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전화 통화’ 진실공방…왜 이런 일 생겼나?

홍콩=Si Majing, China News Team
2019년 08월 30일 오후 3:04 업데이트: 2019년 09월 1일 오전 4:52

미국과 중국은 과연 무역 협상을 재개하는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 측에서 무역 협상 재개를 요청했다고 밝히면서 양국 사이에 다시 훈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중국 측 주요 관계자와 언론이 이를 부인하고 나서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의에 앞서 “중국 관리들이 어젯밤 우리 무역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협상테이블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말을 했다면서 “그들은 진정으로 협상하고 싶어 한다. 이는 세계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긍정적이다”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또 “이것이야말로 시진핑 주석이 위대한 지도자인 이유”라며 찬사를 보냈다. 최근 시진핑을 ‘적’으로 규정했던 것과는 큰 온도차다.

하지만 곧바로 중국 관영 환구시보 후시진(胡錫進) 편집장은 트위터에 “실무진에서 중국과 미국이 서로 연락하고 있지만, 미·중 무역협상 고위급 회담 대표가 최근 전화통화를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말한 주말 통화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라고 못박고, “중·미 간 무역협상에 대한 이견은 마땅히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라며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비난했다.

그러자 다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부총리(vice chairman)가 나와 합의를 원한다고 말했다”라고 밝히고,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므누신 재무부 장관에게 전화한 사실을 공개했다. 환구시보 편집장이 실무진 선에서만 대화가 오갔다는 반박에 대해서도 “부총리가 합의를 원한다 했는데 시 주석 말고 누가 중국 부총리보다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가”라고 대응했다.

이에 대해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류허 부총리를 서열 2위로 오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류허 부총리는 최고위직 중 한 명이지만 공산당 내 서열은 9위에 해당한다.

류허 부총리는 최근 미국과 중국이 서로 날 선 비난을 주고받는 가운데서도 대화를 최우선으로 여겨왔다. 실제로 G7 정상회의가 열린 26일, 류 부총리는 충칭에서 열린 제2회 국제 스마트 산업 박람회에서 “협상과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며 무역협상을 원만하게 풀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부 권력 투쟁으로 혼선 빚는 무역협상

26일 시진핑 주석은 중앙재정경제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산업망을 업그레이드해 경제 현대화를 추진할 것을 주문하면서도 무역 전쟁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관영 신화사는 “회의에서 (시진핑이) 각 지역경제의 우세를 상호 보완하여 높은 수준의 발전 구역의 경제구조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역량을 집중하여 산업기초의 고급화, 산업고리의 현대화 공략전을 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 회의에는 중앙재정경제위원회 부주임인 리커창 국무원 총리, 중앙서기처 서기 왕후닝(王滬寧) , 한정(韓正) 국무원 부총리가 회의에 참석했다. 또한, 중앙제정경제위원회 위원과 국가기관 관련 부처 책임자들이 중국공정원의 관련 보고를 청취했다.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시진핑이 주재한 중앙재정경제위원회는 목전의 난제인 ‘무역전쟁’이 당연히 주요 의제여야 했다. 그런데도 회의 내용에는 무역전쟁 관련 용어가 한 글자도 없었다.

이를 두고 중국 고위층 사이에 무역 전쟁과 관련해 불협화음이 존재한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이후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 공산당 고위층의 분열과 권력투쟁도 갈수록 심화됐다.

각종 보도에 따르면, 올해 4월 말과 5월 초 사이 류허 부총리와 미국무역대표가 베이징에서 열린 제10회 무역협상에서 협정 체결을 준비했으나 장쩌민 세력을 대표하는 한정 상무위원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후 장쩌민파 상무위원인 왕후닝이 중국공산당 선전부를 조종해 반미 선동에 앞장섰다. ‘투항파’를 비난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을 둘러싼 중난하이 고위층의 내부 권력투쟁 양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치열한 관세 공방전 이후 류허 부총리의 발언과 중국공산당을 대변하는 관영 언론과 엇갈린 발언. 더구나 시진핑이 긴급 소집한 중앙재정경제위원회 회의 연설에서 무역전쟁에 대해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은 점. 그리고 무역협상 재개 요청을 해 왔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중국 외교부와 후 편집장의 반응을 종합하면, 중국공산당 고위층의 분열이 국제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할 만큼 격렬해졌음을 유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