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中군함 도발에 “대만해협서 공격성 증가…누군가 다칠 수도”

한동훈
2023년 06월 6일 오전 11:51 업데이트: 2023년 06월 9일 오후 5:45

미국 백악관은 5일(현지시간) 최근 중국 군함이 대만해협에서 미국 구축함에 접근한 것과 관련 “중국군의 공격성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군의 공격성이 증가한 상황에서 판단 오류나 실수로 “머지않아 누군가 다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4일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중국 군함이 대만해협에서 미 해군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정훈함에 접근해 운항한 영상을 공개하며 “안전하지 않은 상호작용”을 했다고 비판했다.

해당 영상은 3일 촬영된 것으로 중국 군함이 정훈함에 150야드(약 137m) 거리까지 접근하며 항로를 가로질러 가는 모습이 담겼다. 정훈함은 항로를 변경하지는 않았지만, 충돌을 피하기 위해 속도를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중국 군함이 미군 구축함의 항로를 예상하고도 그대로 가로질러 간 행위에 대해 ‘국제해상 충돌예방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규칙은 안전한 항행을 위해 모든 선박이 준수해야 할 항행규칙을 규정하고 있다.

미군 구축함의 항로를 중국공산당 인민해방군 구축함이 가로지르고 있다.| 제공=미 해군/AFP/연합

이번 사건은 지난달 26일 국제 공역인 남중국해 상공에서 중국 전투기가 미국 정찰기에 근접 비행한 데 이어 일주일 만에 발생한 것이다.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이를 “불필요하게 공격적인 기동”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대만해협을 국제수역으로 보고 공해(公海·어느 국가의 주권에서도 속하지 않는 해양, 국제법상 모든 국가에 개방된 해역)와 같이 모든 국가가 자유롭게 항행하고 그 상공을 비행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대만해협은 내해·영해·접속수역·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구성됐다며 주권과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대만해협을 드나드는 한국과 일본 선박은 중국의 제약을 받아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또한 대만은 역사적으로 중국 정권(중국 공산당)에 통치된 적이 없는 데다 현 대만 정부가 중국의 지배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만해협 주권·관할권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중국 공산당은 이번 위협 기동에 관해 자기네 수역에 대한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입장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군이 취한 조치는 완전히 합리적이고 합법적이며 전문적이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이 “전문적이고 안전하다”고 한 것은 백악관 커비 조정관의 발언을 의식한 표현으로 보인다.

커비 조정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공중이나 해상에서의 개입은 늘 발생하는 일이다. 우리 역시 그렇게 한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우리는 그것이 필요하다고 여길 때 전문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은 중국의 거듭된 도발에도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국제수역 및 그 상공에서 자유로운 비행과 항해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도 인도·태평양에서의 작전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확인했다.

커비 조정관은 “미국의 조약 동맹국 7개국 가운데 5개국이 인도·태평양에 있다”며 “이 지역에서 동맹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재활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만약 중국이 보내는 메시지가 우리(미국)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거나, 우리의 존재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거나, 우리가 비행과 항해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 국무부는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가 “중국과 예측 가능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베단트 파텔 국무부 대변인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어떤 종류의 새로운 냉전도 추구하지 않으며 우리의 경쟁이 분쟁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