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솔로몬제도 대사관 30년만에 재개관, 남태평양에서 중국 영향력 차단 목적

최창근
2023년 02월 3일 오후 5:31 업데이트: 2023년 02월 4일 오전 12:42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남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에 본격 나섰다.

2월 1일, 미국 국무부는 지난 1월 27일, 남태평양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에 대사관을 다시 개설했다고 밝혔다. 1993년 대사관 철수 후 30년 만이다.

국무부가 미국 의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주솔로몬제도 미국대사관에서 정규 외교관 2인, 현지 직원 5인 등이 업무를 개시한다. 대사관은 러셀 코모(Russell Comeau) 임시 대사 대리 체제로 운영된다.

미국이 30년 만에 솔로몬제도 주재 대사관을 재개관 한 것은 솔로몬제도의 친중국 행보를 차단하고, 남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9월, 태평양 도서국 지도자들을 초청해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막고, 섬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미국 국무부도 의회에 대사관 재개설 이유를 설명하며 “중국이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을 위한 차관 제공 등 터무니없는 약속을 하는 방식으로 솔로몬제도의 정치 경제 엘리트들과 교류를 모색하면서 미국과 솔로몬제도 간 유대가 약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더하여 “중국의 증대하는 영향력에 대한 무게추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우리의 관여를 심화하기 위해 미국이 외교적으로 영구히 있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남태평양의 도서국(島嶼國) 솔로몬제도는 해당 지역 전략적 요충지지만 1993년 미국 클린턴 행정부는 예산을 삭감하며 대사관을 폐쇄한 후 영사관만을 운영해 왔다.

솔로몬제도는 대만의 공식 수교국이었다. 1983년 수교 이후 36년간 국교를 유지해 왔으나 지난 2019년 9월, 중국과 수교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 단교했다. 수교 다음 달,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가 베이징을 전격 방문하여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국무원 총리 등 중국 지도부와 회동했다. 이후 2020년 9월, 솔로몬제도 주재 중국대사관이 정식 개관했다.

중국과 수교 후 솔로몬제도는 친중 행보를 이어갔다. 2022년 4월에는 중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서에는 “중국 군함이 물류 보급을 위해 솔로몬제도에 기항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질서 유지를 지원하기 위해 중국 경찰과 군 병력을 파견하여 중국 인력과 주요 사업 시설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유사시 중국 해군 기지로 솔로몬제도가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중국-솔로몬제도 협정 체결이 미국과 호주에 직접 위협이 된다는 평가도 나왔다. 미국의 군사 거점인 괌에서 약 3,000㎞, 미국 주도 인도·태평양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의 한 축인 호주에서 약 2,000㎞ 떨어져 있는 솔로몬제도에 중국인민해방군을 배치하고 장기 주둔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의 해군 전력 투사 능력이 남태평양 지역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