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방 동맹국 이끌고 중국 포위망 구축 잰걸음…인도·일본도 가세

한동훈
2020년 07월 16일 오후 5:44 업데이트: 2021년 05월 16일 오후 1:15

뉴스 분석

2017년 제47차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중국 시진핑 정권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의사를 밝힌 첫 자리로 평가된다.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는 처음 참석한 다보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를 강조하고 기후변화 공동대응을 호소했다.

그는 이 연설에서 보호무역을 “어두운 방”에 비유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명확하게 겨냥한 발언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후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중공)이 제시하는 ‘차이나 드림’에 관심을 보였던 서방 지도자들은 이후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전 세계 확산과 은폐, 허위정보 유포, 내부고발자 탄압 등 중공의 실망스러운 행보에 싸늘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중공을 비판하던 국가들은 목소리가 높아졌고 행동도 대담해졌다. 이들은 미국과 공조하며 세계적 규모에서 중공에 대한 지리적·외교적 포위망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미·영·캐나다·호주·뉴질랜드 5개국 정보기관 동맹

중공 첩보기관의 침투에 맞서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5개국 정보동맹인 ‘파이브아이즈’(Five Eyes)는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중공이 ‘홍콩 국가안전법’(홍콩안전법)을 제정을 강행하자, 뉴질랜드를 제외한 파이브아이즈 소속 4개국은 모두 규탄성명을 내고 발 빠르게 대응했다.

영국은 중공의 홍콩안전법 강행을 밝힌 5월 30일 즉각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을 소유한 홍콩인 약 290만명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검토는 현재 계속 진행 중이다.

도미니크 랍 영국 외무장관은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에 홍콩인 수용을 분담하자고 요청했음을 밝혔다.

캐나다는 홍콩인의 비자를 연장하고 귀화 요건을 완화했으며, 호주는 홍콩인의 이민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이달 초 캐나다와 호주는 홍콩과 체결한 범죄인 인도조약을 잠정 중단했고,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조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8개국과 EU, 국경을 초월한 대중연대 결성

지난 6월 미국·영국 등 서방 8개국과 유럽연합(EU) 의회 등 총 18명의 다국적 정치인과 의원들은 ‘대중국 의회간 연합체’(Inter-Parliamentary Alliance on China, IPAC)를 결성했다.

이후 참가자가 늘면서 8개국(미·영·캐나다·호주·독·일·스웨덴·노르웨이)과 EU 의회에서 총 100여명이 넘는 정치인과 의원들이 IPAC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IPAC는 공산주의 정권이 이끄는 중국의 도전에 맞서는 일은 국경과 정파를 초월한 임무로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 세대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한다.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인 조셉 보렐은 지난 13일 EU가 중국에 대한 대응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영국, 5G 네트워크 사업에 화웨이 퇴출

영국은 14일 자국 5G 네트워크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소유한 중국통신업체 화웨이 5G 장비를 금지했다.

애초 영국은 화웨이 장비에 보안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1월 시장점유율 35% 이내로 도입기준을 강화했고, 이번에 전면 금지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같은 영국의 입장변화는 중공 바이러스를 은폐해 국제사회의 피해를 키운 데 대한 분노, ‘홍콩반환협정’(중영공동성명)을 위반한 홍콩안전법 강행에 대한 실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실행해 향후 화웨이가 새로운 부품을 조달하거나 기술개발에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현실적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수개월 간 화웨이 문제를 놓고 주요 동맹국을 압박해왔고 호주와 일본은 이에 호응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이 보유한 정보를 중공의 통제와 빼내기로부터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CNN은 15일 보안전문 싱크탱크의 발표를 인용해 영국의 화웨이 장비 퇴출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비슷한 결정을 내리도록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했다.

인도가 최근 중국과 국경분쟁 이후 틱톡 등 중국산 앱을 퇴출한 것도 서방국가들의 중국 포위망 구축과 맞물린다.

일본, 베이징에 냉대…시진핑 방문 취소할 수도

일본은 14일 발표한 방위백서에서 중국이 동해와 남해에서 일방적으로 현 상황을 바꾸고 있으며 일대일로를 통해 해외 군사기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서는 또한 중국의 군 현대화 사업이 일본과 주변국에 더 큰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최대 위협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중공 바이러스 사태에 대해 중국이 팬데믹으로 인한 불안과 혼란을 틈타 허위뉴스를 퍼뜨리고 선전·선동 활동을 개시해 국제질서를 중공에 유리하게 재편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6월 일본은 자국 관련법을 개정해 국방정보 공유 대상국가를 미국 외에 인도·호주·프랑스로 확대해 중국 인민해방군의 동향에 대한 감시능력을 강화했다.

또한 집권 자민당은 시진핑의 일본 국빈 방문 취소를 정부에 요청했으며, 초당파 보수 성향 의원모임인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는 지난 10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만나 시진핑의 방일 취소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