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침투한 中 공산당의 영향력…워싱턴서 ‘주목'(상)

2017년 12월 24일 오후 3:19 업데이트: 2019년 11월 26일 오후 2:31

최근 중국 공산당이 여러 통로로 해외에 침투한 사실이 각국에서 폭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한 매체는 중국 공산당이 미국 정부기관에 침투해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워싱턴이 뒤늦게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대처에 나섰다고 전했다. 미국 의회는 12월 13일 공청회를 열어 이른바 ‘중국의 긴 팔(Long Arm of China)’과 관련한 해법을 모색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2월 10일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여러 국가에서 중국의 침투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당 국가와 언론, 시민 사회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정치 후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정계 인사, 대학, 싱크탱크, 경제계에 뇌물을 살포해 충격은 더욱 컸다. 이에 미국의 정치학자들은 중국의 침투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대응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활동으로 해외 침투를 도모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군사력 확장, 해외 직접 투자, 자원 사재기 등 다양한 경로로 침투했다. 이중 가장 은밀히 진행된 침투 전략은 미국에서 시행됐다. 이는 미국 내 중국에 대한 비판적 토론을 차단한 뒤 영향력 있는 미국 인사들을 회유해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수법이다.

미국 국회, 공청회서 ‘중국의 긴팔’에 대해 토론

미국 상원의회 의원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는 중국이 미국 정치와 자유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자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목표는 미국에 있는 미국인들을 겨냥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루비오는 미국 의회 산하 중국위원회(CECC) 위원장이다.

해당 위원회는 12월 13일 이른바 ‘중국의 긴 팔(Long Arm of China)’과 관련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 시도, 민감 의제에 대한 토론 제지, 다자간 기관에 대한 영향력 행사, 권익수호 인사 협박, 외국 출판사에 검열 강요 및 학술 기관에 대한 검열 등의 문제를 다뤘다.

루비오는 미국 대학교 캠퍼스 내에 자리 잡은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과 연관돼 있으며 계약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공자학원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루비오는 중국 공산당이 지원하는 싱크탱크 연구소, 학술 프로젝트와 지적 소유권 합작에 대해서는 반드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미국인이 자신들을 대변하게 한다

11월 28일 미국 외교정책 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중국이 암암리에 해외 여론과 국가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인용된 제임스타운 재단(Jamestown Foundation) 피터 매티스(Peter Mattis) 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중국의 수법은 해외에서 구축한 인맥으로 여론의 분위기를 바꾸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만약 그들이 충분한 수의 인맥을 양성해낸다면 굳이 자신들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아도 정책을 바꿀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인민해방군(PLA)과 미국이 합작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인 ‘싼야 이니셔티브(Sanya Initiative, 三亞倡議)’를 예로 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양국의 전 군사 고위간부들의 교류 계획이다. 중국 군부가 프로젝트의 한 파트를 맡고 있다. 프로젝트 2049(Project 2049 Institute) 집행장 마크 스톡스(Mark Stokes)의 말에 근거하면 중국 군부가 전문적으로 정치전을 펼치며 대외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이러한 방식으로 미국 군사 영역에 대한 침투를 시도했다. 이를테면 미국 의회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가 2011년 연간보고서에서 발췌한 내용에 따르면 2008년 2월 ‘싼야 이니셔티브’ 프로젝트 중 중국 측 인사가 미국 고위 공무원에게 미국 국방부를 설득해 중국 군사건설 관련 보고서 발표를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워싱턴 포스트가 인용한 후버연구소(Hoover Institution)의 방문학자 글렌 티퍼트(Glenn Tiffert)의 말에 따르면 중국은 영향력 있는 미국 인사를 통해 자신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미국 내에 유포해왔다. 이렇게하면 중국이 직접 전달했을 때보다 효과가 훨씬 더 좋았기 때문이다.

티퍼트는 “피리 부는 연주자의 후원자가 도대체 어느 정도로 연주자의 음악에 간섭하는지 사람들이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며 미국 정부는 중국의 후원금 규모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중요 학술기구에 헌금

포린 폴리시는 둥젠화(董建華) 전 홍콩 행정장관이 중미교류재단(CUSEF)을 통해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와 국제대학원(SAIS) 연구를 후원한 사실을 밝혔다. 이 때문에 중국이 관련 연구를 통전(統戰, 통일전선)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즉 해외의 외부 역량을 이용해 공산당의 목표를 추진하려 한다는 것이다.

SAIS는 미국의 명망 있는 국제관계 대학원이다. 졸업생들은 향후 국무원, 중앙 정보국, 군사 기관 등 각계 기관에 취직하게 되는데 그중 중국 연구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한다. 이들은 중국과 관련된 언어, 문화, 정치 방면에 전문적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SAIS는 올해 8월 중국 연구 학계의 명예 교수직 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인 ‘태평양 공동체 이니셔티브(Pacific Community Initiative)’를 발족했다. 그 목적은 ‘중국이 아시아 및 전 세계에서의 더 넓은 역할과 주변 국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SAIS가 발표한 내용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자금이 미중 교류재단(CUSEF)에서 제공한 것인지 나타나 있지 않다. 그러나 해당 대학교의 중국 연구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데이비드 램튼(David Lampton)은 중미교류재단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자금을 제공했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새롭게 마련된 명예 교수직은 ‘태평양 공동체 이니셔티브’의 책임자를 선정하기 위한 것이며 이에 대한 자금 역시 해당 재단이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램튼은 학술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은 의구심을 표했다. 자금의 수혜자들은 학술의 독립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완강한 주장과 달리 중국이 ‘이들 기관의 자금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또한 워싱턴포스트는 자기 검열을 하는 학술 기관의 사례가 점점 많아진다고 지적했다. 연구원들은 이미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중국의 원조를 받는 데 유리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출판계의 사정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시장에 발을 디디기 위해 민감한 내용을 스스로 검열, 삭제하는 실정이다.

세계적인 출판사인 케임브리지대 출판사는 올해 8월 18일 중국의 요구로 <차이나 쿼털리>에서 315편의 ‘민감한 글’을 삭제했다. 모두 6.4(천안문 사태), 문화대혁명, 홍콩, 타이완, 신장, 서장(西藏) 등이 언급된 부분들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국제 학술계가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포린 폴리시는 ‘태평양 공동체 이니셔티브’ 프로젝트가 SAIS와 중미교류재단의 첫 번째 합작이 아니며, 쌍방은 일찍이 중국 경제와 관련된 회의를 공동 개최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SAIS를 후원하기 위해 마련된 명예 교수직과 주요 연구 프로젝트는 중국이 미국에서 손을 더 길게 뻗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중국의 대외 영향력 확대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중미교류재단은 2008년 동젠화에 의해 설립됐다. 동젠화는 현재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이다. 동젠화의 재단과 통일전선의 관계는 간접적이지만 중국 공산당이 대외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발판 중 하나로 활용할 여지는 충분하다.

중미교류재단의 대변인은 SAIS와의 합작 연구 프로젝트의 목적은 중국과 미국이 ‘모두 지지’하는 화이트 페이퍼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