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장관 “시리아 철수 미군, 이라크 서부로 재배치”…ISIS 부활 방어

잭 필립스
2019년 10월 21일 오후 4:28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36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시리아에서 철군한 미군 병력을 이라크 서부로 배치해 방위를 지원하고 이슬람 무장단체(ISIS)의 부활을 막기 위해 작전을 계속 수행한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아프가니스탄을 향하는 도중 19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시리아 주둔 미군을 이라크로 이동시키는 이유에 관해 이 같이 밝히며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미군 철수는 빠른 속도로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그는 “우리가 철수를 완료하면 지금과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병력이 시리아에서 이동하는데 몇 주가 걸릴 것이며, 항공기와 지상 수송대가 동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은 5000여 명 규모다.

AP 통신은 “중동 지역 주둔 미군을 국내로 귀환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빠른 시일 내에 실현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더 이상 전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할 수 없다면서 “이제 말도 안 되는 끝없는 전쟁에서 벗어나 우리 병사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라고 말했었다.

미국 버지니아 주 알링턴 펜타곤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는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 2019. 8. 28. | Alex Wong/Getty Images

지난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터키 대통령을 만나 시리아 부동부에서 터키군과 쿠르드군의 5일간 휴전에 합의했다.

쿠르드족이 이끄는 시리아민주군 키노 가브리엘 대변인은 유로 뉴스(euronews)와 인터뷰에서 5일간 휴전으로 인해 쿠르드족이 시리아-터키 접경지역에 위치한 라스 알-아인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시킬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 또한 이 지역에 “전반적으로 휴전이 지속되고 있는 것 같고, 현장에서 전선이 안정된 것을 볼 수 있다. ……간헐적으로 발사 보고를 받는다”고 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번에는 미국 동맹국들이 약속을 지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20일 터키 아나돌루 통신은 전했다.

터키는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동부와 터키 국경 사이에 폭 30㎞에 이르는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터키군이 안전지대의 관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과 터키가 발표한 공동성명에 따라 안전지대의 관리는 터키군이 맡게 됐다. 회담 후 터키 정부 관계자는 “정확히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터키 지원을 받는 시리아 병사가 시리아 라스 알 아인 인근을 걷고 있다. 2019. 10. 19 | Aboud Hamam/Reuters=Yonhapnews(연합뉴스)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쿠르드족과 터키군 양측이 서로 휴전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교전을 벌였다고 19일 보도했다.

미국의 시리아 철수를 반대하는 이들은 미군 철군이 터키의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쿠르드족에 대한 인권유린 및 ISIS의 부활을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응해 터키 대통령에게 쿠르드족에 군사 공격을 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세계를 실망시키지 말라”는 내용의 백악관 서한을 발송했다.

또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미국은 터키에 파견단을 보내 쿠르드 민병대원들이 시리아 북부에서 안전하게 철수하게 하는 조치로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터키의 공격으로 궁지에 몰린 쿠르드족은 ‘독립국 건설’의 꿈을 접고 시리아 정부군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후 터키와 쿠르드족은 유프라테스강 서쪽 요충지 만비즈에 병력을 집결해 대치 상태였다.

9일간의 교전으로 시리아 북부에서 민간인 218명이 숨졌으며, 650명 이상이 부상했다. 전쟁을 피해 대피한 피란민은 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합의 발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터키에서 대단한 뉴스가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감사한다.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할 것”이라고 게재했다.

터키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반군이 터키 산리우르파 주의 국경도시 아크카칼레에서 시리아로 건너오기 전 대응하고 있다. 2019. 10. 12 | Kemal Aslan/Reuters=Yonhapnews(연합뉴스)

한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이 이끄는 미국 정치인 대표단이 20일 시리아 남쪽 접경국이며 동맹국인 요르단을 방문했다. 대표단에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을 비롯한 7명의 민주당 의원과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의 맥 손베리 공화당 의원이 펠로시 의장을 따랐다.

펠로시 의장은 요르단 지도자 압둘라 2세 국왕을 만나 “터키의 침공으로 시리아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지역 안정에 미치는 영향과 난민 유입의 증가 및 ISIS·이란· 러시아의 개입 위협 등 이 지역 안정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가졌다”고 19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포스트(WP)는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정책을 공격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을 날아갔다고 20일 보도했다. WP는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외국 방문을 활용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