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4명 중 3명 “언론이 정치 양극화 심화시켜”

김태영
2023년 05월 24일 오후 8:05 업데이트: 2023년 05월 24일 오후 10:05

AP통신이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로버트 F. 케네디 인권센터와 함께 지난 2(현지 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4명 중 3명 언론이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3일까지 미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며 표본 오차 범위는 ±4.4%포인트다.

조사 결과 ‘언론이 보도하는 뉴스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신뢰하느냐’는 물음에 미국인 45%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으며 “신뢰한다”는 사람은 16%에 불과했다. 또한 ‘언론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미국인 10명 중 4명은 “언론이 민주주의를 해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10명 중 2명만이 “언론이 민주주의 수호에 기여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 정당별 차이도 두드러졌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61%가 “언론이 민주주의를 해치고 있다”고 답한 반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과 선호 정당이 없는 사람은 각각 23%, 36%만이 같은 대답을 내놨다.

하지만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미국인 절대다수는 언론이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 10명 중 9명은 “언론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문제를 일으킨다”고 보고 있으며 3명 중 1명은 “기사 헤드라인에서 정치인의 거짓 주장이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매일 본다”고 답했다.

아울러 가짜 뉴스 확산 문제를 두고 미국인 10명 중 6명이 “언론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으며 과반수가 정치인과 소셜미디어(SNS) 기업도 이 문제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이번 여론 조사 결과를 두고 “언론에 대한 이 같은 신뢰감 붕괴는 많은 미국인이 주류 언론을 거부하고 SNS나 신뢰도가 낮은 웹사이트 정보를 더 신뢰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이는 사실이 아니거나 강한 당파성을 띤 주장을 확산해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캔자스주(州) 허친슨에 거주하는 바바라 조던(53)은 “TV에 나오는 뉴스보다 직접 온라인 검색을 통해 얻는 정보를 더 신뢰한다”고 밝혔다.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사는 조 살레냐(50)는 “뉴스 매체와 SNS 플랫폼이 많은 사람이 서로를 적으로 여기도록 조장했다”며 “이는 지난 2016년 미 대선 이후로 더욱 심해졌으며 미국이 분열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나바르에 사는 제니스 포트(71)는 “각 방송사가 서로 다른 말을 해서 무엇을 신뢰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나를 비롯한 주변의 많은 사람이 완전히 어둠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치적 분열이 심화한 이유로 미디어 생태계 변화와 함께 가짜 뉴스 확산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프랑스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지난 3일 발표한 ‘2023 세계 언론자유지수’ 보고서에서 “가짜 콘텐츠 산업이 디지털 생태계에 퍼지면서 언론 자유에 급격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RSF는 “조사 대상국(180개국)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18개국에서 (전문가들은) 자국의 정치 활동가들이 조직적으로 대규모 허위 정보 확산 및 프로파간다 캠페인에 관여했다고 응답했다”며 허위 콘텐츠 확산 문제가 전 세계 미디어 환경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