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86% “美 주요 언론, 편향적 보도” 갤럽 설문조사

이은주
2020년 08월 14일 오전 10:55 업데이트: 2020년 08월 14일 오전 11:09

미국인 86%가 미국 언론이 편향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의 독립적인 기능이 민주주의에 필수적이라고 여기는 미국인들이 증가한 가운데, 주요 언론의 보도가 편향됐다고 여기는 미국인들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과 미국 언론 시민단체인 나이트 재단이 지난해 12월 미국 성인 2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 언론 신뢰도 평가에서 미국인 86%가 언론이 편향적이라고 답했다.

이는 미국인 10명 중 8명꼴로 지난 2007년 대비 62%로 대폭 증가한 수치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지지자들의 언론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72%가 언론 보도가 편향됐다고 여긴 반면, 민주당 측에서는 불과 28%에 그쳐 양당 간 큰 견해차를 나타냈다.

‘적당히 편향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민주당 79%, 무소속 88%, 공화당 94%로 “매우 편향적”이라는 시각은 줄어들었다.

다만, 미국인 절반 정도가 언론이 “매우 편향적”이라고 답했다.

편향 언론에 대한 우려가 증가한 가운데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는 의견도 우세했다.

미국인 84%는 언론이 정확한 보도를 제공하고 정부, 기관, 권력기관 등을 견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중요하다’ 혹은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49%였다.

공화당 측에서 언론의 편파 보도에 대한 우려가 높은 데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주요 언론의 부정적 보도 탓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디어리서치센터(MRC)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절차를 개시한 시점부터 올해 2월 최종 표결까지 ABC, CBS, NBC 등 미국의 주요 언론매체는 트럼프의 경제적 성과보다 탄핵 관련 보도에 77배나 많은 시간을 들였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언론의 부정적 보도는 93%에 달했다. 이는 리서치센터의 조사와도 맞물린다.

앞서 리서치센터가 2017~2018년 보도자료를 검토한 결과, 트럼프 관련 보도의 90%가 부정적인 것이었다.

아울러 미국 주요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대유행 기간 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방역 대응에 대한 비판 기사를 헤드라인에 내세워 줄곧 보도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리서치센터가 코로나가 확산되던 시점 100일 동안 부정적 헤드라인을 담은 WP의 신문 1면 톱기사를 선별한 결과, 53개의 기사에 부정적 헤드라인이 달렸다.

긍정적 헤드라인을 담은 기사는 단 2개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트럼프에 관한 내용이 아니었다고 리서치센터는 지적했다.

또한 전염병 대유행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에 맞서야 할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 대응을 약화시키기 위해 노골적 비난이 담긴 기사를 1면으로 다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유세현장에서 언론을 맹비난했고, 지금도 언론 비판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언론을 겨냥한 비난이 정당하냐는 질문에 공화당 61%, 민주당 22%가 ‘정당하다’고 답했다.

반(反)트럼프 보도 비율이 높은 것과 별개로 모든 형태의 편파적 보도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가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10명 중 9명 이상이 편향이 “주요 문제”라고 답했다.

조사에서 ‘편향적으로 보도한다’, ‘기사 선정이 편향됐다’, ‘지나치게 편향됐다’ 등에 대한 응답자의 비율이 모두 증가했다.

이어 미국인들은 언론의 편향성에 대해 자신이 지향하는 언론(29%)보다 타인이 선택한 언론의 보도(69%)가 더 편향됐다고 생각했다.

이번 조사에 대해 나이트 재단의 샘 길 부사장은 “대부분의 미국인은 객관적 뉴스를 전달하는 언론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면서 “이것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부식시킨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