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점입가경 美 “위구르 인권이 문제”… 中 “인디언 처우 더 심각”

최창근
2021년 12월 8일 오후 4:03 업데이트: 2021년 12월 9일 오후 6:01

미국이 현실 문제 거론하자 중국은 과거사로 반격
美 신장위구르 문제는 제노사이드
中 미국 역사는 인디언의 피눈물이 맺힌 역사

미국의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선언 후 미국과 중국의 기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이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 문제를 거론하며 ‘잽’을 날리자 중국은 ‘인디언 문제’를 거론하며 ‘어퍼컷’으로 응수하는 형국이다. 미국이 ‘현실 문제’를 거론하자 중국은 ‘과거사’로 맞받아쳤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신장(新疆)위구르족자치구에서 행하는 지속적인 종족 학살(제노사이드)과 비인도적 범죄’를 언급하며 정부 차원의 베이징동계올림픽 참여 거부 이유가 중국의 인권 침해 문제임을 명확히 했다. 미국 조야(朝野)는 중국 정부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무슬림 소수 민족인 위구르족을 탄압하고 있다고 지속 비판해 오고 있다.

중국은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소수 민족 인권을 문제 삼은 것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월 6일, “미국 측은 신장위구르족자치구에 이른바 ‘종족멸절(제노사이드)’이 존재한다는 세기의 거짓말을 꾸며 냈다”고 했다. 그는 “‘종족멸절’의 모자를 미국에 씌우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면서 “미국 역사상 백인들이 인디언 원주민에게 범한 반인류적 죄행은 필설(筆舌)로 다 표현할 수 없으며 인류 역사상 추악한 범죄이며 벌써 사실상의 종족멸절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위구르족 등 중국 내 소수 민족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압박하는 미국에 대하여 중국 측은 ‘인디언 문제’를 거론하며 지속적으로 맞받아쳐 오고 있다.

지난 8월 4일, 화상으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왕이(王毅) 국무원 외교부장은 미·일 양국 외교 장관이 신장위구르, 홍콩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중국을 비판하자 추가 발언권까지 신청하며 반박했다. “예상대로 미국을 위시한 일부 국가가 다자 플랫폼(EAS 외교장관 회의)을 이용하여 중국 내정에 대하여 공격하고 먹칠했다. 해묵은 이야기는 반박할 가치도 없다. 아세안(ASEAN) 회원국들도 미국과 일본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지만 ‘대등 원칙’ 때문에 중국은 당연히 반박할 권리가 있다. 신장과 홍콩 문제는 중국 내정이고 당신들(미국과 일본)이 중국 내부의 일에 이래라저래라 하며 헛소문을 퍼뜨리는 것은 국제 관계 기본 원칙을 엄중히 위반한 것”이라 입을 연 왕이 부장은 화살을 미국으로 돌렸다. “미국이 인디언들을 마구잡이로 학살했던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종 학살이다.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를 낳았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반인륜 범죄이다. 도대체 미국의 양심과 신용은 어디에 있는가?”

유엔 총회장에서도 중국은 동일한 주장을 반복했다. 2021년 10월 4일,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신장·티베트 지역 소수민족 탄압 문제를 지적하는 토머스-그린필드(Linda Thomas-Greenfield) 주유엔 미국 대사의 발언에 ‘즉석 발언’을 신청하여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중국은 개별 국가가 유엔 플랫폼을 남용하여 고의적으로 대립을 일으키고 인권을 핑계로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 미국은 이런 노골적인 정치적 음모를 오늘날 통째로 계승하여 ‘거짓말 외교’의 옛 방법을 계속 답습하고 있다. 거짓말은 천 번을 반복해도 거짓말이다. 무수히 많은 명백한 사실이 증명하듯이 미국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완전히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근본적인 목적은 중국을 혼란에 빠트리고 중국의 발전을 방해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 왕쥔은 “미국은 인디언의 피눈물의 역사와 흑인 노예 착취사를 선택적으로 무시하면서 어두운 과거를 역사 속에 매장시키려 한다”며 ‘과거사’를 거론하며 미국을 비난하며 발언을 마무리 했다.

올해 들어 중국은 ‘관영 매체’를 활용하여 미국의 자국 내 인권 문제 제기에 적극 반박하고 있다. ‘인민일보(人民日報)’ 온라인 플랫폼 인민망(人民網)은 2021년 5월, ‘미(美) 인권 5대 죄상’이라는 연속 논평을 게재했다. ▲식민주의, 인디언 대학살 ▲인종주의에 신음하는 소수 민족 ▲여러 나라 국민을 도탄에 빠트린 전쟁 도발 ▲인도적 재앙, 간섭주의 ▲제 허물 감추기 급급한 이중 잣대 등 총 5편의 논평이다. 그 첫 번째 글에서는 미국 개척 시기 인디언 문제를 거론했다. 해당 글은 “‘인권 교관’을 자처하는 미국은 다른 나라의 인권에 대해서는 유언비어 날조를 즐기면서 자국이 저지른 제노사이드(인종청소) 범죄에 관해서는 좀처럼 반성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미국의 발전 궤적은 인디언의 피눈물 나는 역사이다. (중략) 200년 동안 미국의 식민 침략자들은 인디언의 유골을 밟고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자본주의 경제 대국을 이룩했다. 200년이 지난 후에도 인디언 원주민은 이 대륙에서 여전히 발언권이 없다. 인디언의 역사적 비극은 미국식 인권관의 ‘요체’가 타인의 인권을 약탈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것이라는 것을 시시각각으로 보여준다”고 썼다.

중국 외교관들의 발언과 관영 매체들의 논평은 중국이 자국 내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미국에 반격할 카드로 ‘과거사’를 택했음을 알려주는 유력한 방증(傍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