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건국 원칙 1] 제1원칙은 자연법…통치와 공정성의 기초

제임스 팡(James Fang)
2021년 07월 22일 오전 10:24 업데이트: 2022년 05월 16일 오후 4:05

28가지 건국 원칙 중 첫 번째는 ‘자연법(natural law)’이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로마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고대 로마의 키케로(Cicero)는 철학자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정치가였으며 일생동안 다양한 정치제도를 연구했고 실제로 최고 관직인 집정관까지 지내며 실무까지 경험했다.

그렇다고 키케로의 인생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많은 고초를 겪었고 유배까지 당했으며 카이사르가 암살당한 이듬해인 BC 44년 카이사르의 정적 안토니우스에 의해 살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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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굴곡진 그의 일생은 타살로 끝났지만, 세계의 다양한 정치제도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쓴 ‘국가론(De Re Publica)’과 ‘법률론’ 등의 역작과 철학, 지혜는 시대를 뛰어넘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도 키케로를 높게 평가했다. 법률가로서 키케로의 뛰어난 식견 중 하나는 바로 이 세상에는 자연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연법은 세상을 창조한 조물주가 정한 행동규범 혹은 질서를 뜻한다. 이는 이 세상에는 조물주가 존재하고 세상은 신에 의해 창조됐음을 전제로 한다.

또한 조물주가 만든 법을 지켜야 건전한 정부를 세우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정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건국의 원칙으로 이어진다.

키케로는 조물주의 존재와 자연법의 가치에 대해 “이는 자명하다. 자연적이고 논리적이며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또 사람이 바꿀 수 없다. 그것은 물리법칙처럼 영원히 존재하며 영원히 유효하다”고 했다.

물리법칙은 사람이 발견하고 난 뒤에 존재하게 된 것이 아니다. 발견하기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으나 사람의 지식과 연구, 사상이 일정 단계로 높아진 뒤에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시각으로 측정하지 못하는 현상들은 관측기구, 탐지장치가 필요하다.

키케로에게 있어서는 신앙이 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탐지장치였던 셈이다. 이는 그가 사물의 표면이 아니라 그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키케로가 물리법칙을 예로 들어 조물주와 자연법의 존재 증명을 비유한 것은 혜안이기도 했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예수가 태어나기 전이었지만, 그가 포착한 것들은 모두 훗날 기독교가 기술한 것과 거의 일치한다.

“자연법을 따르는 것은 공정한 인간관계의 초석”

사람에게는 박탈당해선 안 되는 권리가 있다. 어느 사회와 민족, 국가에서도 누군가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도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는 없다. 사람에게는 생명을 유지할 권리가 있다.

또한 사람은 자유를 추구할 권리가 있어서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누구나 이러한 권리 혹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는 훗날 미국 헌법에 계승됐다.

그리고 사람에겐 피할 수 없는 책임도 있다. 아이를 낳았으면 책임지고 키워야 한다. 또 남편은 남편으로서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는 아내로서 남편을 사랑해야 한다. 이 또한 사람으로서 피할 수 없는 책임이다.

법률적인 면에서 본다면 사람은 판결을 받기 전에 재판 절차를 밟을 권리가 있다. 누군가를 가두고 싶다고 해서 함부로 가둬서는 안 된다. 반드시 유죄를 증명하는 절차를 거쳐야 구금할 수 있다. 이 또한 사람의 고유한 권리이다.

자연법은 신앙에 기초를 두고 있지만, 현대적인 관점에도 부합한다. 키케로의 견해가 시대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자연법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서구 철학자들은 정부 권력이 제한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역시 자연법에서 비롯된 것이다. 누구도 정부 권력을 무한정 키울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자연법의 제약을 받아야 하며 권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가정과 혼인을 보호하는 것도 사회가 반드시 가져야 할 원칙이다. 또한 사람을 다치게 한 자는 배상해야 하고, 사람을 죽인 자는 목숨으로 보상해야 한다. 이는 모두 자연법에 바탕을 둔 것이다.

납세자는 대표권을 누린다. 이는 정부에 돈을 내고 발언권을 얻는 것으로, 돈을 내고도 아무런 권리가 없을 수는 없다. 이것도 일종의 공평이자 자연법의 체현이다.

또한 모든 사람은 자기 방어를 위해 무기를 소유할 권리가 있다는 것도 자연법에 포함된다. 정부만 무기를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오랜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총기 소유가 쉽사리 폐지되지 않는 근본 이유다. 헌법에 담긴 정신이기 때문이다.

이상은 자연법의 일부 예다. 그래서 키케로는 “조물주가 존재하고 그가 이 세상을 만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자연법이라 하는데, 이는 자명하고 자연에 합치한다”고 했다.

자연법에 대한 이해에서 도출된 건국의 원칙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자연법사상을 깊이 이해했고 그렇기에 이를 존중했다. 이들이 미국 건국의 제1 원칙으로 ‘자연법을 따르라’를 삼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법으로 대인관계를 관리하는 것을 정의(Justice)라고 한다. 자연법 법칙으로 구성된 단일체가 바로 합리적인 국가다.

자연법에서는 근본적으로 두 가지 원칙이 파생된다. 하나는 신에 대한 공경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실제로 예수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한 율법사가 예수에게 “어떻게 해야 영생을 얻겠는가?”라고 물었다. 당시 유대사회에서 영생은 가장 큰 추구대상이었다. 이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이 무엇이냐는 질문이기도 했다.

예수는  “율법에 무엇이라 기록됐고 당신은 어떻게 읽었는가?”라고 물었고 율법사는 하느님을 공경하고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예수는 “당신의 말이 옳다”고 했다.

인간이 만든 법이 반드시 자연법에 합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법들이 자연법과 충돌하면 불합리해지고 문제가 생긴다. 사람들은 많은 악법을 만들어 내고 더 나아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자연법을 따르는 것이 미국 건국 원칙의 첫 번째 항목이다.

미국은 자연법의 기초 위에 세워졌다. 미국의 건국 기반은 신을 믿고 신을 공경하며 다른 사람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 즉 신을 믿고 도덕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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