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만과 무역 협상 체결에 한 걸음 더…中 반발 예상

이은주
2020년 09월 4일 오후 2:00 업데이트: 2020년 09월 4일 오후 2:55

미국과 중화민국(대만)이 경제 협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 공산당(중공)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양국 간 유대관계를 더 탄탄히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중공 정권은 민감한 문제로 규정한 정치적 이슈를 제기하거나 권력 유지에 도전하는 외국 정부나 단체, 개인을 상대로 보복 조치를 가해왔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2일(현지 시각) 에포크타임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대만 무역 협상에 대한 중공의 반응은 앞으로 이들이 내릴 결정의 모든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예상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중공 당국의 보복 조치 가능성을 예상한 발언이다.

스틸웰 차관보는 “(중공의) 반격은 없어야 한다. 미국과 대만의 번영을 위한 노력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면서 그 근거로 대만관계법을 내세웠다.

대만관계법은 중공이 내세운 ‘하나의 원칙’을 수용해 대만과 단교한 미국이 1979년 제정한 법이다. 사실상 대만과의 교류를 허용하고 유사시 군사적 개입(상호방위)을 명문화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대만관계법에서 명시한 내용을 보면 미국은 대만과의 경제, 문화 교류 등 모든 것이 허용된다. 이를 금지하는 것은 없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미국산 소고기와 돼지고기 수입에 대한 제한을 폐지할 것이라고 발표, 미국과의 경제교류의 포문을 열었다.

차이 총통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국가의 경제적 이익에 기초하며 미래에 대한 전략적인 목표와도 일치한다”면서 “앞으로 우리는 더욱 역동적이고 활발한 경제 무역 전략을 전개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미중 무역갈등과 팬데믹 등으로 지난 2년간 영향을 받았던 산업에게는 이것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트위터에 “이번 결정이 (양국의) 더욱 깊은 경제·무역협력을 위한 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도 조만간 미국과 대만의 무역 기회 확대를 위한 경제 대화를 개시할 방침이다.

현재 미국은 대만과 굳건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공의 대만에 대한 무력통일 위협에 맞서 무기와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초 알렉스 에이자 미 보건장관은 대만을 방문해 대만 정부와 건강 협력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에이자 장관의 방문은 지난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 관리로서는 최고위급 인사의 방문이었다.

이에 중공은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기간에 전투기 2대를 띄워 대만해협 중앙선을 침범하도록 하는 등 도발을 감행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대만 방문에 항의하며 이 조치가 “미국의 활동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라며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기업들의 중국 내 공급망을 이전하는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대만은 중국을 대체할 유망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 규모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대만과의 무역 협상 관련 추가 세부사항을 묻는 에포크타임스의 질문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