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태평양 지역에 신규 대사관 개설 대중국 견제 강화…예산 문제는 난관

최창근
2023년 05월 4일 오전 11:27 업데이트: 2023년 05월 4일 오후 1:39

‘핑크타이드’라 불리는 좌파 물결로 인하여 안마당이라 할 수 있는 중남미를 빼앗긴 미국이 또 다른 전략적 요충지 남태평양에서 중국 견제에 나선다. 구체적으로 남태평양 도서(島嶼)국에 대사관을 신설하는 등 유대 관계 강화에 나섰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남태평양 도서국 통가에 신규 대사관 설립을 준비 중이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Daniel J. Kritenbrink)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5월 2일,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하여 이같이 밝혔다. 이날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에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통가 외에도 바누아투, 키리바시에 대사관을 개설하기 위해 이들 국가 정부와 소통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 3월, 남태평양의 바누아투에 대사관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가, 키리바시 등이 있는 남태평양 일대는 미국이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지역이다. 지난해에는 왕이 당시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이 일대를 연이어 순방하기도 했다. 왕이와 셔먼 부장관 모두 통가를 방문했다.

지난해 4월, 중국은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중국이 자국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자금을 지원하는 솔로몬제도 호니아라 국제항만 건설 사업에 중국 국유기업 중국토목공정집단(CCECC)이 유일하게 참여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통가 신규 대사관 개설 추진은 중국을 외교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현재 파푸아뉴기니에 외교관을 상주시키며 기타 남태평양 도서국과의 외교 관계를 조정하고 있다. 지난 2월, 솔로몬제도에 30년 만에 대사관을 재개설했다. 마셜제도, 팔라우, 미크로네시아 등 3개국과 향후 지원에 관한 양해협정(MOU)에 서명했다. 외교 관계를 규정한 자유연합협정(COFA) 갱신 협상도 진행 중이다. COFA 효력은 마셜군도·미크로네시아연방과는 2023년, 그팔라우와는 2024년 종료된다. 미국은 지난 1980년대 체결한 COFA에 따라 이들 3개국에 경제 원조를 제공하고 이들 나라의 방위를 책임지고 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24일 열리는 ‘쿼드 정상회의’ 참석차 호주로 가는 길에 22일 파푸아뉴기니에 들르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예산 문제는 난관에 부딪혔다.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와 공화당이 정부 부채한도 상향 여부를 놓고 예산안 처리에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대외 원조 예산 삭감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4월 26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공화당이 예산 삭감에 나서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남태평양 국가들에 약속한 지원기금 지원 여부가 불투명해졌다.”고 보도했다.

미·중 간 지정학적 경쟁의 최전선에 있는 남태평양 지역은 최근 중국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9월, ‘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를 열고 12개 남태평양 국가에 8억1000만 달러 상당의 경제적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다만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부채한도 상향 조건으로 대규모 예산 삭감을 요구하면서 대외 원조 예산도 덩달아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