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FDA에 “화이자 백신 심사자료 8개월 내 공개” 판결

2022년 01월 8일 오후 5:24 업데이트: 2022년 06월 3일 오후 3:56

법원, “전부 공개하려면 75년 걸린다”는 FDA 요청 기각

미국 연방법원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 관련자료를 약 8개월 내에 모두 공개하도록 하는 명령을 내렸다.

텍사스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식품의약국(FDA)에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 관련 자료를 올해 1월까지 1만2천 쪽 제출하고 이후 매월 5만5천 쪽씩 제출하라고 결정했다(결정문 PDF).

이는 FDA가 법원에 요청한 제출 속도보다 100배 빠른 것이다.

앞서 FDA는 해당 문건의 분량이 총 38만8천쪽에 달해 업무과중이 우려된다며 올해 1월 말까지 먼저 1만2천쪽을 제출하고 이후 매월 500쪽씩 제출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러한 속도라면 문건 전체 공개에 총 75년이 걸린다.

재판부 마크 피트먼 판사는 “이번 정보공개 청구가 FDA에 지나치게 부담스럽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팬데믹과 모든 미국인이 접종하고 있는 화이자 백신보다 FDA에 더 중요한 이슈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정보공개청구가 가장 중대한 공익적 요구라고 결론내렸다”며 즉각 명령을 이행하도록 촉구했다.

앞서 미국의 공중보건 전문가 그룹은 미국판 정보공개청구법인 ‘정보자유법'(FOIA)에 따라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승인과 관련한 문건을 공개하라고 FDA에 청구했다.

이에 화이자 측은 담당 인력이 부족하고 문건이 방대해 공개 범위에 속하지 않는 정보 등을 지우는 작업에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구 측은 FDA가 3개월 반(108일)의 짧은 시간 안에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했다며, 서두르는 과정에서 검토가 미진한 점은 없었는지 민간 전문가들이 검토할 수 있도록 빨리 문건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전문가 그룹은 예일대 공중보건대 감염병학과 하비 리쉬 교수, UC어바인 의대 정신의학과 애런 케리아티 전 교수, 심장질환 전문가 피터 맥컬로 박사 등 의학 전문가, 과학자, 저널리스트 등으로 구성됐다.

해당 전문가그룹이 법원에 제출한 정보공개 청구서에 따르면, 화이자는 작년 5월 7일부터 정식사용 승인을 위한 서류를 제출하기 시작했고 108일 만인 작년 8월 23일 승인을 받았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은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백신 3종 가운데 지금까지 FDA 정식사용 승인을 받은 유일한 코로나19 백신이다.

긴급사용 승인은 사용할 수 있는 예방약물, 치료제가 없고 보건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유효하다. 위험성이 있더라도 사용에 따른 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하에 투입된다.

반면, 정식사용 승인은 의약품이 안전하고 불순물이 없으며 효능이 있다는 것을 잘 통제된 임상시험 등을 통해 증명할 경우에만 허가받을 수 있다. 제품에 문제가 없음을 FDA가 입증하는 셈이다. 물론, 문제가 발생하면 승인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정식사용 승인은 긴급사용 승인보다 절차가 훨씬 까다롭고 오래 걸린다. 제출해야 하는 자료 분량만 10배 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사용 승인이 더 어렵다는 점은 모더나의 사례에서도 입증된다. 모더나는 작년 6월 1일 정식사용 승인 신청절차를 시작해 8월 말에야 신청절차를 마무리했다. 승인이 아니라, 승인 신청에만 총 2개월의 기간이 소요된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만 4개월 이상이 지난 올해 1월까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은 아직 FDA로부터 정식사용 승인을 받지 못했다. 신청 절차에 돌입한 기간부터 계산하면 6개월이 지나도록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는 신청절차 시작일자부터 승인까지 단 108일만 걸린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의 정식사용 승인이 얼마나 빨랐는지 가늠케 한다.

공중보건 전문가 그룹은 지난해 12월 FDA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면서, 제약사나 정부 정책과 무관한 과학자들이 제3자 입장에서 정식사용 승인 과정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청구서에서 “(제약사가) 부작용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백신 접종이 의무화되고 있다. 따라서 이 백신이 엄격한 검토를 거쳐 통과된 것인지 공익을 위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당 문건에 담긴 정보는 사람들과 정부가 화이자 백신 접종 여부를 결정짓고 있는 지금 이때에 필요하다. 75년 후가 아니라”라고 덧붙였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에 관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각국에서는 백신 접종 의무화 확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증가되고 있다.

FDA의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정식사용 승인 관련 문건은 이 같은 논란을 불식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가 담겨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문건 전체 공개에 75년을 달라고 한 FDA의 요구를 일축하고 100배 빠른 속도로 공개하라는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전문가 그룹은 “투명성을 위한 큰 승리”라고 높게 평가했다.

전문가 그룹 측 변호인 애런 시리 변호사는 자신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연방정부의 제약이 제거돼, 제3자 과학자들이 백신 정책과 관련한 심각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시리 변호사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인정한 것처럼 백신은 감염으로부터 보호해주지는 못하며 면역력 약화, 돌파감염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며 이번 문건 공개 기간 단축 판결로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FDA는 이번 판결에 관한 에포크타임스의 논평 요청에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만 해명했다.

다만, 앞서 FDA는 정보공개 청구를 담당하는 부서의 직원이 10명이며 이미 접수된 다른 안건도 있어 빠른 처리가 어려운 데다 기밀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문건을 꼼꼼히 한줄한줄 검토해야 하므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밝힌 바 있다.

* 이 기사는 미미 리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