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선발대 아프간 도착, 카불서 탈출 작전 시작

한동훈
2021년 08월 14일 오전 10:11 업데이트: 2021년 08월 15일 오전 9:47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주재하고 있는 미 대사관 인력의 대피를 지원하기 위해 미군 3천명을 파견하기로 한 가운데, 병력 일부가 13일(현지시간) 아프간에 도착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말 내로 3천명 중 대부분이 현지에 도착할 것”이라며 선발대 도착 사실을 밝혔다.

미국은 전날 병력 3천명 파견 계획을 발표하면서, 아프간 방위가 아니라 미 대사관 인원 대피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달 말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수시킨다는 계획이다.

커비 대변인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 수도 카불을 고립시킨 뒤, 대가를 크게 치르지 않고 항복을 받아내는 방법을 쓰고 있으며, 미국은 아프간 정부가 더 강한 의지를 가지고 탈레반을 상대하기를 바라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병력 추가가 필요한 상황을 대비해, 4천500명에서 5천명의 병력을 카타르와 쿠웨이트에 대기하도록 했다. 카타르에 대기한 병력은 미군을 도운 아프간 현지인들이 탈레반의 보복을 피할 수 있도록 미국 비자 신청을 지원한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 | Alex Wong/Getty Images/AFP/연합

그러나 미국의 바람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이 철수시한으로 못 박은 8월 31일 수주전부터 아프간군은 붕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탈레반은 빠른 시간으로 아프간 곳곳을 정복하며 정부군을 압박해 오고 있다.

미 군사전문매체 스타스앤스트라이프스는 2007년까지 아프간 서부 헤라트에 배치됐던 미 육군 예비역 중령 숀 구스타프슨의 발언을 인용해 “헤라트가 지난 12일 탈레반에 의해 점령됐다”며 “아프간 참전용사들이 충격과 애통함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스타프슨 중령은 13일 현재 탈레반이 아프간의 3분의 2를 장악한 사실을 언급하며 “아프간 철수는 탈레반의 부활을 막기 위해 팔다리를 희생하고 생명까지 잃은 미군과 연합군 병사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미 국방부 커비 대변인도 탈레반이 움직이는 속도와 정부군의 미흡한 저항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미군의 철수 마감시한이 다가오면서 대담해진 탈레반이 13일 4개 지방의 주요 도시를 추가로 점령하자, 수도 카불에 사는 수백만 명의 아프간인들 사이에서는 곧 카불에 대한 공격이 임박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 탈레반의 공격을 피해 피난길에 오른 아프간 주민들 2021.8.12 | AP Photo/Sidiqullah Khan/연합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지만 8월 말까지 미군 철수를 완료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공화당과 미국 매파는 이번 철군 결정에 반발하며 의회 차원의 조사를 예고했지만, 백악관은 아프간 문제에 완벽한 해결책은 없으며, 철군은 최선의 조치라는 입장이다.

AP통신은 미 국무부가 탈레반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카불 공항에 도착하는 사람들을 위해 매일 대피 항공편을 운행하고 있지만, 미군이 훈련한 아프간군의 생존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영국과 캐나다 역시 자국민의 아프간 탈출을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했다. 영국은 600명을 보냈고, 캐나다는 특수부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규모는 전해지지 않았다.

/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