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폭행으로 한국서 대규모 시위? 중국판 틱톡 들여다보니

강우찬
2023년 03월 22일 오후 10:02 업데이트: 2023년 03월 22일 오후 10:02

한글 모르는 중국인 이용자 상대로 가짜뉴스
허위 정보로 선동…전문가 “우습게 볼일 아냐”

중국판 틱톡에 한국인 폭행 사건으로 주한미군 반대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것처럼 보이도록 한 영상물이 논란이 됐다.

미 매체 RFA에 따르면 틱톡의 중국판인 더우인 계정 ‘카이신먀오(開芯喵)’는 지난 13일 “한국인이 주한미군에게 폭행을 당했고 이 사건으로 유튜브에서 세계 각국 네티즌의 조롱을 받고 있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3분 44초 분량의 이 영상은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 장면을 배경으로 주한미군의 한국인을 폭행을 비난한 유튜브 댓글을 소개했다.

이 영상은 게재 이후 2만7천 건의 ‘좋아요’를 기록하고 900회 이상 공유됐다.

하지만 영상 어디에도 주한미군이 한국인 또는 누군가를 구타하는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영상에는 2편의 한국 언론 뉴스보도 영상이 사용됐는데, 역시 주한미군과 무관했다.

하나는 지난달 28일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민주노총 건설노조 시위였고, 다른 하나는 이달 6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가 벌인 강제동원 배상안 반대 시위였다.

한글을 모르는 중국인은 한국 도심에서 주한미군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것처럼 오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상에는 시위 장면을 배경으로 영어로 작성된 유튜브 댓글을 소개하고 아래에 중국어로 자막을 달았다.

그러나 이 댓글들은 지난해 12월 만취한 주한미군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뉴스에 달린 것으로 추정된다.

댓글에서 언급된 사건과 무관한 영상을 사용해 한국에서의 상황을 과장되게 보이도록 한 것이다.

이 밖에도 이 계정은 올해 중국이 미국에 20년간 빌려줬다가 올해 초 돌려받기로 했으나 최근 숨진 판다에 대해 “미국에서 학대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미국, 한국, 일본 등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비하하는 영상을 다수 게재했다.

그러나 대다수 영상은 5~10초 내외의 짧은 영상을 여러 개 이어 붙이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유튜브 댓글을 가져다가 일부 극단적 발언을 전체 의견처럼 보이도록 해 중국 네티즌의 과격한 반응을 유도하는 내용이었다.

틱톡은 세계 각국에서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빼내고 사용자를 감시하는 중국 공산당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 유럽연합( EU) 집행위원회, 캐나다와 일본 정부 등은 사이버 보안 위협을 이유로 정부 공용 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 내부에서는 중국과 갈등을 빚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등 주변국에 대한 부당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작용에도 일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문제 전문가 리닝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허위정보 유포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서 강한 중독성을 나타내는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직접 통제를 받는다는 짙은 의혹에 휩싸여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리닝은 “지난해 미국에서는 틱톡이 부정확한 주장을 담은 광고를 대부분 그대로 승인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포브스는 틱톡과 모회사 바이트댄스 직원들의 이력을 분석한 결과 최소 300명이 관영매체에서 일했다고 보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층 사이에서 틱톡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중국 공산당 정권이 각국의 여론, 선거에 개입할 여지도 늘어날 것”이라며 “틱톡에 떠도는 허위 혐오선동 영상을 우습게만 여길 일이 아니다. 어느 순간 그 영상이 중국 공산당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국가, 정부, 단체를 겨냥하는 칼날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