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대두 수출 급증…동남아가 중국 유입 우회경로?

쉬정치
2018년 10월 27일 오전 7:46 업데이트: 2019년 11월 5일 오후 12:39

미국산 대두에 대한 보복 관세로 인해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이 급감했다. 그러나 최근에 동남아시아 및 기타 지역에 공급하는 미국산 대두 수출량이 9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바이어들이 우회적으로 미국산 대두를 수입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관측을 낳고 있다.

매년 1억 톤이 넘는 대두를 수입하는 중국은 미국 대두의 주요 수입국으로, 수출량의 60%를 가져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7월, 일부 미국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농업부가 지난달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9월부터 2018년 8월까지 대(對)중국 대두 수출량은 2768억 톤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가량 떨어졌다. 이에 비해 동남아시아, 유럽 및 남미로 향한 미국산 대두 수출량은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동남아가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간상?

중국의 가축사료와 식용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두 수요량도 늘고 있다. 그러나 대두 공급 부족을 메꾸기 위해 공급 업체를 바꾸는 것은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중국은 현재 자국내 돼지 4억 마리에게 ‘다이어트 식단’을 강요하고 있다. 중국사료공업협회는 대두 수입을 줄이기 위해 돼지 사료의 단백질 함량을 낮추는 방안을 채택 중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23일 자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자세한 무역통계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중국의 대두 수입처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관측통들은 새로운 중간상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곡물시장 내부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은 중국으로 물건을 쉽게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산 대두를 동남아로 수입한 후 중국에 되팔아 중간에서 이익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베트남과 태국에 수출한 미국의 대두 물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60~90% 증가했다.

4분기에 미국산 대두 필요한 중국

중국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의 농산물 생산국에서도 대두 수입을 늘리고 있어서 남미도 미국산 대두의 ‘환승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년의 실태로 보아 지금은 그해 수확한 남미 대두의 공급량이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다음 해 초까지는 시장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중국 바이어들이 미국산 대두를 사들이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지난 8월, 스털링 마케팅(Sterling Marketing) 그룹의 마이크 도슨 애널리스트는 “4분기에 중국은 미국산 대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브라질이 값싼 미국산 대두를 수입해 비싼 가격으로 중국에 되팔 것이라는 추측도 많이 나오고 있다.

선물 및 선물옵션 중개회사인 인터내셔널 에프씨스톤의 매트 아머맨 매니저도 올 9월 “아르헨티나는 국내 시장을 위해 미국산 대두를 사들이고 자국 대두는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15일 “블롬버그의 화물선 관련 자료에 따르면 10월 11일까지 일주일 동안 스타 로라(Star Laura)와 골든 임프레스(Golden Empress)라는 화물선 두 척이 미국산 대두를 실었다”고 보도했다. 스타 로라호는 이달 말 중국 칭다오(靑島)항에 도착할 예정이며, 골든 임프레스호는 미국 태평양 북서해안에서 출항해 12월 중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또한, 많은 전문가는 관세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미국산 대두유의 생산 증가를 주시하고 있다.

이달 초 전미 오일시드정제업협회는 9월분 대두유 생산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리서치 회사인 후지토미의 사이토 카즈히코 수석 애널리스트는 “늘어난 물량은 중국과 캐나다에 판매될 것”이라고 했다. 향후 미국산 대두가 우회적으로 대(對)중국 시장에 점점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