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백신강요 반대 트럭시위, 서부→동부 횡단 예고

하석원
2022년 02월 18일 오후 10:20 업데이트: 2022년 03월 11일 오후 6:20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집결 목적지로
23일 캘리포니아서 출발…”평화 준수”

코로나 통제를 거부하는 캐나다 트럭 시위가 미국에서도 시작될 전망이다. 미국 트럭 운전사들은 23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바스토에서 출발해 수도 워싱턴DC로 향한다고 밝혔다.

2020년 3월 선포된 코로나 대유행 관련 국가비상사태를 해제하고 방역 규제로 억압된 자유를 회복하기 위해 국회의사당 앞에 집결하기 위해서다. ‘국민의 호송대(The People’s Convoy)’로 이름 붙여진 이번 행진은 당파를 떠나 문화 행사로 치러질 예정이다.

시위 주최 측에 따르면, 교통 요충지인 바스토에서 500~1000대의 트럭이 출발, 애리조나주 킹맨을 시작으로 바스토에서 동부 노스캐롤라이나 월밍턴까지 이어진 총연장 4112km의 주간(州間) 고속도로 제40호선(I-40)을 따라 워싱턴DC로 달리게 된다. 행사 보안, 지자체와 조율 등을 위해 정확한 일정과 경유 도시는 공개되지 않았다.

시위를 주도한 트럭 운전사 중 한 명인 브라이언 브레이스는 “기본적으로 안전을 위해 I-40를 따라 달린다는 계획”이라면서 “워싱턴DC까지 가는 동안 여러 그룹이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럭 운전사들의 권익과 과잉 규제 철폐를 위해 5년 전부터 여러 가지 활동을 벌여왔다는 브레이스는 “이번 시위는 트럭 운전자들이 시작한 것이지만, ‘국민의 호송대’라고 이름 지은 것은 이유가 있다. 모든 미국인을 위한 활동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브레이스는 “누구든지 환영한다. 좌파냐 우파냐는 상관없는 미국의 문제다. 바이커가 모는 오토바이든, 엄마들이 끌고 나온 밴이든, 히피들이 탄 소형버스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미국 헌법에서 보장한 자유를 믿고 지키려는 모든 개인을 위한 행진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에 비상사태 해제를 요구하는 이유에 관해 “비상사태 선포 중에는 언제든 (각종) 의무화 조치를 부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외 정부와 의회에 전달할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세부안을 논의 중”이라며 “추후 진행 상황에 따라 업데이트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팬데믹 기간 ‘공중보건’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여러 가지 조치들에 대해 보건당국 관리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의회 청문회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브레이스는 “상원과 하원 사법 청문회를 열어 코로나19 팬데믹의 기원, 확산 경위,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팩트와 과학에 어긋나는 조치를 내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취 측은 시위 참가자들에게 철저한 규칙 준수를 요구할 방침이다. 이들은 불미스러운 사건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규칙을 마련 중이며, 곧 행사 홈페이지(thepeoplesconvoy.org)와 소셜미디어 계정(링크)에 발표할 예정이다.

브레이스는 이번 행사를 망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행사의 핵심은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마땅한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며, 미국인은 집회의 자유가 있다. 이번 행군은 미국 역사에서 여러 번 있었던 평화로운 행진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 행진으로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 정부 전복이나 선거 불복이 아니다. 미국의 헌법이 존중되고 미국인으로서 존중받기 위해 모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폭력 준법 시위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권변호사들도 도움을 주고 있다. 레이 던다스 변호사는 “100% 평화롭고, 법을 준수하며, 성공적인 의사 표현을 위해 법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지난 2년간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에서 시민들의 일상에 개입했던 비상사태 선언과 그에 따른 권력남용은 중단돼야 한다. 더 이상의 비상사태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던다스 변호사는 주최 측이 경찰의 시위 해산이나 도로 봉쇄에 대비한 예비 계획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경찰의 봉쇄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녀는 “우리는 주로 레드 스테이트(red states·공화당 지역)를 경유할 것”이라며 “교통체증이 없을 순 없다. 그러나 지역을 통과하는 동안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지방당국과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트럭 운전자들이 주축이 됐지만 모든 미국인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국민의 호송대’에 의학계 일부에서는 지지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진단검사 업체인 콜 다이아그노스틱의 설립자 라이언 콜 박사는 “우리와 함께하는 1만7천명 의사들이 지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브레이스는 “하얀 가운이 블루칼라(서비스·생산직 노동자)와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게 돼 흥분된다”며 모든 계층의 미국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평화·준법 시위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번 ‘국민의 호송대’는 캐나다 트럭 시위인 ‘자유 호송대(Freedom Convoy)’의 영감을 받아 조직됐다. 자유 호송대는 국경을 지나며 화물을 운송하는 트럭 운전사에게도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캐나다 보건당국 조치에 반발해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시위다.

캐나다 트럭 운전사들은 전국에서 수도 오타와로 행진하며 조치의 부당함을 알렸고 오타와의 의회 청사 주변 도로에 집결해 2주 넘도록 백신 접종 강요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도로 점거로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적잖은 시민들이 직접 연료를 담은 통을 들고와 운전사들에게 제공하며 시위를 지지하기도 했다.

현재 캐나다 시위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비상사태 선포와 강경 대응 방침으로 인해 강제 해산 상황을 맞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또한 시민들이 시위대를 위해 모금한 약 20비트코인(약 100만달러·12억원) 기부금이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긴급조치법을 선포해 암호화폐 거래를 막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이 같은 강경책에 따른 역풍도 만만찮다. 평소 ‘자유주의자’를 내세웠던 트뤼도답지 않다는 비판이 캐나다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트뤼도를 히틀러에 비유한 패러디 게시물을 올렸다가 과도하다는 비난에 내리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 호송대 주최 측은 캐나다의 사례를 거울삼아 혹시 모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자금 차단 가능성에 대비, 신용카드와 페이팔, 암호화폐로 기부할 수 있는 방안을 발표했다. 기부금의 투명한 집행을 위해 비영리단체인 ‘시민 자유를 위한 미국 재단'(AFCLF)에 관리를 맡기기로 했다. 재단은 회계사와 변호사의 감리하에 기부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앞서 캐나다 보건당국은 지난달 15일부터 모든 육로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미접종 시 격리조치하도록 했다. 또한 필수업종으로 분류돼 그동안 면제 대상이었던 트럭 운전사들에게도 백신 접종 의무화를 확대했다.

그러나 캐나다 10개 주 중 퀘벡, 앨버타, 서스캐처원, 노바스코샤, 매니토바, 온타리오,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 뉴펀들랜드앤 래브라도 등 8개 주는 백신 관련 의무화를 해제하거나 해제하기로 발표해 연방정부와는 상반된 조치를 취했다.

미국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청(OSHA) 역시 지난달 22일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비(非)미국 국적 트럭 운전사에게 비슷한 규제를 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