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미성년자 성전환’ 허용 VS 금지 논쟁 치열

한동훈
2023년 04월 1일 오후 5:26 업데이트: 2023년 04월 1일 오후 5:26

민주당 소속 부지사 “자녀 요구 들어줘야 좋은 부모”
머스크 “되돌릴 수 없는 결정…성년 후 판단케 해야”

청소년기 성전환자 다룬 과학적·장기적 연구 결과 없어
공화당 우세 지역은 미성년자 성전환 금지 법안 제정

“아이의 성전환 요구를 들어줘야 좋은 부모”라는 미국 한 부지사의 발언에 논란이 일고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1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해당 발언을 담은 동영상을 리트윗한 후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성전환을 선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네소타주 부지사 페기 플레너건(민주당)은 앞서 지난달 8일 팀 왈츠 주지사(민주당)가 ‘성별 확증 치료(gender-affirming care)’ 지지 행정명령 서명하자 연단에 올라 소위 ‘좋은 부모론’을 폈다.

플래너건 부지사는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줬을 때, 그에 귀 기울이고 믿어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좋은 부모다”라고 말했다.

미성년자 자녀가 자신의 성정체성에 의문을 갖고 성전환을 원한다면, 부모는 마땅히 자녀가 성별 확증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발언을 담은 영상은 1천만회 조회되고 1420회 공유되며 8천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머스크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평생을 좌우할 엄청난 결정을 어린 자녀에게 맡기는 일이라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아이들은 성격, 정체성이 확립되기 전까지 정체성 위기를 겪는다”며 “우리는 18세(성년)이 되기 전까지, 가혹하고 되돌릴 수 없는 수술이나 불임으로 만드는 약물을 복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트윗은 33만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미성년자 ‘성별 확증 치료’를 둘러싼 논쟁

‘성별 확증 치료’란 타고난 성별과 자신의 성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느낌(성별 위화감)을 받는 이들의 치료다. 성전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성전환 치료와 마찬가지다.

LGBTQ+(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 게이[남성 동성애자], 바이섹슈얼[양성애자], 트랜스젠더[성전환자], 퀴어[이상성별 전반], 그외 포괄) 단체들은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해 정부가 성별 확증 치료를 의료 복지 서비스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민주당 우세 지역을 중심으로 성인은 물론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별 확증 치료, 성전환 치료의 제도화가 진행돼 왔다.

여기에는 ‘사춘기 차단’ 등 호르몬 요법과 ‘유방절제술’, ‘생식능력제거’ 등 외과 수술을 통한 성전환이 포함된다. 미네소타 주지사의 성별 확증 치료 지지 행정명령도 그 일환이다.

그러나 반대 움직임도 뒤따랐다. 미성년자에 대한 성별 확증 치료가 오히려 청소년과 미국 가정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칸소, 아이오와, 유타, 애리조나, 앨라배마, 웨스트버지니아, 조지아 등 11개 주에서 금지법을 제정했고 텍사스, 위스콘신, 미시간, 오하이오 등 20여 개 주도 비슷한 법 제정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이다.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주류매체에서는 ‘이념적 접근’, ‘정치 공세’라고 비판한다. 공화당이 성소수자 보호라는 인권 이슈를 진보 이념과 묶어 보수 유권자 결집을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 주 공화당에서 주도하는 정책을 들여다보면 성전환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미성년자 성전환을 쉽게 만들고 어른들이 이를 부추겨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보수 인사들 사이에서는 일부 교사나 교육당국이 아이들에게 성전환에 대한 환상을 주입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직 성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성별은 쉽게 바꿀 수 있는 것’, ‘성정체성을 탐색해보자’는 식으로 젠더 이념을 세뇌한다는 지적이다.

성전환하면 행복할까…통계와 사례

워싱턴포스트(WP)의 지난해 11~12월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성전환자 1336명 중 78%는 태어난 성별과 다른 성별로 생활하면서 이전보다 더 만족한다고 답했다.

다만, 성전환자 대부분이 성전환 치료를 받지는 않았다. 외과 수술를 통한 성전환 치료를 받은 이들은 16%에 그쳤고 대부분은 옷차림(77%), 헤어스타일·몸단장(76%)으로 원하는 성별로 변경했다고 WP는 덧붙였다(기사 링크).

반면, 성전환 치료가10대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과학적 증거와 연구 결과가 부족하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10월 특집기사에서 “미국 10대 청소년 수천 명이 성전환 치료를 받으려 대기하고 있다”면서 보건복지부 차관보 레이철 레빈 박사를 인용해 “성별 확증 치료가 성전환 청소년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기사 링크).

그러면서도 “장기적인 안정성과 효능에 대한 연구가 과학적 증거가 거의 없다”며 “미국의 수천 개 가정들이 불확실성으로 발을 내딛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10대 청소년들이 성별 확증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사춘기 차단제의 장기적인 영향력은 아직 불분명하다. 지금까지 이뤄진 관련 연구에서 이 약물은 청소년의 두뇌 발달과 생식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자살 충동과도 관련됐다.

통신은 또한 성전환을 한 청소년이 나중에도 계속 만족하는지, 후회하는지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적절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적잖은 전문가들이 청소년과 그 가족들에게 성전환 치료를 받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5세 때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가 17세 때 원래 성으로 돌아간 클로이 콜 역시 그중 하나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콜은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9세 때 성별 위화감 진단을 받았고 12세부터 성전환을 시작해 15세 때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콜은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하면 “더 행복해지고 완전한 인격체가 될 것으로 확신”했지만 현실은 달랐으며, 성급하게 성전환했던 자신의 선택을 “깊이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유방 절제술을 받고 1년 후, 자신이 나중에 자신의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원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결국 탈전환(detransition)했다.

콜은 자기 스스로 성전환을 결정했으나, 교사나 의료 전문가 중에 성전환의 위험성을 경고하거나 반대한 이는 거의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심지어 한 의료전문가는 “성전환을 하지 않으면 딸이 자살할 수도 있다”며 비전문가인 자신의 부모님을 압박했다며, 10대 청소년의 성전환을 부추기는 의료 시스템에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료인까지 처벌” VS “성소수자 보호”

이번 논란의 진원지가 된 미네소타주에서는 성전환 치료를 받은 이는 물론 치료를 제공한 의료인까지 모두 책임에서 면제한다는 방침이다.

미네소타의 왈츠 주지사는 관련 성명에서 “우리 미네소타에서 LGBTQ는 안전하고 보호와 환영을 받는다”며 “치료를 받은 당사자나 제공한 의료진 모두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성전환 치료를 금지한 곳에서는 주에 따라 의료인도 함께 처벌하는 강력한 규제책을 도입하고 있다.

아칸소주는 지난달 미성년자 성전환 치료를 수행한 의료 서비스 제공자에게 성년이 된 후 최대 15년까지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단, 성 발달 장애 진단이 내려진 경우는 제외하는 등 예외 조항을 뒀다.

AP 통신은 사실상 미성년자에 대한 성별 확증 치료를 금지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 이 기사는 사만다 플롬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