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 “의회 거치지 않고 노예제 배상 직접 나설 것”

이은주
2021년 03월 3일 오전 8:48 업데이트: 2021년 03월 3일 오전 11:05

미국 백악관은 2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노예제 배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세드릭 리치먼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의회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백악관이 직접 배상에 나서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치먼드 선임고문은 “유색인종,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제지한 구조적 인종차별과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면서 “이제 일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노예제 배상 관련 법안은 1989년 민주당 소속 존 코니어스 전 하원의원에 의해 처음 발의됐으며, 이후 2019년 같은 당 소속 실라 잭슨 리 하원의원이 비슷한 법안을 제출했다. 

리 의원이 제출한 법안(H.R.40)에는 노예제 피해를 조사하고 배상에 관련된 연구를 하는 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코니어스 의원이 배상 관련 법안을 발의하던 당시만 해도 노예제 배상 문제는 소수 의견에 불과해 법안 통과가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노예제와 인종차별에 대한 논란이 부각되면서 노예제 후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백악관은 위원회를 통한 보상안 연구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직접 배상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리치먼드 선임고문은 “(위원회 설치) 법안은 통과될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우리는 연구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행동하겠다”고 했다. 또 “(흑인 대학의) 무료 등록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달 기자들에게 “그(바이든)는 배상에 관한 연구를 지지할 것”이라면서도 “당장은 구조적 인종차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먼저) 조치를 취하기 원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당시 위원회 구성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직접 보상금을 지급하는 데 대해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비판 의견이 나온다. 

배상 대상부터 배상 규모 및 방식, 비용 부담 대상 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인 짐 클라이번 의원은 지난해 언론매체에 “순수한 배상은 실현 불가능하다”며 노예제가 폐지된 지 150년이 지났고 광범위한 가계도 때문에 누가 보상금을 받을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백인이 과거 노예들과 친족 관계라고 주장하며 배상을 요구하는 식이다. 

“그것(직접 배상)이 공정한 방법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클라이번 의원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우선 인종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할 몇 가지 방법을 찾는다면 이 문제(인종 불평등)를 다룰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