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월 소비자물가 8.5 % 급등…40년 만에 최대 상승폭

하석원
2022년 04월 13일 오후 10:06 업데이트: 2022년 04월 13일 오후 10:06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가 40년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다.

미 노동부는 12일(현지시각) 미국의 3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5% 급등했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8.4%)를 소폭 상회한 수치이며 지난 1981년 12월 이후 40년 만의 최대치다.

전월(2월)과 비교해도 1.2% 올라 월간 상승률 역시 2005년 가장 큰 폭을 기록했으며, 지난 6개월간 상승률은 6%를 넘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목표로 한 연간 2%를 훌쩍 넘어섰다.

항목별로는 에너지 부문이 32%, 식품은 8.8% 올랐다. 에너지는 지난 1월과 2월에 각각 26.9%, 25.5% 오르며 가파른 상승폭을 보였지만 3월에는 이마저도 넘어섰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6.5% 올랐고 전월(6.4%) 대비 0.1% 상승했다.

CPI 수치가 발표되자, 시장은 연준이 5월 금리 인상 움직임을 늦출 것으로 전망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선물가격이 상승하고 채권 수익률 하락을 예상하는 베팅이 이뤄졌다.

노동부에 따르면 인플레 상승을 견인한 품목은 식료품·주택·휘발유다.

3월 식료품 가격은 전월 대비 1.5% 상승했다. 휘발유를 포함한 에너지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공급 차질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3월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11% 올라 2005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휘발유는 18.3% 급등해 CPI 상승을 견인했다.

미국의 주택 가격은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다. 현재 미국 주택시장은 대호황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에서 집은 빌려서 사는 것이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급증했다. 이는 ‘생애 첫 주택구입’을 시도하는 이들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3월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5.0% 올랐으며, 전월(4.7%) 대비 0.3% 상승해 1991년 5월 이후 30년 만에 최고 상승폭을 나타냈다.

주택 가격이 뛰면서 임대료도 덩달아 뛰었다. 3월 임대료는 전년 동기 대비 4.44% 올랐고, 전월보다 4.17% 높아 2007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주택 관련 지출은 CPI 가중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전까지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중고차, 트럭 가격지수는 3월 3.8% 하락해 196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만 지난 1년간 중고차와 트럭 가격이 35.3% 상승해 가격 자체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앞서 미국에서는 지난 3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소 가라앉으며 미국의 2분기 CPI가 전년 동기 대비 7.6%, 전월 대비 5.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 예상치를 넘은 물가 급등세에 연준의 금리인상 역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지난 6일 공개한 3월 FOMC 회의록에서 위원 대다수가 3월 금리를 0.5% 인상하는 방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인상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0.25%로 결정됐으나, 인플레이션이 연간 목표인 2%를 훌쩍 뛰어넘은 상황에서 연준이 다음 달 FOMC 회의에서 0.5% 인상을 단행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는 연말 금리인상 목표치를 두고 논쟁이 치열하다. 온건파인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준총재는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2.25~2.5%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강경파인 제임스 볼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는 3월 FOMC 회의에서 연내 3.2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3월 CPI가 물가 상승세의 정점이며, 추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놨다. 월스트리트 금융기관 6곳에서도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3월에 정점이며 이후 완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백악관 젠 사키 대변인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3월 CPI에 본격 반영됐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는 최근 바이든 행정부에 쏟아지는 지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물가를 잡지 못한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백악관은 휘발유 가격 안정을 위해 지난 3월 비축유를 사상 최대 규모로 풀었지만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4년 만에 최고치인 갤런당 4달러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한편, 물가 상승 속에서도 코로나19 경기 회복에 힘입어 미국의 일자리는 최장기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3월 신규 일자리는 43만 개로 11개월 연속 월간 40만 개 이상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는 1939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