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58개국, ‘외국인 구금 반대’ 선언…“인질 외교 규탄”

이윤정
2021년 02월 17일 오후 3:22 업데이트: 2021년 02월 17일 오후 11:04

외국인을 자의적으로 구금하고 외교 협상 카드로 삼는 행위를 규탄하고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전 세계 58개국이 한목소리를 냈다.

캐나다가 주도하고 미국, 일본, 영국 등 58개국이 서명한 ‘국가 간 자의적 구금 반대 선언’이 지난 15일 발표됐다. 한국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언은 외국인을 인질로 삼아 국가 간 외교에서 협상카드로 악용하는 것은 ‘국제인권규약’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선언에서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특히 중국 공산당(중공)을 겨냥한 선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8년 캐나다가 중국 화웨이 재무 책임자(CFO) 멍완저우를 미국의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하자 며칠 후 중공 당국은 캐나다인 마이클 코브릭과 마이클 스페이버를 구금했다. 이에 국제사회는 ‘보복 외교’라며 비난한 바 있다.

이 선언이 발표되자 중공 당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영문판은 익명의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을 겨냥한 도발적이고 어설픈 공격”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선언에 참여한 각국 외교부 장관들은 성명을 발표해 자의적 구금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자의적 구금은 국가 간 관계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이는 인권을 침해하는 천인공노할 행위이자 국제 외교 규범에 대한 모독”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런 자의적 구금은 억류자의 가정에 고통을 주고 외국에 거주하는 사람과 해외를 여행하는 모든 사람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간은 흥정 대상이 아니라며 “뜻을 같이하는 모든 국가가 함께 노력해 이 같은 행위를 중단시키고 이런 식으로 구금된 사람을 석방하며 법치와 인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영국 외무부도 성명을 발표해 이번 선언이 도미니크 랍 외무장관의 환영을 받았다며 “이 선언이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이런 행태를 벌인 국가들을 압박했다”고 말했다. 

또한 영사관이 구금된 국민과 연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을 포함해 영사 관계에 대한 빈(비엔나) 협약’에서 규정한 기본권을 거듭 강조했다.   

성명에서 “연말에 G7 외교 및 개발 장관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라며 “이 자리에서 G7 파트너들과 국제법을 수호하고 인권 침해 행위를 해결하며 공동의 가치관을 수호하기 위한 추가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몇 년간 중공 당국은 중국 내 외국인을 구금하고 다른 나라에 외교적 압력과 보복을 가하는 ‘인질 외교’를 벌여왔다. 

2019년 뉴욕타임스(NYT)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공이 갈수록 미국 상인, 관리 등을 붙잡아 억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동아시아의 정치·경제를 연구해온 피터 장은 에포크타임스에 평론을 발표해 “중공 정부가 인질의 범위를 서방 외교관까지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중공이 홍콩에서 국가안전법을 실시한 후 호주 정부는 “중공이 현지의 호주 국민을 자의적으로 구금해 그들을 인질 외교의 희생양으로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11월에는 프랑수아-필립 샴페인 당시 캐나다 외교부 장관이 중공 정부의 인질 외교에 대처하기 위해 캐나다가 다자간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