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격…중공 화웨이 상대로 5G 기술전쟁 ‘진검승부’

강우찬
2021년 05월 6일 오전 9:00 업데이트: 2021년 05월 6일 오전 10:17

“속도는 오늘날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화폐다. 디지털 혁신을 위해서는 이러한 모멘텀이 필요하다. 이제는 큰 게 작은 걸 잡아먹는 게 아니라, 빠른 게 느린 걸 잡아먹는다.”

지난달 공개된 미국과 중공 사이의 5G 전쟁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실린 키스 크라크 전 미국 국무부 차관의 발언이다.

기존 통신기술보다 속도가 10배, 장래에는 100배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5G 기술의 중요성은 한국 내에서 이미 여러 차례 언론보도와 전문가 논평 그리고 기업의 마케팅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5G는 속도의 증가뿐만 아니라 전송하는 데이터의 양을 나타내는 대역폭의 증가도 중요한 부분이다.

대역폭이 확대되면서 동시에 더 많은 장치를 연결할 수 있도록 한다. 네트워크가 바쁜 지역에서는 더 이상 서비스 장애는 없을 것이며, 전화와 문자 연결은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질 것이다.

아마존 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등으로 대표되는 클라우드 플랫폼 연결도 더 빠르고 강력해진다. 이것이 5G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왜 세계 각지 기업이 앞다퉈 5G 장비를 생산하는 이유이다.

여기까지는 익히 잘 알려진 내용이다. 다음은 미국이 보는 5G 기술의 기회와 위협이다.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 산하 기업인 중공 정보통신(IT) 공룡 화웨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작년 2월까지 91개 국가와 5G 기술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그중 47개국은 유럽에 분포돼 있으며, 대부분 미국의 동맹국이다.

화웨이는 중공의 자금을 원하는 대로 가져다 쓸 수 있다. 중공 치하의 중국의 박사급 인재들도 원하는 만큼 제공받을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 화웨이의 국제적인 영향력과 자원은 전 세계 거의 모든 통신사를 압도한다.

화웨이와 사업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통신사를 거부할 수 있을까?

미국의 전략 “화웨이와 협력을 중단하라”

키스 크라크 전 차관이 밝힌 미국의 전략은 매우 간단하다.

각국 정부와 기업을 압박해 화웨이를 거부하라고 압력을 넣는 것이다. 이는 각국 정부와 기업에 화웨이를 거부할 수 있는 ‘미국의 압력’이라는 명분을 부여하는 것과 같다.

여기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더 온화하고 정교하게 가다듬는 것이다.

“나는 각국 재무부 장관, 외교부 장관 등 관련부처 관계자들과 60차례 이상의 회의를 실시했다. 대부분 국가는 중국을 두려워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화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많았다.”

“적잖은 이들이 중국에 대해 언급할 때 ‘그들’이라고는 단어를 썼다. 내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묻자, 각국 정부 관계자들은 ‘그들은 중요한 무역 파트너다. 하지만 신뢰하기는 어려운 상대’라고 했다.”

크라크 전 차관은 신뢰가 미국 국가 5G 전략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러한 화웨이社 5G 공세의 허를 찌른 전략이 바로 새로 개봉한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드림, 중국 기업과 대결하다’(The American Dream Takes on China Inc)이다.

중공기업, 화웨이의 ‘5G굴기’

지난 4월 공개된 이 다큐멘터리의 제1부 ‘5G 3연승’(5G Trifecta)에서는 크라크 전 차관이 걸어온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개인의 삶을 통해 미국 제조업의 성장을 추적한다.

그는 아버지의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며 끊임없는 경영난 속에서 살아남는 근성을 배웠고 공정한 경쟁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이후 1980년대 제너럴 모터스(GM)의 부사장 시절에 이르러, 크라크는 실패가 중요한 선생님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러한 길을 걸어온 크라크는 미 국무부(외교통상부 격) 차관으로 임하면서 글로벌 경제 안보전략을 세워 타국의 경제침략과 국가안보 위협 대응 사령탑 역할을 하게 된다.

젊은 시절 ‘공정한 경쟁’의 중요성을 느꼈던 크라크는 미 국무부 차관으로서 ‘중공이 경영하는’ 화웨이 5G 사업의 부상에 주목했다. 그는 국가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직자로서 화웨이의 내부 구조와 성장과정, 위협과 약점을 연구했다.

화웨이는 중공군과의 독점적 계약과 중공의 재정 지원을 받으며 초반 성공을 거뒀다. 이 회사의 장비와 서비스는 중국 내 800개에 달하는 스마트시티에서 사용되고 있다.

화웨이는 기술이전 강요, 기술절도 등 비롯한 떳떳하지 못한 수단으로 성공을 굳혔다. 미국 시스코에서 공유기 소프트웨어를 훔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보기에 이러한 수단은 이미 흉악하다. 미국은 중공이 화웨이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들의 5G 네트워크 진입을 통제 또는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제 5G는 글로벌 비즈니스에서부터 군사작전까지 필수적 요소가 되고 있다.

크라크 전 차관은 화웨이의 위협 앞에서 강한 결의를 다짐했다. 그는 다큐멘터리에서
아버지의 제조업 공장이 부진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자동차 회사들이 불황을 겪으면서 우리 공장도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한동안 공장에 직원이라고는 아버지와 나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다.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나는 아버지의 강인함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이 회상을 통해 “강력한 국가 건설에 있어 제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화웨이의 공세를 둔화시킨 크라크 전 차관의 전략

크라크 전 차관이 세운 화웨이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전략은 간단하지만 강력하다. 미국의 5G 제조업을 성숙하게 만들고 성공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와 협상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13조5000억) 규모의 5나노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하도록 했다.

이미 건설사업이 진행 중인 이 공장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내 아웃소싱이 될 예정이며 1600개의 첨단산업 관련 일자리가 창출이 기대된다.

또한 미국 의회와 협력하여 반도체 제조사들이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자금과 세제 혜택 등을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하원 만장일치, 상원 96대 4의 압도적 찬성 표결로 300억 달러(33조7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크라크 전 차관은 대만 TSMC 미국 공장 건설, 미 의회 예산 확보 등을 ‘두 번의 승리’이라고 표현하며 더 많은 반도체 산업이 미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의 전망을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 삼성전자는 TSMC보다 더 큰 공장을 미국에 설립하기로 했다. 다른 기업들도 미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크라크 전 차관은 “5G는 미국 국가 안보에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 지도자들은 5G 전략을 지속해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화웨이의 영향력을 제한하며 5G 기술과 다른 산업과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국에도 화웨이 배제를 촉구하며 “정보가 중국 공산당에 들어갈 수 있다”고 조언하던 크라크 전 차관은 이제 미국의 5G 전략의 중심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