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아시안 폭력, 백인 우월주의자 아닌 불량배들 소행”

이은주
2021년 03월 31일 오후 1:53 업데이트: 2021년 03월 31일 오후 3:05

‘미국 내 반(反)아시안 폭력 배후에 백인우월주의가 있다’는 주장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켄터키주립대 윌프레드 라일리 조교수는 지난 14개월 동안 언론에 보도된 아시아인 공격 사례 100건을 토대로 조사를 한 뒤 이같이 주장했다. 

라일리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들(가해자) 중 프라우드 보이스 등과 같이 백인 인종주의자의 소행이라고 밝혀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라일리 교수가 언급한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는 미 우익 성향 단체로, 지난해 무정부-공산주의 단체인 안티파(Antifa)와 맞불 시위를 놓으며 여러차례 대치한 바 있다. 

아시아인에게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 대부분은 흑인 도시 불량배(thug)라는 게 라일리 교수의 분석이다. 그러나 가해자 중 일부, 즉  흑인 이외의 가해자들이 반아시안 정서를 가지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부연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인을 겨냥한 폭력범죄 사건의 용의자 60%는 흑인이었다. 백인은 25%에 그쳤다. 인종별 인구 분포상 백인은 60%, 흑인은 13%란 점을 고려해볼 때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백인의 폭력 비율은 현저히 떨어진다. 

라일리 교수는 인터넷 게시물 등에서 범행 동기를 유추할 수 있는 방법을 거론하며 “백인 용의자 중 어느 누구도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 연방 법률은 증오범죄가 범행 동기로 인정되기 위해선 피해자가 인종차별과 관련한 요인 때문에 표적이 됐다는 점 등을 규명해야 한다. 증오 범죄 혐의로 기소하려면 문자 메시지, 인터넷 게시물 등과 같은 증거가 필요하다. 

법은 피해자의 인종, 피부색, 종교, 출신 국가, 성별, 성적 지향 등이 가해자의 범행 동기가 된 경우 증오범죄로 규정하며, 유죄 판결을 받을 시 가해자에게 더 무거운 처벌을 부과할 수 있다. 

라일리 교수는 흑인 용의자들처럼 백인 용의자들도 도시 폭력배 모습에 좀 더 부합한다고 봤다. “사실 아시아인을 구타하고 강탈하는 다양한 집단의 폭력배가 있을 뿐”이라고 라일리 교수는 평가했다. 

아시아계 폭력을 인종차별에 기인한 증오범죄라고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아시아인 타깃 범죄 배후에 백인우월주의가 있다는 주장과 배치된다.  

국민들은 쉬운 희생양을 찾고 있고 증오범죄는 백인 우월주의 내러티브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2018년 법무부 통계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아시아인 피해자가 지목한 가해자의 인종은 흑인(27%), 백인(24%), 기타 인종(14%) 순이었다. 기타 인종에는 아시아-태평양계 출신 등이 포함됐다. 

법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미국 내 아시아계 폭력범죄 피해자는 0.8%로, 백인·히스패닉(2.1%)과 흑인(1.9%) 등 다른 인종에 비해 폭력범죄 피해를 경험할 확률이 낮았다. 

아시아인끼리 폭력 범죄를 저지른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시아인을 제외한 여타 인종에서는 같은 인종 간 폭력 범죄율이 훨씬 더 높았다. 흑인 70%, 백인 62%, 히스패닉계 45%였다.

이는 아시아인에 대한 범죄를 줄이는 것이 백인 또는 흑인의 아시안 겨냥 범죄를 감소시킨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라일리 교수는 평가했다.

앞서 지난 16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 아시아계 마사지 업소 3곳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총 8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당했다. 

희생자 8명 중 6명이 아시아계로 밝혀지면서 미 전역에서는 아시아계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사건 당일 경찰은 용의자 남성이 마시지 업소를 자주 방문했으며 성 중독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용의자인 로버트 애런 롱(21) 역시 자신이 성 중독 문제가 있었고, 이들 마사지샵이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해 증오범죄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당국은 아직 증오범죄 혐의가 적용될 만한 범행 동기를 밝혀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증오범죄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연구진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미국 16개의 대도시에서 발생한 증오범죄 건수는 2020년 122건으로, 2019년(49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올해 말 2020년 증오범죄 자료를 발표할 예정이다. 

FBI의 연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미국 내 증오범죄 사건 가운데 반아시안 정서가 범행 동기가 된 비율은 2.2%였다. 

그러나 법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증오범죄의 45%는 경찰에 신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증오범죄 증가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라일리 교수는 증오범죄의 상당 부분은 거짓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