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분쟁 장기화에 ‘줄서기’ 고민 깊어지는 세계 각국

미국이 공정거래 강조하고 중국이 군사대국 표방하면서 모순 심화

크리스 스트리트
2019년 11월 18일 오전 9:10 업데이트: 2021년 05월 21일 오전 1:51

뉴스분석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쟁적 교착상태가 장기화 되면서 45개 중강대국이 무역 및 외교 정책에서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 고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양국의 경제력은 세계 총생산의 약 2/5를 차지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미중의 군비 경쟁도 높아져 2018년 세계 군사비 지출액은 미국이 1위, 중국이 2위로 두 나라 지출액을 합치면 상위 15개국 국방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신세계 질서’는 이제 주요 2개(G2) 강대국의 대립으로 장기화 될 전망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미국과 중국은 상호 경제 및 안보 협력의 시대에서, 상호 이익이 있을 때만 협력하는 시대(a period of co-opetition)로 전환했다”고 진단했다.

강대국과 약소국 중간의 ‘중강대국’(middle powers)의 지정학적 정의는 ‘어떤 강대국의 지원이 없어도 강대국의 압력에 저항할 수 있는 나라’다. 미국 국제문제 전문지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따르면 아시아 전문가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지난 20년 동안 미중 관계를 3단계로 접근했다.

2001-2008년 초기 단계에서 중강대국은 어느 편에 설지 선택할 필요가 거의 없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국제 경제 무대에 등장할 때 미국은 세계화의 주창자였다. 미국이 중국의 경제 성장에 기여하며 국제무대에서 좀 더 책임 있는 이해당사국이 되도록 촉구하는 동안 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 같은 중강대국은 미국과는 외교 및 군사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과는 무역 및 투자 관계를 증진해 나가는 데 본질적인 갈등이 없었다.

2단계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2016년 오바마 정부 말기까지다. 이 시기 중국의 국내 총생산(GDP)은 미국 GDP의 약 35%에서 60%로 급성장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수출국이 됐고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솟았다. 중국은 경제 성장을 이끌어 갈 주요 정책으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계획을 출범시키며 자본 집약적 산업을 추진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의 긴요한 ‘기후변화 해소 및 거시경제 안정 유지’ 전략에 협력하는 중국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양국이 경제와 기술 분야에 상호의존하고 있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속하게 육·해군을 현대 무기로 무장하는 것이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활하는 길”이라고 선언하자 중강대국은 점점 불안에 빠져들었다.

중강대국과 관련해 호주 국립대(ANU) 휴 화이트 교수가 2012년 그의 저서 <차이나 초이스(China Choice)>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화이트 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라이벌로 만들지, 파트너로 삼을지 선택의 기로에 서서, 미국이 중국을 밀쳐 내거나 아시아에서 물러나는 게 아니라 중국의 야망을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아시아에서 독식해 온 힘과 리더십을 재분배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러한 ‘아시아 주도권’ 다툼에 대한 화이트 교수의 주장은 논란을 일으켰다. 화이트 교수는 이 과정에서 호주는 워싱턴 아니면 베이징과 제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이트 교수의 논리는 다른 중강대국들, 특히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자유롭게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악화하리라 전망했다. 미국은 쇠퇴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의 안보에 필요하고, 중국은 부상하고 있기에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중강대국의 잠재된 불안감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중강대국이 2019년 미중 관계의 3단계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홍콩과 대만을 통치권 아래 두기 위해 압박을 강화하는 등 중국의 전략적 의도에 따른 주변국의 불안감이 커졌다. 현재 미국 행정부는 국제기구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표명하고 무역에서 쌍방의 공정 거래를 강조하기 때문에, 일부 동맹국들로 하여금 국제적 문제 해결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품게 했다.

호주의 싱크탱크 로위연구소 보니 블리 연구원은 아시아태평양 중강대국들이 유엔 투표에서 서로 자유무역협정을 확보하고, 공동 군사훈련을 실시하며, 중·약소국들과 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시아태평양 중강대국은 미중 분쟁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국영 화웨이와 ZTE 등 기술 대기업이 전 세계로 뻗어감에 따라 유럽 중강국들은 중국이 개발한 5G 통신망과 미국의 자금 지원을 받는 노키아, 에릭슨과 같은 유럽 경쟁사들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서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라는 압박을 점점 더 받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계속되는 미중 분쟁 속에서 두 강대국과 균형 잡힌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에서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는 “호주는 우리의 운명을 그냥 앉아서 수동적으로 강대국의 경쟁 결과에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이트 교수는 호주가 전 세계적으로 책임 있는 중강대국이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요한 강국으로서 미국 편에 서서 미국과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모리슨 총리는 마오쩌둥의 문화혁명 권고를 패러디해 “호주 같은 중강대국들이 ‘두 발로 걸어야 할 때'”라며 미중 분쟁에서 양자택일의 시각을 거부하고 “국익 최우선을 고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Chriss Street는 거시경제학, 기술, 국가 안보 분야의 전문가이며, 여러 회사의 CEO를 역임했다. 1500여 편의 출판물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사우스 캘리포니아의 몇 개 대학에서 대학원 강의를 맡고 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