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 ‘쿼드’ 견제?…中 해상·공중 동시 대만 압박

연합뉴스
2021년 04월 6일 오후 12:30 업데이트: 2021년 04월 6일 오후 4:45

쿼드 4개국·프랑스 합동훈련…미 항모 남중국해 진입
중국 항모전단, 미야코해협 지나 대만 해역 훈련

미국이 합동 군사훈련 등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중국도 대만 인근 해상과 공중에서 군사적 맞대응에 나서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4일 랴오닝(遼寧) 항공모함 전단을 일본 서남부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섬 사이의 미야코 해협으로 통과시킨 뒤 대만 주변 해역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중국 해군은 지난 5일 저녁 발표한 성명에서 이 같은 훈련을 정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군은 이번 훈련이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수호할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중국 해군은 계획에 따라 유사한 훈련을 정례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 방위성은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과 지난해 첫 취역한 1만t급 최신예 055형 구축함 등 6척이 지난 4일 미야코해협을 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랴오닝함이 미야코해협을 통과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년 만이다.

중국 항모전단이 이곳을 지나 대만 인근 해역으로 향한 것은 미국과 일본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국방부는 최근 일본에 영토 분쟁지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놓고 “일체의 도발을 중단하라”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압박은 바다뿐만아니라 하늘에서도 이뤄졌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 군용기 10대가 5일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으며 대만군은 이에 초계기 출격과 경고 방송, 레이더 추적 등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최근 미국 대사가 단교 42년 만에 대만을 방문하는 등 미국과 대만이 밀착을 강화하는 가운데 연일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군용기를 출격시켜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중국 랴오닝함 |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이처럼 해상과 공중에서 동시에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은 미국에 대한 ‘맞불’ 작전의 성격을 띠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싱크탱크인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SCSPI)에 따르면 미 항모 루스벨트호는 지난 4일 올해 들어 세 번째로 남중국해에 진입했다.

이 싱크탱크는 또 미국 구축함 USS 머스틴이 지난 3일 동중국해 창장(長江·양쯔강) 하구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견제 안보 협의체 ‘쿼드'(Quad) 회원국들이 프랑스와 함께 인도 벵골만에서 사흘간의 해상 합동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등 쿼드 4개국은 지난해 11월 인도양에서 말라바르 합동훈련을 진행한 적이 있지만, 회원국이 아닌 다른 나라까지 함께 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이를 놓고 쿼드의 몸집을 불려 중국에 대항하려는 미국의 구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지난 3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 지역(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해로운 영향력에 맞서는 쿼드 국가들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동훈련으로 ‘쿼드 플러스’의 청사진이 드러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의 콜린 코 연구원은 “이번 훈련이 잘 마무리되면, 쿼드에 참여하지 않은 역내 국가들이 쿼드와 비슷한 협력을 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면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이 쿼드플러스 후보에 오를 수 있다고 SCMP에 말했다.

중국은 쿼드를 “인도·태평양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 규정하고 안보 위협 요인으로 간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