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 “바이든 행정부 대중정책은 전략적 인내+새 접근”

한동훈
2021년 01월 27일 오전 9:00 업데이트: 2021년 01월 27일 오후 5:46

미국 백악관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정책에 있어 전략적 인내를 가지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각) 백악관 언론브리핑에서, 시진핑 중국공산당(중공) 총서기가 다보스 아젠다 회의에서 한 발언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은 지난 몇 달간 그대로였지만, 더 이상은 아닐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중국은 지금 우리의 안보와 번영, 가치에 중대한 방식으로 도전하고 있고 이는 미국의 새로운 접근을 요구한다”며 “우리는 일정한 전략적 인내를 가지고 접근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적 인내를 통한 접근’의 목표는 불공정한 무역 관행과 미국의 데이터에 대한 “더 나은 방어”라고 사키 대변인은 설명했다.

시진핑은 오는 5월 다보스포럼에 앞서 25일부터 열린 온라인 아젠다 회의에서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다자주의와 인류운명공동체를 강조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시진핑이 국제무대에서 한 첫 공개 연설이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인내’ 단어를 재차 언급했다. 그녀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대응에 관한 질문을 받자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인내의 접근에서 출발한다”며 “동맹과 협의하고 민주·공화당과 협의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주도의 다자주의를 표방했다. 트럼프 이전,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국제질서를 복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많은 전선에서 중국의 경제적 월권을 중단시키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그 수단으로 “동맹 및 파트너와의 협력”을 언급했다.

시진핑, 다보스포럼 아젠다 회의 발언

시진핑은 다보스포럼 아젠다 회의 연설에서 중공 정권은 외부의 압력과 상관없이 당분간 방향성을 바꿀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그는 ‘트럼프’라는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강경한 대중 정책, 중국의 기술 도용에 대한 단속과 제재, 미국의 대중국 제조업 의존도 축소 등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대중 정책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대결은 우리를 막다른 골목으로 이끌 것”이라며 “과거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 각국은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며 팬데믹에 따른 피해 복구와 기후변화 같은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은 또 “새로운 냉전을 시작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거부, 위협하고 자발적으로 디커플링(탈동조화)하고 공급을 중단하고 제재를 가하고 고립과 소외를 조성하는 것은 세계를 분열과 대립으로 몰아넣을 뿐”이라고 했다.

중공 관영매체들은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이 중공에 불리한 정책을 내놓는 등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난하며 시진핑의 발언을 거들었다.

그러나 국제적인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중공 바이러스 팬데믹 해결을 위한 투명한 정보 공개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부인하는 게 중공의 모순적인 현실이다.

이에 대해 중국 문제 전문가 탕징위안은 “중공 정권은 바이든 행정부를 ‘약한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탕징위안은 “시진핑은 다자주의와 국제 법치주의 옹호 주장을 통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한다”면서 중공이 바이든 취임 직후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관리 28명에 대한 제재 방침을 밝힌 것을 언급했다.

또한 23일과 24일 연이어 폭격기와 전투기를 출격시켜 타이완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한 것을 예로 들면서 미국 대만 관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무르게 대응한다면 약한 경쟁자임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탕징위안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적대행위를 비난하면서도 대만과 관련해서는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온건한 메시지를 담았다며 한동안 방향 전환은 없겠지만 결국 대중 정책에 있어서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사에는 에바 푸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