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사당 난입 사태 조사특위 구성 법안, 상원서 부결

2021년 05월 29일 오후 1:56 업데이트: 2021년 05월 29일 오후 3:05

지난 1월 6일 발생한 ‘미 의사당 난입 사태’를 조사할 위원회를 구성하는 법안이 상원에서 저지됐다.

미 연방의회 상원은 28일(현지시각) 조사위 구성 법안을 ‘필리버스터 건너뛰고 토론 직행’ 표결에 부쳤으며, 찬성 54대 반대 35로 부결했다.

찬성이 반대보다 많았지만, 가결에 필요한 60표를 채우지는 못했다.

필리버스터는 의회에서 이뤄지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다. 다수파의 횡포를 막기 위해 소수파에게 저항수단으로 주어진다.

필리버스터 남발로 인한 의회 공회전을 막기 위한 제어장치도 있다. 60표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필리버스터를 건너뛰고 법안 토론으로 직행할 수 있다.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찬성표를 던졌지만, 6표가 부족해 통과에 실패했다.

이번 표결에서는 공화당 의원 일부가 민주당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다. 미 주요언론들은 일제히 이 사실을 보도하며 관심을 보였다.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들은 수전 콜린스(메인),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밋 롬니(유타), 빌 캐시디(루이지애나), 벤 사세(네브라스카), 롭 포트맨(오하이오) 등 6명이다.

포트맨 의원을 제외한 5명은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상 초유의 두 번째 탄핵 표결 때 찬성표를 던진 인물들이다. 이번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칼을 겨눈 셈이다.

‘조사위 구성 법안’은 초당파 독립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12월 31일까지 의사당 난입 사태에 대한 사실과 경위를 조사해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은 지난 19일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 넘겨졌다. 하원 표결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조사위를 “상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1·6 조사위라는 민주당의 함정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이번 표결 저지를 계기로 또 다시 무한 필리버스터의 소용돌이로 의회를 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28일 필리버스터는 공화당이 또 다시 반대를 위한 반대에 돌입하는 신호탄인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 법안은 하원 통과에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필리버스터 제도가 인정되는 상원에서는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일찌감치 예상됐다.

공화당을 이끄는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 모두 이 법안에 강력하게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매코널 대표는 표결 전날 성명을 내고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이미 400명 이상이 체포됐으며 법무부 조사를 포함해 수많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조사위 구성 시도는 민주당의 정치공세이므로 지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슈머 대표는 이날 표결이 끝난 뒤 같은 법안을 상원에 다시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 하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