 시위와 관련한 폭력과 전쟁을 선동하는 내용을 포착했고, 이를 다른 법 집행기관에 통보했다고 AP통신이 지난달 12일 보도했다.

FBI는 합동대테러전담반을 통해 이 같은 경고가 내려졌으며 의회 경찰도 테러전담반에 소속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13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FBI 내부 게시물에는 사람들이 의사당 내 건물들이 연결된 지도를 공유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의회는 유리창 깨지는 소리, 문을 걷어차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면서 “BLM과 안피타가 피를 쏟아야 한다”는 식의 폭력을 촉구하는 내용도 있었다.

* 이 기사는 톰 오지메크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