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페미 단체 ‘성차별 금지’ 헌법 수정안 부활 시도

스티븐 코바치
2023년 03월 9일 오후 3:50 업데이트: 2023년 03월 9일 오후 5:47

페미니스트·트렌스젠더·낙태옹호 단체 주도
“헌법에 성 정체성, 성적 지향 담아라” 요구
의회서 “여성 죽어간다” 외치며 소란 피우기도

미국 페미니스트 및 트랜스젠더 단체들이 평등권 수정안(ERA)을 되살리기 위해 힘을 합치고 있다.

평등권 수정안은 성 차별 금지를 헌법에 명시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으로 1972년 연방 의회를 통과했으나, 효력 발생 조건을 갖추지 못해 무산된 지 35년이 넘었다.

효력이 발생하려면 7년 이내(1979년까지) 전체 50개 주의 3/4인 38개 주 이상에서 비준을 얻어야 했지만, 시한을 한 차례 연장한 1982년까지도 35곳에 그치며 무효화된 것이다. 5개 주는 비준을 철회했다.

잊혀져 가던 평등권 수정안이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017년 네바다 주의회가 비준안을 승인하면서부터다. 네바다 주의회는 당시 불거진 미투운동의 영향으로 30년 만에 비준안을 승인했다.

이어 2018년 일리노이주, 2020년 버지니아주가 평등권 수정안을 비준하면서 비준안을 승인한 주는 총 38개 주가 됐지만, 5개 주가 기한이 만료되기 전에 취소한 상태여서 최종적으로는 33개 주에 그친다. 결국 평등권 수정안은 여전히 무력화된 상태다.

그러나 페미·트젠 단체들은 5개 주의 비준 철회 사실을 무시하고 38개 주에서 비준됐다는 사실만 내세워 수정안 효력을 발생시키려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게 미국 내 보수단체들의 지적이다.

미국 최대 보수단체 ‘이글 포럼’의 크리스 울먼 회장(왼쪽). | 제공=이글 포럼

미국 최대 보수 시민단체 ‘이글(Eagle) 포럼’의 크리스 울먼 회장은  “수정안 지지자들은 입법 시한이 1982년으로 종료됐으며 5개 주가 비준을 철회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38개 주가 비준했다는 점만 부각하려 한다”고 말했다.

페미·트젠 단체들이 사실 중 일부만을 선택적으로 인정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 한다는 것이다.

울먼 회장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평등권 수정안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는 이들은 트랜스젠더와 낙태권 옹호 단체들”이라며 “그들은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헌법에 삽입하고 낙태에 대한 모든 제한을 철폐하는 데에 수정안을 이용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등권 수정안이 채택될 경우, 오히려 진짜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가정폭력 피난처’, 임산부 대상 복지 프로그램, 노동보호법이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페미·트젠 단체들은 의회에서 고함을 지르는 등 과격한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열린 미 상원 법사위원회의 ‘평등권 수정안 청문회’에서는 다수의 페미·트젠 단체 대표들이 수정안의 즉시 발효를 요구했다.

해당 청문회에 참석했던 울먼 회장은 “청중 중 일부는 ‘여성이 죽어가고 있다’고 외치며 소란을 피웠다”며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미국에서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며 수정안 발효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성 소수자(LGBT) 활동가들은 평등권 수정안이 효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그동안 힘겹게 싸워 얻은 권리들이 약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LGBT 활동가는 “더 넓은 의미에서 헌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 평등권 수정안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다른 관계자도 “기존 수정헌법 제5조, 제14조에서 명시된 평등보호조항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적 관점에서는 페미·트젠 단체들의 요구대로 수정안이 발효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연방항소법원은 법안 비준 시한이 오래전에 만료됐다는 과거 판결을 유지한다며 수정안이 발효에 필요한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을 확인했다.

상원에서는 지난 1월 말 민주당 벤 카딘 의원과 공화당 리사 머코우스키 의원에 의해 평등권 수정안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공동발의했으나, 표결이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려면 민주당 의원 전원에 공화당 의원 15명이 필요해 사실상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 이 기사는 스티븐 코바치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