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對中 관세로 40조원 이상 벌었다…물가·소비심리도 안정세

페트르 스바브
2019년 10월 31일 오전 11:17 업데이트: 2019년 11월 5일 오전 3:18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관세 수익이 40조원에 이른다는 집계가 나왔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30일 발표한 무역통계에서 대중 관세부과액을 350억5514만 달러로 집계했다. 모두 관세수익으로만 벌어들인 금액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통상법 301조에 따른 대중 관세를 시작으로 중국산 상품 관세 부과범위를 연간 55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했다.

미국은 이 관세를 압박 카드로 활용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중국의 높은 시장장벽,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와 환율 조작 등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관세 수익 위에 부가적인 경제효과를 누리고 있다.

우선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약속이다. 지난달 미중 무역협상이 ‘1단계 무역합의’로 마무리되면서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대량 구매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500억 달러 규모로 무역전쟁 이전과 비교해 2배가 넘는 규모다.

중국의 강제 기술이전 관행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협상 대표들이 (중국과) 강제 기술이전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미국산 상품에 대한 시장 장벽 개선도 다소 기대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월 말 미국, 한국, 일본, 러시아, 대만에서 수입한 PVC(폴리염화비닐)에 대한 반덤핑 관세 징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태양열 패널, 세탁기, 철강, 알루미늄 수입에도 관세를 매겼다. 이들에 대해 적어도 90억 달러의 관세가 추가로 징수됐는데, 대부분 철강 관세를 통해서였다.

이러한 관세 수익의 일부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피해를 본 미국 농가에 보상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미국 정부는 밝혔다.

미중 간 관세전쟁은 규모에서 이미 미국의 승리가 예견됐다. 우선 미국의 펀치가 묵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7월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25% 관세 적용을 필두로 같은 해 8월 160억 달러 규모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로 중국을 타격했다.

이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10%의 관세를 올해 1월 1일부터 25%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고 중국과 협상에 돌입했다.

협상 초 진행이 순조롭다는 낙관론이 제기됐지만, 막판 중국은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환율조작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법을 바꾸겠다는 약속을 번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내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하길 바라고, 차기 대통령이 중국에 더 호의적인 대우를 해주길 바라며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난한 뒤 대규모 공격을 실행에 옮겼다.

올해 5월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25%로 늘리고, 추가로 3000억 달러 규모에 대한 15% 관세가 9월 1일 발효했다.

이에 중국이 보복관세로 반격했지만, 상대적으로 가벼운 공격에 그쳤다.

중국은 미국산 상품 1100억 달러 규모에 관세를 부과하고 이어 600억 달러 미국산 수입품에 5%~1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가 5월부터 이를 25%까지 인상했다.

그러나 중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에 약 1200억 달러, 올해 8월에는 700억 달러의 미국산 상품을 수입했기 때문에 대미 보복관세의 단계적 확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경제, 관세전쟁 영향 적다”

중국산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면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가격이 오르게 되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며, 일자리도 감소하는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 중 어느 것도 미국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안정적이고 실업률은 반세기 만에 가장 낮은 3.5%로 떨어졌다.

2018년 11월 ‘경제 및 재정 정책 연구를 위한 유럽 네트워크(European Network for Economic and Fiscal Policy Research)’를 위해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최소한 부분적으로 정부가 어떤 제품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할지를 선택한 데 따른 결과다.

보고서 저자인 베네딕트 졸러-라이첵과 가브리엘 펠버마이어는 “국민 여론과 달리 관세 부담의 가장 큰 몫은 미국 소비자나 기업이 아니라 중국 수출업자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500억 달러의 중국산 상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기업과 소비자는 평균적으로 5% 이하의 가격 상승을 볼 것이고, 반면에 중국 기업은 거의 21%의 가격 인하를 해야 할 것이다”고 추정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과 프린스턴 대학, 컬럼비아 대학 경제학자들의 2018년 3월 연구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미국 구매자에게 대부분의 관세 비용을 부과하려 했지만, 매달 점점 더 줄어드는 판매량을 확인할 뿐이었다.

미국 구매자들은 2018년 12월 중국산 상품에 대한 첫 500억 달러 관세에서 약 4분의 3을 부담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후 2000억 달러 대상 제품에 관해선 부담이 약 4분의 1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