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분열? 뉴욕 모인 트럼프 찬반 시위대 “중요한 건 평화와 소통”

사만다 플롬, 에바 푸
2023년 04월 5일 오후 2:29 업데이트: 2023년 04월 5일 오후 2:29

“의사 표현은 존중, 폭력 시위는 반대”
찬반 시위대 간 상호이해 위한 대화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기소 항의 시위가 이어지는 등 정치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앞에서는 폭력에 반대하고 평화로운 소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일(현지 시간) 뉴저지에서 이곳을 찾은 트럼프 지지 시위자 레이 씨는 에포크타임스에 “사람들이 평화로운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레이 씨는 “사람들이 시위할 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시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좋다”며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자유로운 사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姓)을 밝히지 않은 레이 씨는 다른 시위자들과 나눈 평화로운 대화에서 용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모든 종류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경청했다. 내 이야기에 항상 동의하진 않았다. 그래도 사람들은 경청하고 있었다”고 레이 씨는 설명했다.

레이 씨|Eva Fu/The Epoch Times

맨해튼 검찰은 2016년 대통령 선거 직전 공화당 후보로서 표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성추문을 회삿돈으로 막고 기업 장부를 조작한 34건의 중범죄 혐의를 적용,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식 기소했다.

이에 공화당은 물론, 심지어는 민주당 일각에서도 담당 검사인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방검사장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계에서 영원히 퇴출시키려는 의도로 이번 기소를 진행했다고 비난하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레이 씨도 같은 의견이다. 과장된 혐의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공격이자 미국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레이 씨는 “내게 이번 일은 트럼프 혹은 바이든을 지지하는 일이 아니다. 바이든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루카스 벤투라스 군(왼쪽)|Eva Fu/The Epoch Times

뉴욕대학교에 재학 중인 22세 루카스 벤투라스 군은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트럼프 지지자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법원 앞에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벤투라스 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 관해 더 많이 배우고 그들이 왜 그렇게 느끼는지 이해하고 싶다”고 전했다.

워싱턴에서 이곳 뉴욕까지 온 돈 폴든(70) 씨는 평화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 왔다고 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어둠이 너무 많은 이곳에 빛이 되려 노력하는 일이다”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긴장이 고조된 순간들

이날 시위대 대부분은 평화로운 모습을 유지했다. 그러나 상황이 과열되는 경우도 있었다.

일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 ‘마가(MAGA)’ 모자를 쓴 한 여성이 반트럼프 시위대가 설치한 ‘트럼프는 항상 거짓말을 한다’ 현수막을 짓밟고 철거하려다가 현수막 소유자와 몸싸움을 벌이는 일이 발생했다. 여성은 바닥에 넘어졌다.

스티브 머친스키 씨|Chung I Ho/The Epoch Times

또 같은 날 트럼프 지지자인 스티브 머친스키 씨는 반대 시위자와 논쟁을 벌이다 자신의 얼굴을 가격당했다고 증언했다.

현장을 목격한 다른 사람들은 머친스키 씨의 대응 방식을 칭찬했다. 논쟁을 그만두고 물러난 머친스키 씨가 현명했다는 평가다.

머친스키 씨는 “나는 토론을 좋아한다. 토론은 좋은 것”이라며 “(하지만) 그들은 단지 싫어하는 감정만을 가진 사람들이자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오늘날 미 정치 환경은 서로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공개적이고 평화롭게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는 맹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머친스키 씨는 “그래서 특히 보수 성향의 사람들과 트럼프 지지자들이 자신의 견해를 숨기는 것”이라며 “정부가 트럼프 지지자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작다는 사실이 무섭다”고 토로했다.

“그들이 트럼프에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열된 상황에서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는 게 머친스키 씨의 시각이다.

마이클 앤서니 씨|Eva Fu/The Epoch Times

뉴욕에 거주하는 자유주의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마이클 앤서니(39) 씨 또한 미국에서 국민이 권력자에게 평화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앤소니 씨는 “기소된 트럼프를 응원하는 사람은 모두 똑같은 사건이 우리 중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일반 시민이 다음 타깃이 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사람들이 자유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자유롭게 태어났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서로를 지지하세요. 항상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세요. 사랑이 이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