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하원, 서열 3위 리즈 체니 의장직 박탈…“당 통합 방해”

이은주
2021년 05월 13일 오후 12:55 업데이트: 2021년 05월 14일 오후 5:34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발언을 이어온 리즈 체니 하원의원이 공화당 하원 서열 3위로 꼽히는 의원총회 의장직에서 축출됐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12일(현지시간) 투표를 통해 체니 의원의 당직을 박탈하기로 결정했다. 

체니 의원은 이날 해임 결정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을 막는 데 힘쓰겠다는 결의를 다지면서도 동료 공화당원들에게 배신감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체니 의원은 “전직 대통령이 다시는 대통령 집무실 근처에 오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이어 “국가는 보수주의 원칙에 근거한 강력한 공화당을 필요로 한다”라며 이를 위해 싸움을 이끌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체니 의원은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맏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탄핵소추안에 찬성 투표한 그녀는 이후에도 트럼프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다. 

이번 축출 결정에 따라 공화당 하원은 새 의장을 뽑아야 한다. 새 의장에 대한 투표가 언제 이뤄질지는 확실하지 않다. 

체니 의원을 대체할 후보로는 엘리스 스터파닉 의원이 거론된다. 이날 표결에 앞서 공화당 하원 서열 1, 2위인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와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총무는 스터파닉 의원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스터파닉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의원총회 의장직에 선출되기 위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몇 주간 매카시 대표를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는 체니 의원에 대한 지도력에 의구심을 제기해 왔다. 트럼프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면서 당내 통합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매카시 대표는 지난 10일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체니 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안에 찬성했기 때문에 축출 움직임이 촉발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다만 공화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하려는 가운데 체니 의원이 당의 공식 노선과는 다른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우리의 초점이 2022년 하원 (다수당)을 되찾고 미국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내 희망이었다”면서 공화당에 대한 주류 언론의 공격에도 “여전히 (하원 탈환의) 좋은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불행하게도, 과거를 회상하며 보내는 매일은 우리가 붙잡아야 할 미래의 하루를 잃는 것과 같다”며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의 단합을 촉구했다. 

체니 의원은 축출 결정 전 공개 성명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공화당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그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험한 인물로 규정하고 그를 “반(反)민주적”이라면서 비판에 열을 올렸다.

체니 의원은 이번 표결에서 트럼프 탄핵안에 찬성했던 의원 몇 명을 제외하곤 당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다. 

미트 롬니 상원의원은 “리즈 체니 의장을 공화당 지도부에서 축출하는 것은 공화당에 유권자 한 명을 얻게 하지는 못하지만 이에 대한 비용이 꽤 들 것”이라고 말했다. 롬니 의원은 트럼프 탄핵 당시 체니 의원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체니는 우리 나라에도 좋지 않고 자신에게도 나쁘다”라며 체니 의원이 지역구로 있는 와이오밍주의 유권자들은 그녀가 축출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에포크타임스는 하원 원내대표실에 이번 결정에 관한 논평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