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블랙리스트에 올린 中 7개사의 중공군 커넥션

류지윤
2021년 04월 10일 오후 7:35 업데이트: 2021년 04월 10일 오후 7:40

미국 상무부가 지난 8일 중국 하이테크 기업에 대해 새로운 금지령을 내리면서 중국의 슈퍼컴퓨터 회사 7곳을 수출 통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상무부는 이들 기업이 중공군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포함해 중공의 군사발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무기들은 미국과 대만에 위협이 된다.

익명을 요구한 상무부 고위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국 정부의 이번 움직임은 사실상 미국의 물건이 중공의 군사력 발전에 쓰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무부가 이름을 올린 7개의 중국 회사는 각각 톈진 파이티움(PHYTIUM), 상하이 ICC, 선웨이(SUNWAY) 등 3개 회사와 지난(濟南), 선전(深圳), 우시(無錫), 정저우(鄭州) 등에 있는 국립 슈퍼컴퓨팅 센터다.

WP는 새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톈진 파이티움, 상하이 ICC, 선웨이 3곳은 중공군과 연계돼 있다고 전했다. 톈진 파이티움이 생산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이미 중국 최대 공기역학연구센터(CARDC)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되고 있으며, 해당 연구센터는 현재 중공의 극초음속 무기 연구가 진행 중이다.

블랙리스트 기업, 다른 회사 내세워 美 기술 획득

2015년 미국 정부는 중공군 소속 2개 기관, 국방과학기술대와 톈진 국가슈퍼컴퓨팅 센터를 상무부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톈진 파이티움은 이 두 기관과 긴밀한 관계에 있다.

톈진 국가슈퍼컴퓨팅 센터는 10년 전 블랙리스트에 오르기 전, 슈퍼컴퓨터 ‘톈허-1’에 인텔 칩을 사용했다. 서방 분석가들은 톈진의 이 센터가 블랙리스트에 오르자 파이티움의 제품을 사용하기로 방향을 틀었다고 밝혔다.

중국 네트워크 자료에 따르면 톈허-1은 이성질(isomerism) 연산 구조를 사용해 파이티움이 생산한 CPU를 조립했다고 한다. 톈허-3은 톈진 국가슈퍼컴퓨팅 센터와 국방과학기술대학이 공동으로 연구 제작 한 것으로, 2018년 7월 22일 ‘톈허-3 E급 원형기 시스템’이 톈진 센터에서 연구 개발을 완료했다. 톈허-3 E급 원형기 시스템’ 역시 파이티움이 자체 제작한 CPU를 채택했다.

중공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도운 톈진 파이티움

WP는 중국 서남부의 한 비밀 군사시설에서 극초음속 비행체가 하늘을 날 때 열량과 저항력을 시뮬레이션하는 슈퍼컴퓨터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전직 미국 관리와 서방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중공 미사일은 언젠가 미국 항공모함이나 대만을 겨냥할 수도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파이티움이 미국 소프트웨어로 설계한 마이크로 칩으로 해당 컴퓨터가 작동한다고 말했다. 사기업을 자칭하며 인텔 같은 글로벌 칩 거물이 되기 위해 애쓰는 파이티움은 중공군 측 연구부처와의 연결고리는 공개하지 않았다.

WP는 “파이티움 칩은 대만의 최첨단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파이티움 칩 설계의 마지막 단계도 대만 알칩(Alchip∙世芯)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공의 극초음속 비행체 테스트 시설은 CARDC에 있으며,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CARDC는 중공 해방군 소장이 관리한다.

파이티움과 CARDC의 파트너십은 중공이 어떻게 미국 기술의 도움을 받아 은밀하게 민간 기술을 전략적 군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WP는 전했다.

극초음속 기술은 음속의 5배가 넘는 속도로 미사일을 쏴 현재의 방어를 회피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말 파이티움과 다른 중국 기업 몇 곳을 수출 블랙리스트에 올릴 예정이었으나 그러지 못했다고 미국 전직 관리가 밝혔다.

파이티움은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제품을 사용한다. 이들 미국 회사는 이제 미 상무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만 이 중국 반도체 업체와 비즈니스를 이어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수출 금지 조치가 중공의 극초음속 무기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른 첨단 무기와 더욱 강력한 감시 능력의 발전을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과 중공 총참모부 ‘제56 연구소’의 관계

상무부 두 번째 고위 관계자는 WP에 “상하이 ICC와 마찬가지로 제재를 받은 슈퍼컴퓨팅센터는 중공 해방군 총참모부 ‘제56 연구소’를 지원하고 있으며 해당 연구소는 통신 차단을 처리하는 코드 해독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 당국자는 “이 모든 것들은 이들(중국) 회사가 (중공)군을 지지하는 국가 표준 방식을 갖고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공군 최초의 컴퓨터 연구소이자 최대 규모의 컴퓨터 연구소인 제56 연구소는 중공 최초의 대형 컴퓨터 개발 사업에 참여했다.

당국자는 “이런(슈퍼) 컴퓨터는 합법적인 민간 용도도 많지만, 특히나 핵무기, 사이버 공격, 미사일, 심지어 극초음속 기술과 같은 첨단 무기 설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안보 전문가, “바이든 정부, 외국산 직접 생산품 규칙 검토 중”

미국의 국가안보 전문가는 정부의 행동을 지지하는 한편 제재에도 구멍이 뚫려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정부를 도와 수출 통제 정책을 조율한 모리슨 전 보좌관은 WP에 “진정으로 제 역할을 하려면 지금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는 ‘외국산 직접 생산품’(foreign-produced direct product)에 대해 보다 더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미국의 정밀한 도구를 사용하는 대만의 반도체 공장을 포함한 비(非)미국 기업과 제재를 받은 기업이 미국의 모든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중국(중공)은 이 기술을 계속 확보하게 될 것이고, 바이든 정부가 약속한 ‘극단적인 경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동맹국과 협력해 중공의 경쟁에 함께 대응

상무부 이인자는 상무부가 동맹국과의 협의를 통해 그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며 “이 중 많은 사람이 중국(중공)에 대해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어 수출 통제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만의 경우 전 세계 반도체 공급사슬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이 대만에 있다.

대만 외교부 장관 우자오셰(吳釗燮)는 지난 7일 대만 정부가 미국과 협력해 반도체 공급업체를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 정부가 “대만의 중국 반도체 공급이 미국의 더 광범위한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도록 보장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정부는 공급사슬 확보가 대만뿐 아니라 광범위한 국제사회, 특히 뜻이 맞는 국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왔으니 이를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레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공산당과 장기 경쟁을 위해 “우리는 동맹국들과 협력해야 하고 가능한 곳에서 공통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