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관타나모 수용소 내 舊기밀구역 폐쇄…수감자 이송

하석원
2021년 04월 5일 오후 2:41 업데이트: 2021년 04월 5일 오후 10:20

미국 관타나모 수용소 내에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시설이 폐쇄되고 수감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송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군 남부사령부는 최근 성명을 내고 관타나모 교도소 내 독립시설인 캠프7를 폐쇄했으며, 수감자들을 기지 내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쿠바 남동쪽 관타나모만에 있는 해군 기지 내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부사령부의 관할 아래 있다.

남부사령부는 “캠프7 수감자들이 캠프5로 안전하게 이송됐다”면서 구체적인 인원과 이송 일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관타나모 교도소는 캠프1, 3, 4, 5, 5에코, 6, 7까지 총 7개의 별도 구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캠프7은 한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 시설이었다. 이곳은 2006년 미 중앙정보부(CIA)가 자체 비밀 구금 시설인 ‘블랙사이트(black sites)’에 가두고 있던 이들을 수감하기 위해 설치했으며, 심문 과정에 고문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7은 설립 후 초기 2년간은 존재 자체가 비밀이었으며, 공개 이후에도 정확한 위치 등 세부 사항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곳에는 ‘매우 가치 있는’ 수감자들이 갇혀 있으며, 수감자들은 이동시 눈가리개가 씌워져 시설의 위치를 알 수 없도록 하는 조치가 가해진다. 수감자들은 추후 석방되더라도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수감자 중 일부는 지난 2001년 9·11 테러에 가담해 전범으로 기소된 죄수 5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부사령부는 지난 2013년 새로운 교도소 건설을 위한 예산을 요청했는데, 정확한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캠프7을 교체하기 위한 예산으로 추정됐다. 캠프7은 건설 당시 영구적인 용도로 설계되지 않아 교체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캠프5는 2004년 문을 연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6년 미 공영라디오(NPR) 보도에 따르면 수용 인원은 100명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수용자가 적어 공간에 여유가 많이 있었다. 캠프7 수용자가 이곳으로 옮겨진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추진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다만, 꾸준한 이송 수감을 진행해 한때 242명이었던 수감자는 40명으로 줄어들었다.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해 테러 용의자를 민간 법정에 세우겠다는 것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신임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수용소 폐쇄를 위해서는 수감자를 미국으로 이송해 재판하거나 수감해야 하기 때문에 의회 승인 절차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