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엔’ 사카키바라 전 대장성 재무관 경고 “달러-엔 환율 170엔 넘을수도”

최창근
2022년 10월 26일 오후 8:14 업데이트: 2022년 10월 26일 오후 11:58

기록적인 엔저(低) 현상으로 일본이 패닉상태이다.

이 속에서 지난날 일본 외환 정책을 총괄하여 ‘미스터 엔(Mr. Yen)’으로 불렸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榊原英資) 일본 아오야마가쿠인(青山學院)대 교수가 “달러화 엔화 환율이 170엔을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월 26일, 사카키바라 에이스케는 미국 경제뉴스전문채널 CNBC 인터뷰에서 “일본 기업인들 대다수가 엔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상태로라면 170엔 돌파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일본이 미국과 달리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는 것이 엔화 가치 하락의 주된 요인이다.”라고 분석했다. 즉 미국 일본 간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엔화 매도세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는 일본은행이 결국 계속되는 인플레이션의 압력에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시기는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일본은행 총재 임기가 만료되는 2023년 4월 이후가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는 “2023년 경제 상황에 따라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될 경우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내년 말 긴축 기조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전망했다.

또한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계속 개입하더라도 그다지 효과가 없을 것이다.”라고 전제하며 “당국도 외환시장 개입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방법이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일본은행은 달러당 엔화 환율이 150엔 선을 돌파해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자 지난 21일과 24일 두 차례 이른바 ‘복면(覆面) 개입’에 나섰다. 복면 개입은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일컫는 일본식 표현이다.

앞서 사카키바라 에이스케는 지난 5월, 미국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올 연말경 엔화 가치가 140~150엔대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다.”라고 예측한 바 있다. 실제 최근 달러당 엔화 가치는 150엔을 넘어서며 3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일본 금융·통화 당국이 10월 21일 시장 개입에 나선 지 1시간 반 만에 엔·달러 환율은 144엔대까지 하락했다가 이후 147엔대 후반에서 거래를 마쳤다. 그러다 10월 26일, 오후 3시 20분 기준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는 147.84엔에 거래되고 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는 외환위기가 아시아 각국을 덮쳤던 1990년대 후반 일본 대장성(大蔵省·현 재무성) 재무관(국제 담당 차관)을 지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을 대체할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을 제의했으며 한국이 1997년 국제 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외환위기를 극복해가는 전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몇 안 되는 일본 고위 금융정책 담당자다.

대장성 관료 시절 강도 높은 시장 개입과 거침없는 발언으로 유명세를 탔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부 장관과 더불어 국제외환시장의 ‘3인방’으로 불리기도 했다.

외환 시장에 적극 개입하여 엔화 가치를 떡 주무르듯 한다 하여 ‘미스터 엔’과 더불어 ‘통화 차르’라는 별칭도 얻었다.

도쿄대 경제학부와 동(同) 대학원 졸업 후 재무성의 전신 대장성에 입성하여 1990년대 국제금융국장 등 요직을 거쳐 1999년 재무관(차관)으로 퇴직했다. 후임 재무관은 구로다 하루히코 현 일본은행 총재였다.

공직 퇴임 후 게이오대·와세다대 교수를 거쳐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