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선거판 움직이는 깜깜이 돈 ‘다크머니’, 올해 바이든에 3억 달러 몰렸다

류지윤
2020년 12월 5일 오후 2:15 업데이트: 2020년 12월 6일 오전 10:18

미국 민주당 진영은 오랫동안 정치판에 스며든 ‘다크머니’를 비판해왔다.

‘다크머니’(Dark Money·깜깜이 돈)는 선거나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기부하는 익명의 자금을 가리킨다. 주로 선거 결과를 좌우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올해 미국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받은 익명의 선거자금이 공화당보다 훨씬 많았고, 이 가운데 1400억원대 자금이 바이든 캠프로 흘러 들어갔다는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정치자금과 로비가 선거 및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대응정치센터(CRP)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대선 기간 중 공화당보다 두 배 이상 많은 3억 2천만달러(약 3475억원)의 다크머니가 민주당에 지원됐다.

익명 기부금을 가장 많이 받은 정치인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로 1억3200만달러(약 1440억원) 가까이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받은 익명 기부금은 2200만달러(약 238억원)에 그쳤다.

대응정치센터에 따르면 다크머니는 비영리단체 등을 통해 기부형식으로 조달되며, 미국 연방세법 제501조(C)(4)에서 비과세 대상으로 규정하는 사회복지단체의 경우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의 기부금이라 해도 통상 기부자를 밝힐 법적 의무가 없다. 다크머니(깜깜이 돈)라는 호칭이 여기서 유래됐다.

제501조(C)(4)에 적용을 받는 사회복지단체의 경우 다크머니의 주된 출처다. 이들은 정치자금을 주요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정치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주요’의 구체적인 의미는 정의된 바 없다. 단체 집행자금 중 정치자금의 비율과 그 비율을 어떻게 정의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는 정치자금이 총지출의 49.9%만 넘지 않으면 규정에 적합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다 보니 다크머니의 진정한 출처에 대한 논란이 이어진다. 익명이라고는 하나 기부받는 쪽에서 밝힐 의무가 없을 뿐이지 모른다는 게 아니다. 대개 정치자금이 그렇듯 기부받은 정치인, 정당은 기부한 이들의 정치적 목적성을 무시할 수 없기 마련이다.

따라서 익명의 자금인 다크머니는 기업, 노조, 각종 조직은 물론 외국 세력과 관련된 개인·집단(기업)까지 미국 정치판과 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미 대선 마지막 TV대선 토론에서 정치자금과 관련해 바이든 후보가 월스트리트 기부자로부터 거액을 모금했다면서,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이는 나를 나쁜 입장에 두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응정치센터의 이번 조사 보고서는 ‘슈퍼 팩’(Super PAC·민간 정치자금단체)이 모금한 익명의 자금에 관한 조사도 포함됐다.

팩(PAC·정치행동위원회)의 일종인 슈퍼 팩은 2010년 연방대법원 판결로 등장했다. 대법원은 기업이나 노조의 정치적 목적 지출을 정부가 제한할 수 없도록 했다. 이 판결로 슈퍼 팩은 수천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선거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슈퍼 팩은 후보자 캠프와 행보를 조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은 후보자에게 중요한 이슈들을 잘 알고 있어 언론에 관련 광고를 게재하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식을 퍼뜨리는 방식으로 선거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응정치센터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식스틴 서티 펀드’(1630 펀드)가 이끄는 리버럴(liberal·진보성향) 조직 3곳의 자금이 민주당이 기부받은 다크머니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번 대선에서 총 5200만달러(약 564억원)의 자금이 1630 펀드에서 다른 정치단체에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슈퍼 팩인 ‘링컨 프로젝트’(Lincoln Project)의 경우 약 30만달러(약 3억2600만원) 소액을 후원금으로 받았다.

링컨 프로젝트는 대선 중 광고와 게시물을 폭넓게 활용하며 트럼프를 혹독하게 비판하고 바이든의 당선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