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민에 의한 정치’를 논하다 (상)

허칭롄(何淸漣)
2015년 06월 25일 오후 5:59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7

“미국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느끼려면, 광활한 농촌으로 가야 한다. 중국의 빈곤과 절망을 알려면, 중국의 농촌을 봐야 한다.”

중국에 관한 각종 소식 중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수십 년 동안 ‘농촌의 고향이 몰락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어느 곳에 있는 농촌이든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역 불량배나 조직 폭력배가 횡횡하고, 쓰레기와 오염이 심각하다.

실업자들이 점차 증가하고, 사람들이 모여 도박하는 것이 농촌의 주요 생활상이 되었다. 도덕은 땅에 떨어졌고 교육 등 공공사업은 무너졌다.’ 농촌의 붕괴 현상에 통감한 사회 각층은 ‘향신제도를 재건하자’고 부르짖었다. 즉 중공이 없애버린 농촌 자치모델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것이다.

토크빌이 칭찬한 ‘미국 공동체 정신’은 미국의 ‘국민에 의한 정치’를 가리킨 것이다. 내가 사는 곳은 풍경이 아름답고 조용하며 정돈된 미국의 지방 도시이다. 국내에 미국의 민주제도를 소개할 때 토크빌이 중시한 ‘국민에 의한 정치’를 소홀히 한 것 같아, 이야기 방식을 통해 미국의 자치를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미국식 민주의 영혼 국민에 의한 정치

1863년 11월, 링컨 미국 대통령은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영어 원문은 ‘(The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will never die)’이며, 이를 해석하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이다.

물론 해석만으로 영문의 깊고 정제된 뜻을 모두 표현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생동감 있게 그렸다고 할 수 있다. 선거제도, 삼권분립, 사법제도, 뉴스와 언론자유 등 정부제도 방면에서 미국 정치제도를 소개한 책은 중문으로 많이 번역됐다. 하지만, 자치라는 관점에서 미국 민주정치의 토대를 설명한 책은 2백 년 전 토크빌이 저술한 명저 ‘미국의 민주주의’를 뛰어넘는 책이 아직 없다. 다른 저자와는 달리, 토크빌은 정치제도 측면에서 민주를 고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관계, 인간의 사상 감정 및 민심 등으로 구성된 사회 현상에 깊숙이 들어가 미국의 민주를 고찰했다.

토크빌은 미국에서 민주가 순조롭게 발전한 것은 일련의 자연, 정치 및 사회 조건에 기초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중에는 미국의 자연환경과 법치, 민심이 포함되며, 이 세 가지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민심이다. 최상의 지리적 위치와 법률 제도가 있다 해도, 민심의 지지가 없으면 정치 체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민심은 나쁜 지리적 환경과 최악의 법치 제도가 조성한 불리한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

토크빌의 명저가 세상에 출간된 후, 세상에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고 미국 정치에도 거대한 변화가 수없이 나타났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토크빌이 찬양한 ‘미국 공동체 정신’이 여전히 세계 초강국인 미국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사는 중국인이라면, 자신을 차이나타운에 가두지 않는 한, 미국 곳곳에 있는 지역 사회를 느낄 수 있다. 아름다운 지방 도시와 지역 사회가 미국의 광활한 국토에 널리 분포해 있다. 지역 사회의 생활에 깊이 들어가면, 미국의 지방 도시야말로 강력한 자유의 집합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모든 도시, 마을은 똑같은 원칙 위에 세워졌다.

‘각 개인은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일에 최고의 결정권자이며, 자신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데 가장 적임자이다. 지방 도시(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그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의무의 이행과 권리의 행사는 똑같이 중요하다.’
이는 심오한 민주 이론이 아니라, 민주를 실천하는 방법이다. 나는 지역 사회의 공공업무 토론회에 몇 번 참석한 적이 있는데, 이는 미국인들이 ‘로버트 토의절차 규칙’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토론에 참가한 미국인(이민자 포함) 중 대부분은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그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즉, 그들이 그 책의 규칙을 실천한다기보다는 그 책의 저자가 미국 지역 도시의 자치 경험과 그 경험에서 시작된 각종 토의절차 규칙을 책으로 집대성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은 왜 철도역을 거부했나

차를 몰고 이 도시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노인 거주지를 지날 때마다 생각나는 일이 있다. 만약 현지 주민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집단행동과 재판에 나서지 않았다면, 이곳은 시끌벅적한 화물 운송역이 됐을 것이다.

내가 사는 도시에는 공용 황무지가 있다. 이를 본 한 운송기업이 그곳에 화물 운송역을 만들려고 했다. 지방 정부는 역이 들어설 경우 도시 경제가 활성화되고, 취업률이 높아지며, 도시 재정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이를 대대적으로 알리며 주민들이 찬성하길 바랐다. 하지만 철도역을 만들려면 철도를 보수해야 하고, 철도가 경유하는 몇몇 지역과 기차역이 있는 지역 주민은 소음에 영향을 받을 게 분명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주민들은 서로 연락해 의견을 나누고, 마침내 철도역에 반대하는 걸로 의견을 모았다. 중국인이 보기에는 이상할 것이다. 일부 주민이 정말 지방 정부의 사업을 막을 수 있는 건가? 이는 미국 법률이 부여한 대중 참여와 환경 결정의 권리이다. 20세기 중반, 미국인도 오염 문제에 상당히 시달렸지만, 그들은 가만히 앉아서 정부의 책임만을 기다리지 않았다.

자치 전통이 강한 미국 시민은 환경보호의 대중 참여를 추진하기 시작했고, 대중의 압력 아래, 미국은 1946년 ‘연방행정절차법’을 제정했다. 이 법률의 핵심은 당사자가 공청 제도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후 대중이 환경 정책에 참여하는 데 기반이 되었다.

몇 년 후, 지방 정부는 또다시 철도역 방안을 제기했다. 과거 이를 반대하던 주요 인사 중 몇 명이 도시를 떠났기 때문에, 주민들은 새롭게 힘을 모아야 했다. 그래서 당시 참가자는 지역 신문에 ‘먹구름이 또다시 머리 위에 몰려들었다’라는 제목으로 이를 알렸다.

그는 사안의 전체 맥락을 설명한 후, 도시 주민들이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지방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자고 호소했다. 인터넷 토론과 한 차례 모임을 통해, 사람들은 그곳이 지방 정부도 골치 아프게 생각하는 공터라는 걸 알게 됐다. 사람들은 그 황무지를 어떻게 활용해야, 지방 정부의 재정을 살리고, 철도역을 지으려는 시도도 막을 수 있는지 토론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 사건에 관심을 지닌 행동가가 다시 한 번 지역 신문에 소식을 전하면서, 철도가 지나가는 일부 지역뿐 아니라 철도역 부지와 멀리 떨어진 지역 주민들도 참가해 다 함께 정부에 압력을 넣자고 호소했다.

난 이 소식을 접한 후, 지역 정부 방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돕고, ‘국민에 의한 정치’를 직접 경험하고 싶은 호기심 때문에, 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 회의에서 한 사람이, 도시는 하급 주택을 건설해야 하는 공익 채무가 있으니, 그 땅에 노인 아파트를 지어 상환할 것을 제안했다.

이 공익 채무는 어떻게 상환해야 할까? 뉴저지 주에는 각 계층이 함께 거주할 하·중·고급 주택을 건설해, 빈곤지역의 출현을 막고, 빈곤층 자녀가 문제없이 통학하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세법을 보면, 부동산세는 지방세로 주로 교육비로 사용된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이 높은 지역은 교육 경비도 풍부해진다. 규정에 따르면, 도시는 하급 주택을 30채 더 지어야 한다. 하지만 노인 아파트 건설과 하급 주택 건설을 비교하려면, 회계사나 변호사 등 전문 인력의 복잡한 계산이 필요했다. 회의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 제안이 매우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참가자 중 전문 인력에게 방안을 만들도록 위탁했다.

1개월 후, 자세한 실행 방안이 작성돼 지방 정부에 제출됐고, 정부 사이트에 3개월 동안 게시됐다. 지역 주민의 별다른 이견이 없자 해당 안건은 지방 의회에 제출됐고, 의회의 결의를 거쳐 황무지의 용도가 마침내 결정됐다. 현재 이곳에는 아름다운 단독주택이 수십 채 지어졌다. 주택 주위에는 꽃과 나무가 어우러지고, 각종 새들이 날아다녀 주변 환경과 멋진 조화를 이루었다. 이번 활동을 본 후, 당사자가 공청 제도를 통해 만든 결정이 지방 정부의 결정보다 훨씬 공공 이익에 부합된다는 걸 깨달았다.

지역 사회 자치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중국에서 유행하는 말을 인용해 보면, 이곳 주민들은 ‘환경 주권 보호’를 성공적으로 처리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환경 보호는 민중의 참여로 추진된 것이다. 중국인들은 레이첼 카슨의 저서인 ‘침묵의 봄’을 통해, 미국의 환경 운동이 1960년대에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1946년 ‘연방행정절차법’을 제정해 대중이 환경 정책에 참여하는 데 기반을 이룩했고, 오늘날 지역 사회가 자치를 이루는 데 중요한 내용이 되었다.

중국의 환경 주권 보호는 20년 가까이 진행됐다. 2003년 실시된 ‘환경영향평가법’과 2006년 국가 환보총국에서 공표한 ‘환경영향 평가 및 대중 참여에 관한 임시 방법’을 보면, 지방 정부는 환경영향 평가를 공고해 환경영향 평가문서를 공개하고, 의견 수렴 단계를 설립해, 공청회 등을 통해 대중의 의견을 수집하고, 의견에 대해 효과적인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또한 최종 보고서에는 의견 채택과 미채택에 대한 설명이 첨부되어야 한다. 미국과 비교하면, 대다수 조문이 미국의 관련 법률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다만, 환경평가법에서 규정한 의견 수렴 단계가 10일(미국은 각 주별로 2개월에서 반년 정도이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큰 단점이다.(의도적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인은 단합이 잘되지 않고, 공공사업에 참여하려는 의식은 더욱 부족하다. 이렇게 시간이 촉박하면, 열의를 가진 사람이라도 이익 관계자를 모집해 토론할 시간이 거의 없다.

많은 중국인은 ‘지역 사회 자치는 민중이 선거권을 가진 이후에 다룰 문제’라고 여긴다. 하지만 나는 양자가 서로 상충된다고 보지 않는다. 지역 사회 자치와 민주 쟁취는 동시에 진행할 수 있으며,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관계이다.

특히 중국의 환경 생태가 심각하게 파괴된 현 상황에서, 중국 민중은 현행 제도를 이용해 먼저 행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환경평가법에서, 의견 수렴 기간을 10일에서 60일로 개정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 자신의 생존 환경을 열심히 개선한다면,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여 결국 민주화 개혁을 이끌 것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