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개미들, 다음 목표는 은(銀)…“세계 최대 숏스퀴즈” 추진

한동훈
2021년 02월 1일 오전 11:00 업데이트: 2021년 02월 1일 오후 2:18

월가의 헤지펀드에 맞서 ‘공매도 척결’ 운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이 다음번 숏 스퀴즈 목표로 은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투자 토론방인 ‘월스트리트베츠’에는 세계 최대 은 거래 펀드인 ‘아이셰어스 실버 트러스트'(iShares Silver Trust·SLV) 펀드를 이용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토론방의 한 회원은 “은 시장은 세계에서 조작이 가장 심한 시장 중의 하나”라며 은 공매도 세력에 대한 숏 스퀴즈는 대단한 사건이 될 것”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수많은 은행이 실질 인플레이션을 은폐하기 위해 금과 은을 조작한다는 걸 우리는 안다”며 “산업적으로나 통화 측면에서 채무상환 목적의 화폐 발행(debt printing)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첫 번째 수단인 은에 유리했던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세계 최대 숏 스퀴즈”라는 이름도 붙여 다른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반면, 토론방 지도부는 SLV펀드를 이용하면 헤지펀드 시타델에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며, 구매하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다(아래 이미지).

시타델은 게임스탑 사태를 초래한 헤지펀드 멜빈 캐피탈의 주요 투자자다.

CITADEL IS THE 5TH LARGEST OWNER OF SLV, IT’S IMPERATIVE WE DO NOT "SQUEEZE" IT. THESE ARE HEDGE FUNDS BOTS SPAMMING AWARDS from wallstreetbets

게임스탑 주식을 계속 매수해 보유할 것을 요청하는 회원들도 있다.

숏 스퀴즈는 주가가 상승할 때, 숏 포지션(공매도)을 했던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수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게임스탑, KOSS, AMC 등 쟁점이 된 주식 매수가 각종 플랫폼에 의해 제한되면서 헤지펀드나 로빈후드 같은 주식거래 플랫폼에 의한 담합이 있었는지 미국 사회의 의구심이 치솟는 상황에서 나왔다.

미 연방의회와 주의회에서도 헤지펀드와 주식거래 플랫폼에 대해 조사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로빈후드 최고경영자(CEO)인 블라디미르 테네프는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비판을 “음모론”이라고 쏘아붙였다.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탑의 주가는 1월 초부터 무려 1천625%나 치솟았다.

이번 랠리를 이끈 주역들은 “지난 10개월 동안 (중공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집에 갇혀 있었다”고 밝힌 개인투자자들이다.

많은 사람은 월스트리트베츠 같은 온라인 주식투자 토론방에 모여 주식 투자를 논의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로 거액을 벌어들이던 헤지펀드와 기관투자자들에 대한 반발로 해당 종목을 매수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을 중심으로 규합한 개인투자자들이 은 시장에서 또 한 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린다.

블룸버그 통신은 ‘가디언 볼트’의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 존 피니를 인용해 “레딧 토론방에 참여한 사람들이 개별 주식의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은 시장 규모와 토론방 투자자들이 목표로 삼고 있는 기업의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단기 자금 조달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피니 매니저는 “은 시장의 총액은 너무 크고 토론방 회원들은 대부분 단기 이익을 원하기 때문에, 나는 큰 비중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반면 새로운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예측도 있다.

유로 퍼시픽 캐피털의 CEO 피터 쉬프는 “레딧의 약탈자들은 은 주식으로 관심을 돌린 것 같다”며 “그들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 은 주식은 실제로 싸고 투자 가치가 있다. 일부 투자자들이 어리석게도 이러한 주식을 줄였다는 사실이 그들의 거래를 더욱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형 은 거래딜러들은 재고 부족을 호소하고 있어 후자 쪽의 예측이 맞아떨어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