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톈안먼 희생자 잊혀질 수 없어, 중공 추궁할 것”

강우찬
2022년 06월 4일 오후 5:23 업데이트: 2022년 06월 4일 오후 6:59

미국 정부가 6·4 톈안먼 학살 33주년을 맞아 성명을 내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중국 공산당의 만행을 비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각) “33년 전 톈안먼 광장과 인근에서 민주화를 요구한 시민들이 유혈 탄압을 당했다”며 피해자들의 용기와 노력은 잊히지 않을 것이며, 미국은 중국 공산당의 악행을 계속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1989년 4월부터 학생, 노동자, 각계 인사들이 베이징 톈안먼 광장을 비롯한 전국 여러 대도시에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부정부패 관리 처벌 등을 요구하며 자발적으로 항의 집회를 개시했다.

톈안먼 광장에 많은 시민이 모여든 가운데, 같은 해 6월 3일 밤부터 4일 낮까지, 중국 공산당의 계엄부대는 맨손의 시위대를 상대로 탱크와 총칼을 앞세워 진압 작전을 수행했다. 심지어 시위와 무관한 행인들도 서슬 퍼런 총칼을 피해 가진 못했다. 이 사건은 ‘톈안먼 시위’ 혹은 ‘톈안먼 사태’, ‘6·4′ 등으로 불리지만, 비무장한 민간인이 대량 살상됐다는 점에서 ‘6·4 학살(massacre)’로 통용된다.

중국 공산당 당국은 이후 중국은 물론 당시 영국의 속령이었던 홍콩에서도 이 사건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추모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국 역사에서 지우려 한 것이다.

블링큰 장관은 성명에서 “내일 우리는 수만 명의 민주화 시위대가 민주주의 이행과 비위 관리 처벌, 자유와 법치를 외치며 평화롭게 모여든 베이징 톈안먼 광장 학살(massacre) 33주년을 맞이한다”며 “50일간 이어졌던 시위는 1989년 6월 4일 중화인민공화국(중공) 군대의 잔혹한 공격으로 급작스럽게 끝났다. 수많은 사람이 투옥됐고 사망자 수는 오늘날까지 여전히 알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용감한 사람들의 노력은 잊히지 않을 것이다. 매년 우리는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위해 나선 이들을 기리며 경의를 표한다. 많은 사람이 더는 목소리를 낼 수 없지만, 우리와 세계 각지의 많은 사람이 계속해서 그들을 대신해 민주주의와 개인의 권리를 위한 평화적 노력을 지지해왔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홍콩의 자유와 법치가 억압받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성명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홍콩에서 계속 메아리치고 있다”며 “중공과 홍콩 당국은 톈안먼 광장 대학살을 추모하기 위한 (홍콩인들의) 연례 집회를 금지해 그날의 기억을 억누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콩·신장·티베트에서의 만행을 포함해 중공의 잔학행위와 인권침해를 계속 추궁하고 알려 나갈 것이며, 중국 국민들과 불의에 맞서 자유를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6·4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1989년 6·4 학살 이후 홍콩인들은 매년 6월 4일 홍콩 빅토리아 파크에 모여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어왔다. 그러나 2020년 중국 공산당이 국가안전법 제정을 강행하면서 추모행사가 중단됐다.

또한 홍콩 경찰은 2020~2021년에는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6·4 학살 추모행사를 금지했다. 이에 시민들은 도심 곳곳에서 촛불을 켜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경찰은 올해도 6·4 학살 추모 시위를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3일 밤 11시부터 5일 오전 30분까지 아예 빅토리아 파크 일부를 봉쇄해 시민들의 출입을 차단했다.

한편, 바다 건너 대만 타이베이에서는 중화권에서는 유일하게 4일 오후부터 6·4 학살 추모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행사 관계자들은 전날 성명을 내고 중국 공산당을 향해 “톈안먼 사태의 역사적 사실을 성실한 자세로 직시하고 정치개혁(민주화)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중국 민주화 운동 단체인 ‘인권관찰’은 3일 성명을 통해 6·4를 추모하려는 개인과 단체를 괴롭히는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고, 학살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