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입시험 주관 단체 “中 공산당 연계 기관과 협력 중단”

캐시 허
2020년 11월 6일 오전 11:17 업데이트: 2020년 11월 6일 오후 1:14

미국의 대입시험인 SAT를 주관하는 단체인 ‘칼리지 보드’가 중국 공산당(중공) 정부와 연계한 기관과의 협력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칼리지보드의 엘리사 김 수석부사장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2020년은 칼리지보드가 (중국) 국가한반으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거나 추구할 마지막 해”라며 이같은 방침을 전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달 공화당 상원의원 7명이 칼리지보드의 데이비드 콜먼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국가한반(國家漢辦)과의 재정적 관계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교육부 산하 교육기관인 국가한반은 공자학원을 운영한다.

중공 정부의 자금을 받는 공자학원은 중국 언어와 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세운 기관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공산주의 이념을 퍼뜨리고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재정적 관계뿐 아니라 중공 정권이 미국 내 시험 개발과 초빙 교사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칼리지보드는 미국 학교에서 ‘중국 언어 및 문화에 대한 교육과 학습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2006년부터 한반으로부터 매년 보조금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반과 관계가 종료되는 시점인 올해 말부터는 관계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부사장은 다만 칼리지보드와 한반과의 관계는 학교를 도와 중국어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것에만 제한돼 있었다며 중공 정부와 유착관계에 있다는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한반과 중국 정부는 칼리지보드의 교육과정이나 교육 프로그램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하고 싶다”면서 “어떤 외국 기관도 그러한 영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전미학자협회(NAS)의 보고서를 인용해 칼리지보드가 2003년부터 한반과 협력해 ‘AP 중국 언어 및 중국 문화’ 시험을 개발해온 점을 지적했다.

NAS의 보고서에 따르면 칼리지보드는 ‘중국 초빙 교사 프로그램’을 통해 중공 정부가 선발한 중국어 교사를 채용하도록 했고, 이들이 미국 초·중·고 공교육 교실에 유입될 수 있도록 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2006년 이후 중국인 교사 1650명 이상이 미국에 들어왔다.

보고서는 또한 칼리지보드가 미국 내 20개의 공자학원과 공자교실을 후원했다고 밝혔다.

미 상원 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 내 초·중·고교에서 500개 이상의 공자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대학에는 약 67개 공자학원이 설치돼 있다.

칼리지보드는 이와 관련해 초빙 교사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지역에서는 교사 후보들에 대한 최종 검토와 프로그램 시행과 관련한 완전한 자율성을 유지한다고 해명했다.

최근 미국은 자국 내 침투하는 중공의 영향력을 우려해 이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을 이어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미 국무부는 지난 8월 공자학원을 외국 대행기관으로 지정했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공자학원을 “중공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와 선전을 위한 기구”로 규정했고, 이후에도 공자학원이 연말까지 모두 폐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서한의 필진 중 한 명인 마샤 블랙번 의원(공화당)은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칼리지보드가 중공 정부와 관계를 끊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블랙번 의원은 그러나 “중공이 미국 교육 시스템 내 영향력을 얻기 위한 방법을 계속 모색할 것이며, 경계를 늦추지 말고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