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건국원칙 17] ‘삼권분립’에 담긴 권력 견제의 개념

제임스 팡(James Fang)
2022년 02월 26일 오전 10:00 업데이트: 2022년 03월 17일 오후 5:26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삼권분립에 기초해 정부 권력을 견제하고 권력 남용을 방지하는 규정을 만들어 17번째 건국 원칙으로 정했다.

삼권분립에는 네 가지 개념이 담겨있다.

첫 번째는 국가 권력이 입법·사법·행정 세 기구 중 어느 한 곳에 집중되면, 결국 독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분립된 삼권은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세 기구가 정립(鼎立)해서 서로 지지하고 공동으로 나랏일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분립된 권력은 각자의 영역을 고수하며 독단적으로 움직여서는 안 되고, 다른 권력의 영향과 제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이러한 제약이 각 권력의 합법적인 활동까지 제한할 정도로 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개념은 동양 음양오행설의 ‘상생상극(相生相克)’ 이치에 부합한다. 이런 형이상학 영역의 우주론적 이론을 현실 정치에 접목하는 것은 사실상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몽테스키외와 같은 선각자들보다 뛰어난 부분이다. 그들은 마침내 이 체제를 만들어냈고, 후대 사람들은 이 설계를 신의 도움으로 이룩한 ‘미국의 기적’으로 여긴다.

미국 헌법에는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된 세부 규정들이 기록돼 있는데, 주요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양원이 대통령을 견제한다.

△양원은 대통령이 양원에서 통과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양원 2/3 이상의 동의로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할 수 있고 △대통령이 제출한 예산안을 의결할 권한이 있고 △하원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해 탄핵을 진행하고 상원은 재판을 통해 탄핵 판결을 내릴 수 있으며 △선전포고권 같은 대통령의 일부 권한을 정지시킬 수 있다.

2. 상원이 대통령을 견제한다.

대통령은 연방정부의 관료 임명권을 가지지만, 고위직 관료를 임명할 때는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외국과 조약을 체결할 때도 상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3. 양원이 상호 견제한다.

하원에서 발의한 법안은 상원의 동의를, 상원에서 발의한 법안은 하원의 동의를 얻어야 법률로 확정될 수 있다.

4. 대통령이 양원을 견제한다.

대통령은 양원에서 통과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5. 법원이 의회를 견제한다.

대법원은 어떤 법률이 위헌인지 판단할 수 있다.

6. 의회가 법원을 견제한다.

입법을 통해 법원의 권력을 제한할 수 있다.

7. 의회가 법원을 견제한다.

의회는 판사를 탄핵할 수 있다.

8. 대통령과 상원이 법원을 견제한다.

법원 판사는 대통령이 지명한 후 상원의 인준 절차를 거쳐 임명한다.

미국의 건국 원칙 시리즈 보기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권력 분립과 균형, 상호 견제 기능을 미국 정치 체제의 정수로 꼽았다. 이런 기능을 통해 미국 정부는 스스로 잘못된 점을 고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견제 기능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대법원의 법률 해석권은 간접적으로 입법을 하게 하는 행위로, 의회의 권한을 가져간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것도 입법과 같은 것으로, 의회 권한을 변칙적으로 행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40년 동안 미국은 헌정체제가 위협받는 위기에 여러 번 직면했지만, 이러한 견제 장치가 작동돼 권한 침해를 막을 수 있었다.

미국의 번영을 부러워한 많은 나라가 미국의 공화제도를 모방했다. 하지만 겉모습만 흉내 냈을 뿐이었다. 그래서 삼권분립 제도를 갖춘 나라라 해도 나라를 흔드는 세력이 나타나면, 최근 터키에서 일어난 쿠데타처럼 결국 무력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설계한 권력분립과 견제 제도는 일견 번잡하고 쓸모없고 또 정부 기능을 약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남북전쟁과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240년 동안 국가의 근간을 흔들 만한 폭동도, 권력 찬탈도, 독재도 없었다.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여느 통치자처럼 군을 동원하지 않고 조용히 사임했다. 이처럼 많은 나라에서 일어난 불행이 미국에선 일어나지 않았다. 이 상호 견제 메커니즘 덕에 미국은 오랫동안 안정적인 연방제 민주국가를 유지하며 눈부신 발전을 이룰 수 있었고, 미국인들은 240년 동안 자유와 풍요를 누릴 수 있었다.

권력 분립과 견제·균형의 역할은 국가적 우환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세운 17번째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