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홍콩 에포크타임스 인쇄소 괴한 ‘해머 테러’ 규탄

한동훈
2021년 04월 14일 오전 10:41 업데이트: 2021년 05월 21일 오전 1:45

미국 정부가 홍콩 에포크타임스 인쇄소 습격사건을 “독립언론을 침묵시키려는 공격”이라며 비난했다.

13일(현지시각)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 홍콩판 에포크타임스 인쇄소에 복면을 한 괴한들이 침입해 인쇄장비를 파손한 사건을 규탄하고 홍콩 당국에 조사를 촉구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국무부는) 에포크타임스 인쇄소에 대한 공격을 비난한다. 홍콩 당국은 가해자를 철저히 조사하고 사법처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미국은 독립언론과 언론인을 입막음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언론 자유를 옹호하며, 전 세계의 정보와 아이디어에 대한 더 자유롭고 폭넓은 접근을 지지한다. 표현의 자유는 투명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에포크타임스 홍콩지사 인쇄소를 침입한 괴한들이 망치를 휘두르며 장비를 부수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 에포크타임스

지난 12일 오전 4시 52분께 에포크타임스 홍콩판 인쇄소에는 괴한 4명이 침입해 해머를 휘두르며 장비를 부수고 건축 폐기물을 흩뿌렸다. 괴한 중 1명은 흉기가 든 비닐봉지를 들고 직원들을 위협해 직원들이 나머지 일행의 난동을 저지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사건으로 다수의 인쇄 작업용 컴퓨터가 손상되고 종이신문을 인쇄하는 윤전기 등에 폐기물이 섞여 들어가 신문 인쇄가 중단됐다.

홍콩은 한때 아시아 지역에서 자유를 상징하는 도시였지만 1997년 통치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언론 표현의 자유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 2002년부터 18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서 첫해 18위를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나타내다 2020년 80위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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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 Mandel Ngan/POOL/AFP via Getty Images

홍콩기자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6월경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민주화 요구 시위 당시, 취재 과정에서 경찰의 언어·신체 폭력을 경험한 언론인은 141명에 달했고 수십 명의 언론인이 부당한 처우로 활동이 위축됐다.

중국의 공산 정권은 당초 영국과 홍콩반환협정을 맺을 때 오는 2047년까지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과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은 이미 지난해 철저하게 깨어졌다.

베이징의 공산당 지도부는 작년 7월 홍콩판 국가안전법을 강행하며 홍콩 민주화 인사들과 독립언론에 대해 대대적 탄압을 예고했다. 이후 대표적 독립언론의 하나인 빈과일보 사주 지미라이 등 수십 명의 언론인을 체포했다.

또한 베이징 지도부는 지난 3월에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진영의 우려를 무시하고 홍콩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애국자의 통치’를 주요 골자로 민주파를 애국자가 아닌 것으로 규정해 입법회(의회 격)에서 몰아내는 방안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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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12일 에포크타임스 홍콩판 종이신문을 인쇄하는 인쇄장비에 뿌려진 건출 폐기물 파편들. | 아드리안 위/에포크타임스

에포크타임스 홍콩판 인쇄소에 대한 습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8개월 전인 2019년 11월에는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한 괴한 4명이 윤전기 2대에 불을 지르고 도주했다.

범행을 저지른 괴한들에 대한 경찰 수사는 현재까지 별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방화 사건 발생시점은 법원이 홍콩 민주화 활동가들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기 불과 며칠 전이었다. 이 때문에 단순한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특정 세력이 독립언론을 입막음해 판결에 대한 비난 여론을 약화하기 위한 의도적인 공격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같은 해에 홍콩의 한 대형 프렌차이즈 편의점이 에포크타임스와 협력 계약을 별 이유 없이 철회했다. 국경없는기자단의 세드릭 알비아니 동아시아국장은 이와 관련해 에포크타임스에 “이번 철수에 대한 중국 당국의 압박 외에는 어떤 이유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에포크타임스 홍콩판 대표인 궈쥔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습격도 단순한 범행이 아니라 어떤 활동을 앞두고 언론보도를 차단하기 위한 사전 공작일 수 있다”며 “최근 몇 달 동안 홍콩판 기자와 직원들이 미행당한 일이 자주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