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제재한 새 홍콩 수장, 19억 후원금 모두 현금으로 받았다

정향매
2022년 07월 6일 오후 8:15 업데이트: 2022년 07월 6일 오후 8:15

지난 1일 취임한 존 리(리카치우·64) 홍콩 신임 행정장관이 은행 계좌가 없어 선거운동 기간 후원금을 현금으로만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4일 홍콩 밍바오(明報)는 “공개된 존 리 행정장관의 선거 캠페인 지출 명세서에 따르면 그는 이번 선거 기간 후원금 1126만 홍콩달러(약 19억원)를 모두 현금으로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처럼 많은 현금을 차질 없이 집계·보관·이송하기 위해 지폐 계수기(3대), 금고(3개), 현금 운반 서비스(9회) 등의 용도로 63,765홍콩달러(약 1000만원)를 지출했다.    

홍콩입법회 전 의원 천자루오(陳家洛) 홍콩침례대학 부교수가 “(미국의) 제재를 받는 사람에게 현금으로 기부하는 행위는 우려되는 사안이다. 자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없고, 기부 과정에서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금의 출처도 은폐되기 쉽다. 이번에 존 리가 받은 후원금의 일부는 홍콩 밖에서 흘러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고 5일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천 부교수는 또 블룸버그에 “선거 후보자가 선거 기간에 제재 때문에 은행을 통해 돈을 사용할 수 없는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존 리는 2020년 8월 홍콩 국가안전법 사태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해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그의 미국 내 자산 동결은 물론, 미국에 지점을 두거나 본사를 두고 있는 은행들은 모두 그와 거래를 중단했다. 

블룸버그는 또 “존 리 행정장관의 캠페인 지출 명세서에 그를 후원한 재벌들의 이름이 없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며 “홍콩 재벌들이 미국 제재로 인한 리스크를 의식하고 있는 것을 설명한다”고 전했다. 

홍콩의 법률 규정에 따라 선거인은 기부금이 1000홍콩 달러(약 16만원) 이상이면 출처를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홍콩 재벌들은 지난 몇 차례 행정장관 선거에서 매번 후보들에게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다. 

천 부교수는 이번에 재벌들이 기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많은 홍콩 재계 인사들은 미국에 자산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감히 공개적으로 미국의 제재를 받는 존 리를 후원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베이징 당국에도 충성을 표해야 하므로 고민이 많았을 거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선거 기간 홍콩 부호 1위인 리쟈청 홍콩 청쿵그룹 회장과 리자오지(李兆基) 헝지자오예 창업주는 존 리 선거 캠프 고문을 맡았다. 리자오지 회장은 이런 명분으로 존 리에게 선거용 사무실을 지원해줬다. 린젠펑(林健鋒) 융허실업(永和實業) 이사장은 개인적으로 존 리에게 17,800위안(약 300만원) 상당의 마스크를 기증했다.

블룸버그는 이에 홍콩 재벌들은 이번에 미국의 제재를 의식해 자금 대신 물질적으로 행정장관 후보자를 지원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베이징에 호의를 표시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존 리는 이번 홍콩 행정장관 선거의 유일한 후보였다. 그는 2017년 7월, 30년 경찰 생활을 마친 후 홍콩 보안국 국장으로 임명됐고, 2019년 홍콩 ‘반송중(反送中·중국 송환 반대)’ 시위 당시 중국 공산당 당국과 홍콩 정부의 지시에 따라 시위자들을 강경 진압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6월 홍콩 보안국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지난해 4월 보안 국장을 사임하고 이번 제6대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공식 출마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