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 “동성 커플 위탁부모로 받아주지 않아도 된다”

2021년 06월 18일 오전 11:26 업데이트: 2021년 06월 18일 오전 11:26

미국에서 민간위탁 양육기관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커플을 위탁부모로 받아주지 않아도 된다는 연방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연방대법원은 17일(현지시간) 천주교 필라델피아교구 운영 위탁양육기관인 ‘카톨릭소셜서비스’(CSS)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9대 0 만장일치로 이같이 판결했다. 

대법관들은 필라델피아시가 종교적 사유로 미혼커플 또는 동성커플을 위탁부모로 받아주지 않는 CSS와의 계약을 거부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시의 조치는 종교적 신념을 위반하여 동성커플을 위탁부모로 인증하거나 사명을 축소하도록 강요함으로써 CSS의 종교 행위에 부담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위탁양육기관이 동성커플을 위탁부모로 지정하지 않는 한 계약을 거부한 필라델피아시의 조치는 헌법상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며 엄격한 심사(strict scrutiny)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적시했다.  

CSS 측은 “결혼은 남자와 여자 사이의 신성한 결속”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이런 결혼관을 토대로 동성커플 또는 미혼커플을 위탁부모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다만 동성애자 개인은 위탁부모로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CSS의 인증을 받은 동성커플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며 만약 인증했다면 동성커플을 위탁부모로 받아들인 시(市) 내 위탁기관 20여 곳 중 1곳이 됐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CSS가 50년 동안 이 같은 종교적 믿음을 유지하면서도 아동위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와 성공적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시 당국은 CSS가 동성커플을 위탁부모로 받아주지 않는 건 계약상 차별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 아동위탁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에 로버츠 대법원장은 “계약상 차별금지 요구사항은 CSS의 종교 행사에 부담을 행사하며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가장 엄격한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엄격한 조사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선 법률 또는 정책이 정부의 강력한 이익에 의해 정당화돼야 한다. 대법원은 시 당국의 조치가 이런 강력한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대법원은 종교적 믿음에 근거해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이들을 위한 법적 보호 조치를 마련했다.  

이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관심을 끌었다. 

당시 법무부는 시 당국이 CSS의 종교적 신념에 대한 위헌적 적대감을 표출했다고 주장하며 참고인 의견서를 제출했다. 법무부는 이런 조처를 ‘종교 행위에 반하는 용납할 수 없는 차별’이라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 진보 싱크탱크인 운동진흥프로젝트에 따르면 현재 11개 주에서 주정부 승인을 받은 위탁양육기관이 종교적 사유로 동성커플을 위탁부모로 받아주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