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민에 의한 정치’를 논하다 (하)

허칭롄(何淸漣)
2015년 07월 10일 오후 6:43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7

주민은 언제 지방 정부에 요구하나?

미국에서 이민자가 귀화하기 전 정부 부서와 자주 접촉하는 걸 제외하고 미국인이 정부와 만날 일은 매우 적다. 지방 정부를 예로 들면, 미국인이 지방 정부에 결혼 등기나 부동산 등기 등 절차상의 서비스를 요구할 때를 빼곤, 지방 정부 부서와 연락할 일은 거의 없다.

미국에서 10여 년 사는 동안, 지방 정부에 가본 적은 딱 2번 있다. 정부 건물은 나무에 가려진 회색 단층 건물로 지극히 평범했다. 건축 스타일로 봤을 때, 최소한 50년 이상 됐을 법한 매우 소박한 건물이었다. 2번의 방문 중, 한 번은 부동산 권리증을 사후 등록하러 갔었다. 당시 부동산 권리증이 필요한 일이 있었는데, 이를 등록한 적이 없어서 사후 등록이 필요했다. 가서 확인해 보니, 지방 정부가 일찍이 등록을 마치고 우편으로 송부했는데, 우리가 받지 못한 것이었다.

어떡해야 할까? 지방 정부 담당자는 도시 내 부동산 기록보관소에 가서 증명서를 보여주면 한 부 복사할 수 있으며, 효과는 동일하다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기록보관소로 가서 증명서와 주소를 알려주었고, 기록보관소 직원은 부동산 권리증을 찾아 복사해 주었다. 수수료 8달러에 모든 일을 완료했다.

내가 중국에 있을 때, 한 친구가 부동산 권리증을 잃어버려서 이를 다시 등록하려 했다. 그는 인맥과 연줄을 총동원하고 엄청나게 신경을 쓴 끝에, 겨우 몇 달 만에 다시 등록할 수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좀 좋아졌지만, 몇십 위안에 이런 일을 처리하기란 절대로 불가능하다.

중국의 각급 정부는 없는 곳이 없기 때문에, 중국인은 항상 정부의 존재와 압력을 느낀다. 미국의 최대 특징은 사람들이 평소에 정부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지방 정부는 언제 미국인의 생활에 나타나는 것일까? 폭설이나 태풍 등 날씨가 열악해지면, 지방 정부는 반복적으로 자동전화를 걸어, 현지 주민들에게 대비를 잘하라고 당부한다.

나는 예전에 ‘내가 미국에서 겪은 허리케인 샌디’라는 글에서 당시 미국 정부의 재난 전 예보와 재난 후 활동에 대해 적은 바 있다. 서비스형 정부란 무엇인가? 미국의 도시급 이하 정부가 가장 좋은 예이다.

이에 비해, 중국 정부의 부정부패와 수탈 행위는 차치하더라도, 중국의 재난 대응 방식은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다. 중공이 정부 직능을 독점 정치, 독점 경제, 독점 여론의 전능형 독재 정부에서 점차 서비스형 정부로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전 소련과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작은 도시의 도서관

미국의 수많은 소규모 도시(행정 구역상의 도시를 말하며, 수십만 가구가 사는 자연 형성된 도시가 아님)에는 모두 도서관이 있다. 일반적으로 도서관은 도시의 활동 중심이며 도시의 영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과장해서 말하는 게 아니다. 도시 주민은 도서관에서 책, 화보, 영상 자료를 마음껏 빌려 볼 수 있다. 시설이 좋은 도서관의 경우, 컴퓨터실과 열람실이 구분돼 있다. 빌려 보는 것도 매우 편리해, 몇 분이면 대여 절차를 마칠 수 있다. 나도 도서관에서 적지 않은 책을 빌리는데, 찢어지거나 낙서한 부분은 찾을 수 없었다.

작은 도시 도서관의 장서량은 도시의 경제력과 관련 있다. 도서관의 운영비가 도시 세금에서 오기 때문이다. 도서는 주로 두 가지 방법으로 들어오는데, 첫째는 구매이고, 둘째는 지역 주민의 기증이다. 만약 도서관에서 기증한 도서가 필요 없다면, 특별히 준비한 책장에 friends books라고 표시하고는, 1달러에서 최대 10달러까지 판매한다. 그중 괜찮은 책이 적지 않은데, 나도 도서관에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의 1945~1954년 1면 특별판을 9달러에 구매했다.

내가 사는 도시의 도서관도 사실 매우 괜찮다. 주변에 꽃과 나무가 무성하고, 도서관도 현대적인 감각의 2층 건물이다. 도서관은 널찍해서 2, 3백 명이 앉아도 붐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난 이 도서관을 3번밖에 찾지 않았고, 주로 프린스턴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다.

내가 사는 곳이 프린스턴 도서관과 매우 가깝고, 프린스턴 도서관은 5년 전에 재건축돼, 겉모습은 옛 건물의 모조품 같지만(도시 규정상, 신축 건물은 주위 건물과 잘 어울려야 한다.), 내부 시설은 매우 현대적이기 때문이다. 거대 자금을 들여 건축한 선전시 도서관에 비교하면, 규모는 약간 작지만 내부의 쾌적함과 편안함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도서관의 장서량도 내가 사는 도시의 도서관보다 훨씬 많다. 아들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 과외 서적을 많이 빌려야 했다. 우리는 매년 도서관에 2백 불을 기증해, 도서관에서 good friend card를 발급받았다. 이 카드가 있으면, 지역 주민과 마찬가지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부근 주차장의 무료 주차도 포함)

도서관에서는 각종 강연이 자주 열린다. 프린스턴대학은 세계적 대학이어서, 유명 교수가 많고 유명 인물들도 자주 방문하곤 한다. 도서관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각종 전문가를 초청해 전문적인 국제 형세 강좌를 열곤 한다. 내 기억으로는, 중동 문제와 국제 관계를 연구하는 전문가가 두 차례 강연한 적이 있는데, 이는 미국 소도시에서 매우 보기 힘든 광경이다.

미국인이 사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 중에는 미국 중고교의 체육시설과 도서관이 포함돼 있다. 주말과 휴일이 되면, 지역 사회 주민들이 학교 도서관을 빌려 행사를 벌이곤 한다. 내가 사는 도시의 중학교 도서관은 조건이 매우 좋아서, 교육과 관련된 지역 사회 활동은 대부분 그곳에서 진행됐다.

나는 예전에 한 목사가 강의한 ‘청춘 반항기의 자녀와 더욱 잘 소통하는 법’을 들었다. 이 목사는 자녀 3명과 중동 지역에서 입양한 고아 2명까지 키워, 육아 경험이 매우 풍부했다. 당시 강좌에는 청중 3백 명이 몰려, 큰 환영을 받았다. 도서관을 비리는 조건은 오직 하나였다. 책상과 의자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고, 음료수 포장과 물병은 휴지통에 버리는 것이었다.

거주 지역의 업주위원회

이어서, 거주 지역 관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난 과거에 선전 롄화 베이춘에 살았었다. 당시 중국은 외국에서 주택관리 경험을 배웠지만, 이를 그저 중국 스타일로 바꿔 버렸다.

미국에서 혼자 작은 거주 지역으로 이사했을 때, 우편함에 그 지역 업주위원회에서 보낸 소포가 있었다. 소포에는 주민 안내서가 있었는데, 쓰레기 버리는 시간, 주택 수리 규정, 화초와 나무 재배 규정 등 그 지역의 모든 규정이 열거돼 있었다. 미국의 거주 지역에는 통상 업주들이 업주(혹은 집주인)위원회를 선출하고, 다시 부동산 관리회사를 초빙해 지역의 녹화를 관리한다. 아파트나 townhouse 위주인 지역은 잔디나 나무 손질을 통일적으로 관리하고, 독립주택 위주인 지역은 스스로 하거나 조경회사에 맡긴다.

내가 사는 지역은 그지 크지 않아, 업주위원회는 매 기 5명씩 무보수로 일했다. 업주가 불만을 가지면 언제든지 인원을 대체할 수 있었다. 약 3년 전, 부동산 관리회사가 업주위원회와 협의한 후, 거주 지역 내 보도를 아스팔트 도로에서 콘크리트 도로로 교체하겠다고 모든 업주에게 통보했다. 전자는 쉽게 손상되지만, 후자는 매우 튼튼해 30년 동안 파손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런 다음 주민들이 내야 할 비용을 열거했다. 그 결과 수많은 주민이 반대하며 업주회의를 열 것을 요구했다. 회의가 열리자 약 150여 명이 참석했는데(지역 주민의 절반 이하), 참석자들은 모두 반대를 나타냈다.

주민들은 자주 이사를 가기 때문에, 10년 후의 도로 경비까지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콘크리트 도로 교체를 지지하던 업주위원회 회원은 현장에서 사임할 수밖에 없었고, 현장 업주 중 추천과 자원 방식을 통해 새로운 업주위원회 회원을 선출했다. 출마자들은 각각 자신이 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밝혔다.

예컨대, 서비스가 더욱 좋고, 비용이 더욱 합리적인 청소회사(정기적으로 쓰레기를 수거)와 조경회사를 선택하고, 3년 내 부동산 관리비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등이었다. 내용을 경청한 업주들은 투표를 진행했고, 선거 결과는 현장에서 공개됐다.

내가 중국 선전 롄화 베이춘에 살았을 때, 그 지역은 전국 문명 시범 지역으로 선정돼, 전국에서 매우 모범적인 지역 관리 모델로 꼽혔다. 하지만, 미국의 주거 지역 관리와 비교하면, 두 가지 매우 다른 특징이 있었다.

첫째, 중국의 업주위원회는 업주가 선거해서 뽑는 게 아니라, 부동산 관리회사와 업주가 작은 범위에서 소통해 뽑는다. 예컨대, 부동산 회사는 일부 사람들에게 해당 업주 대표가 업주위원회에 들어오는 걸 원하는지 의견을 구한다.(이는 당시 상황으로, 현재는 바뀌었는지 모른다.)

둘째, 미국의 거주 지역에는 전문 청소인력이 없으며, 주민들이 자기 집 문 앞과 차도의 청소를 책임진다. 공공지역에는 쓰레기가 거의 없으며, 10여 년간 전문 청소인력이 청소하는 걸 보지 못했다. 거주 지역 주변의 숲, 하천도 비교적 깨끗하다. 사람들 모두 공공장소의 take in, take out(가져온 물건은 되가져가기) 규칙을 알고 있어, 극소수의 사람들만 물병이나 포장지, 각종 쓰레기를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거주 지역은 청결을 유지하는 게 매우 어려워, 내가 살던 롄화 베이춘도 청소 인원이 온종일 청소해야 했다. 만약 노동절이나 공산당 창립일 같이 청소 인원이 일하지 않는 장기 휴일이 오면, 각종 식품 포장재나 주인이 치우지 않은 개똥을 사방에서 볼 수 있었고, 심지어 쓰레기 때문에 아이를 잃어버리기까지 했다.

결론

본문을 시작할 때 말했던 것처럼, 미국에서 지역 사회 주민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은 “굵은 쇠사슬 몇 개가 아니라, 생활 중 나타나는 각종 사소한 일로 엮은 가는 그물망”이다. 여기서 말하는 ‘쇠사슬’이란 종교 신앙, 정치 압력, 관련된 경제 이익 등을 가리킨다.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미국은 다양한 신앙을 믿고, 다양한 정당을 지지한다.

이러한 사람들을 지역 사회 자치에 참여하게 하는 원동력은 그들의 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각종 ‘사소한 일’이다. 미국 지역 사회가 평온하고 안정적인 삶을 누리는 것은 자치에 의존하는 바가 크며, 각 지역 사회의 자치 수준은 사회 구성원의 자율과 자존, 자애에서 비롯된다.

세계적 추세로 보면, 민주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독재 정권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언젠가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포스트 공산당 시기의 중국은 어떻게 건설해야 할까? 역시 중국인 자신에게 의존해야 하는데, 제도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사람이 실현해야 한다. 내가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미국의 ‘국민에 의한 정치’를 소개한 것은 중국인이 자발적인 ‘자치’를 통해 중국의 침몰을 막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제도 변화는 한 차례 개혁으로 완성할 수 있지만, 사람의 현대화는 길고 긴 과정이 필요하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