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홍콩 인권법’ 만장일치 통과…강경진압 막기 위한 ‘무기수출 금지법’도

에바 푸
2019년 10월 17일 오전 10:04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6

미국 하원이 홍콩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일련의 조치로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홍콩 인권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홍콩에 시위 진압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홍콩 시위 법안’도 함께 15일(현지시간) 통과됐다.

홍콩 인권법은 지난 6월 공화·민주당 공동 발의로 제안돼 상·하원 본회의 심의 표결을 남겨둔 상태였다. 하원에서 통과됨에 따라 상원으로 넘어가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홍콩 인권법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홍콩은 관세·무역·비자 등에서 미국의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인권과 자유를 억압한 중국 및 홍콩 인사들의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도 동결할 수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미국이 상업적 이익 때문에 중국에서의 인권을 옹호하지 않는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인권을 옹호할 수 있는 모든 도덕적 권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이 법안의 의의를 밝혔다.

하원은 ‘중화인민공화국의 홍콩 간섭을 비난하는 결의안’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상원에서 통과되고 대통령이 승인해야 한다.

범죄인 송환법을 반대하며 시작된 홍콩의 시위는 중국 정부로부터 홍콩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국공산당에 맞서 더 큰 자치권을 요구하는 광범위한 민주주의 시위로 확산됐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송환법을 공식 철회했지만, 계속되는 시위에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이 진행되자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냈다.

펠로시 의장은 양당 의원들에게 홍콩인들의 정권 영향력 증가에 대항하는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단결할 것을 촉구했다.

시위대가 차터 가든에서 홍콩 주재 미국 영사관으로 행진하고 있다. 2019. 9. 8. | Anthony Wallace/AFP/Getty Images=Yonhapnews(연합뉴스)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민주)은 홍콩 인권법이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오늘날의 일을 반영한다”며” 이 법안은 홍콩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홍콩의 무역 협정에 특별 대우를 계속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을 중국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을 발의한 크리스 스미스(공화) 의원은 이 법을 “의미 있는 행동을 위한 청사진”이라고 규정하며 “홍콩인이 조직적인 인권의 침해와 잔혹함을 인내하며 사는 것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들의 권리를 전 세계에 알렸다”고 트위터에 게재했다.

홍콩 집회에 참석한 시위자들은 미국 정치인들에게 무역 중심 도시 홍콩과 워싱턴의 관계를 바꿀 수 있는 법안을 통과 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2009. 10. 14. | Anthony Wallace/AFP via Getty Images=Yonhapnews(연합뉴스)

이날 오전 홍콩 시민 13만여 명은 홍콩 중심가 차터 가든에 모여 미국 의원들에게 홍콩 인권법 통과 및 중국 당국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 줄 것을 촉구했다.

짐 맥거번 하원의원(민주)은 시위 사진을 공개하며 미국이 “민주주의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 투쟁하는 홍콩과 함께 서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중국 정부가 홍콩의 자치권을 침해하거나 단속하면 중국 부유층에게 중요한 금융의 피난처 역할을 하는 홍콩의 특별 대우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홍콩의 반-헤게모니 저항 : 도시의 시위 시각화’라는 책의 저자 댄 개럿은 인도법안이 통과되면 국제금융센터로 존재하고 기능하는 홍콩에 대한 외국인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개럿 작가는 이메일을 통해 “중국과 홍콩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사업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에포크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홍콩 인권법의 구체적인 결과는 미 행정부가 어떤 진행을 원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홍콩의 모든 기업에 대한 무역 특권을 박탈하는 대신, 특별히 홍콩 내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기업과 중국 국영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면, 일반 홍콩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전문가이자 [중국의 몰락]의 저자 고든 거스리 창은 이 법의 통과가 중국 관리들에게 “공적인 굴욕”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든 창 변호사는 이메일을 통해 “이 법안은 미국이 중국 지도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중국이 사실상 미국의 지지를 잃었음을 의미한다고 에포크타임스에 전했다.

홍콩과 중국 당국은 미국의 홍콩 관련 법안 책정을 내정 간섭이라며 심하게 반발해 왔다.

홍콩 시위 도중 시위자를 구금하는 경찰 2019. 10. 14. | Mohd RASFAN/AFP via Getty Images=Yonhapnews(연합뉴스)

미국, 가혹한 시위 진압 우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시위가 잦아들지 않자 최근에는 복면 금지의 비상 조처를 내놓으며, 민주화 시위대에게 그 어떤 양보도 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 11∼13일 시위에서 모두 201명이 체포됐으며 이들의 연령대는 14∼62세라고 밝혔다. 소수의 과격 시위대는 전술을 바꿔 13일 홍콩 곳곳에서 출몰하는 게릴라식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의 경찰 공격이 잦아지면서 홍콩 경찰의 진압 수위도 더욱 강경화되는 분위기다.

미 국방부 아시아 담당 랜달 슈라이버 차관보는 “미국은 시위대가 사용하는 전술 일부를 우려하지만 베이징과 홍콩 당국의 더욱 가혹한 진압도 우려된다”고 15일 밝혔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자치권이 줄고, 베이징으로부터 더 많은 영향력을 받고, 당국이 더 가혹하게 대응해서, 홍콩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것들을 침식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