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워싱턴주, 공립학교 교직원에 ‘비판적 인종 이론 교육’ 의무화

이은주
2021년 05월 10일 오전 11:55 업데이트: 2021년 05월 10일 오후 2:08

미국 워싱턴주가 공립학교 내 ‘비판적 인종이론’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했다. 

제이 인즐리 워싱턴 주지사는 최근 주 전역의 K–12(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공립학교 교직원들에게 비판적 인종 이론 교육을 받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앞서 주 의회는 지난달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에는 K-12 공립학교 교직원들이 ‘공평성과 문화적 역량, 제도적 인종차별 철폐’를 주제로 훈련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학교는 △문화적 역량 △다양성 △형평성·포용성 등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눠 정해진 교육 기간에 모든 교직원들을 교육해야 한다. 

주 의회가 학교 내 제도적 인종차별을 철폐하는 중요한 업무를 이어나가고,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공립학교 시스템 전반에 걸친 형평성, 다양성, 포용성, 반(反)인종주의, 문화적 역량 훈련의 중요성을 인식할 계획이라고 법은 명시하고 있다. 

훈련 프로그램은 자격증을 보유한 교육 직원, 행정 직원, 지도 감독, 학교 이사 등 교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법안 찬성론자들은 교사들이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이민자와 유색인종 학생들을 지원하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이해받고 있으며 안전하다고 여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안에 반대하는 이들은 비판적 인종 이론에 근거한 “분열적”이고 “위험한” 법안이라고 규정하며 “학생들이 ‘피부색에 따라 다른 이들을 판단하라’는 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비판적 인종 이론은 인종에 기반한 권력 투쟁의 틀로 사회를 바라보는 마르크스주의에 이론적 뿌리를 두고 있다.  

법안의 핵심 개념인 ‘공평성’, ‘구조적 인종차별’, ‘반인종주의’는 인종 이론 지지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이기도 하다. 

공평성은 기회의 평등이 아닌 경제적 또는 인종적 차이를 인식하고 자원을 재분배해 결과의 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개념이다.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뉴욕시는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 학생들에게 입학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공립 중학교 신입생 선발 시 성적을 이용한 입학 사정이 아닌 추첨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했다. 

반인종주의 개념에서는 사회 내 만연한 인종차별을 발견하고 이에 적극 대항함으로써 반인종주의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세계관에서 인종차별을 배제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는 비판적 인종 이론가로 알려진 이브람 켄디의 저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켄디는 지난 2019년 출간한 저서 ‘반인종주의자가 되는 법’에서 “반인종주의적인 정책은 인종 집단들 사이의 인종적 평등을 구현하거나 유지하는 조치”라면서 “비인종주의(non-racist)나 인종 중립적(race neutral) 정책 같은 것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비판적 인종 이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연방 정부기관에서 이론을 도입한 훈련을 금지하는 행정 조치를 내리면서 주목을 받게 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한 뒤 전임 정부의 이런 조치를 뒤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를 위한 포용을 진전하기 위해 포괄적인 접근법을 추구할 것”이라면서 인종 이론을 정책 전반에 도입하라는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