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중국 관영매체 4개사 ‘외국정부 산하기관’ 추가 등록 “선전·선동기관”

캐시 허
2020년 06월 23일 오후 3:02 업데이트: 2020년 06월 23일 오후 4:22

미 국무부가 중국 관영매체 4곳을 추가로 ‘외국정부 산하기관’으로 지정했다. 이들 매체가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선전·선동기관으로 규정한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22일(현지 시각) 중국 관영매체인 중국중앙(CC)TV, 중국 최대 미디어그룹인 중국신문망(CNS),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그 자매지인 영어신문 환구시보 등이 외국정부 산하기관으로 지정됐다고 보도했다.

모건 오타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서구 언론은 진실에 책임을 지지만 중화인민공화국 언론은 중국 공산당에 책임을 진다”며 이들 매체가 공산당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다고 밝혔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 2월에도 신화통신과 중국 국제라디오(CRI), 중국일보, 중국 글로벌 TV 네트워크(CGTN) 등 미국에서 영업하는 관영매체 5곳을 외국정부기관으로 지정했다.

외국정부 산하기관으로 지정되면 미국에 주재하는 다른 외교공관과 마찬가지로 직원과 부동산 등 보유 자산을 미 국무부에 신고해야 한다. 부동산 임대, 매매 시에는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오타거스 대변인은 이번 조치를 “해당 언론의 실체를 단순히 확인하는 것”이라며 미국 내 보도활동을 제약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과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미국에서 벌이는 미디어 활동의 투명성을 증진하는 조치”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중국 정권이 우한 폐렴(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을 은폐하고, 홍콩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대중 강경노선과 일치한다.

지난달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중국 언론은 미국 내 소요사태를 중점 부각시켜왔다.

관측통들은 중국 언론의 흥분한 어조는 미국과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위한 선전활동으로 해석해왔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 현지에서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관련한 중국인들의 반응이나 ‘전문가’ 분석을 인용하며 취재력을 기울이는 한편, 홍콩의 민주화 시위, 중국 내 소수민족이나 종교단체가 받고 있는 탄압 등 정권에 민감한 주제들은 회피하거나 검열하고 있다.

오타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016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당 소유의 언론은 당의 의지를 구현하고 당권을 보호해야 하며 그들의 행동은 당과 매우 일치해야 한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지난 10년간 중국 공산당이 관영매체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해왔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3월 2일 국무부는 신화통신, CGTN, 중국 국제라디오, 중국일보 등 중국 관영매체 4개사를 상대로 중국인 직원 수를 40% 줄이도록 하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관련 성명에서 “이들 기관은 독립적인 언론이 아니다”라며 “오래전 시행했어야 할 공평한 경기장 구축을 이루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우리의 목표는 상호주의”라며 “이번 조치로 중국 정부가 자극받아 미국과 다른 외국 언론에 대해 더욱 공정하고 상호적인 접근법을 택하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같은 달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3개 신문사의 미국인 기자 10여 명을 추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