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이해충돌…보건분야 고위층, 로열티 수십건 수취

하석원
2022년 05월 20일 오후 5:06 업데이트: 2022년 05월 27일 오후 4:11

비영리 단체, 정보공개 청구 소송으로 밝혀내
국립보건원, 주요 정보 가리고 ‘건수’만 공개
민주당 침묵, 공화당 “이해관계 충돌 소지 다분”

한국에서 지난 19일부터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보건분야 고위 공무원들의 이해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사안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공화당 의원들은 “이해충돌 가능성이 크다”며 관련 정보의 완전한 공개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던 핵심 임원들이 2010~2014년 외부 기업으로부터 총 77건의 미공개 로열티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에포크타임스가 최초로 보도한 이 비밀 로열티 지급은 2010~2020년 국립보건원에 지불된 최소 3억 5천만달러(약 44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비밀 로열티 지급 수천 건 중 일부다.

이번에 공개된 77건 중 프랜시스 콜린스 전 국립보건원장에게 지급된 경우는 14건이었다.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증연구소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과 클리포드 레인 수석 부소장이 각각 23건, 8건의 로열티를 받았다.

지난주 하원 청문회에서 존 물레나르 의원(공화당)은 국립보건원 관리들의 미공개 로열티 수입에 대해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질의했다. 그러나 로렌스 타박 NIH 원장 직무대행은 “충분한 내부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연방법 및 공직자 윤리규정은 이해충돌이 일어나거나 일어날 것처럼 보이는 모든 활동의 공직자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비영리 정부 감시단체인 ‘오픈더북스(OTB)’가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1994년부터 국립보건원 원내 연구 부이사장을 역임하다 작년 사임한 마이클 고츠만 박사는 2010~2014년 총 70건의 로열티를 받았다.

국립보건원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고츠만 박사는 산하 24개 연구소 내 연구 프로그램을 조율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국립보건원 내 모든 주요 조사관의 고용을 감독·승인하고, 인간을 주제로 한 연구의 무결성과 기술이전, 동물 보호 등을 책임진다.

오픈더북스는 정보공개법(FOIA)에 근거해 입수한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수입·지출 자료 전체를 홈페이지에 게시해왔다.

국립보건원는 애초 정보 공개 청구에 응하지 않았으나, 오픈더북스가 소송을 제기하자 그제서야 수입·지출 자료를 월 단위로 순차 공개하겠다고 답변했다.

다만, 누가 왜 얼마나 지급했는지는 가린 채 공개했다. 고츠만 박사가 받은 70건의 로열티 역시 건수만 알려졌을 뿐,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얼마나 지급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에포크타임스는 국립보건원에 고츠만 박사에게 지급된 70건 등 일부 관리들의 로열티 수입에 관한 세부내역 공개를 요청했으나 응답받지 못했다.

국립보건원의 수입·지출을 감독해야 할 의회는 소속 정당에 따라 극명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소속인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 페티 머레이 위원장,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 프랭크 팔론 위원장은 모두 에포크타임스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며 관련 내역의 완전한 공개를 요구했다.

조니 에른스트 상원의원은 에포크타임스에 “국립보건원은 납세자들이 내는 수백억 달러를 받아 운영되는 만큼, 편견 없는 과학적 평가를 수행하고 권고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른스트 의원은 “국립보건원 고위 공직자들은 다른 공직자들과 마찬가지로 이해충돌을 피해 미국인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높은 수준의 책임감과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은 국립보건원을 “암흑의 돈 구덩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블랙번 의원은 “그들은 중국 우한에 바이러스 기능획득 연구를 위한 보조금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은폐한 전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파우치 소장 같은 붙박이 과학자들에게 수백만 달러의 로열티가 지급됐다는 의혹, 그리고 이를 규명할 자료 공개를 국립보건원이 거부한다는 사실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국립보건원의 투명한 정보 공개를 촉구했다.

크루즈 의원은 “정보 일부가 지워진 채 공개됐다. 우리 나라 최고 과학자 중 일부에게 이해충돌 문제가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미국인은 그에 대한 답변을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마크 탭스콧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